키움 안우진. 정지윤 선임기자
두산은 지난 가을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총 11경기를 치렀다. 그 기간, 두산 야수들은 올시즌 KBO리그를 끌어간 정상급 투수들을 줄이어 상대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지난달 15일 고척스카이돔이었다. 두산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나누는 대화 한 토막이 뒷얘기로 잔잔하게 전해졌다. 두산 야수들은 가을야구 들어 LG 외국인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와 케이시 켈리, 삼성 외국인투스 데이비드 뷰캐넌과 국내파 원태인, 백정현 등을 줄줄이 상대하고 있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선 KT의 외국인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와도 맞붙었다.
당시 두산 선수들이 입을 모은, 가을야구 최고 투수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만났던 키움의 안우진이었다. 두산의 한 선수는 “슬라이더 각이 꺾이는 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선수는 “최근 정말 좋다는 쿠에바스까지 상대봤지만, 안우진 만큼은 아니었다. 안우진 공이 가장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안우진은 앞서 열린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6.1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을 했지만 삼진을 9개나 낚아내는 위력적 피칭을 했다. 1회부터 패스트볼 구속을 155㎞까지 끌어올리며 145㎞ 전후의 슬라이더로 두산 타자들을 농락했다.
안우진은 호투를 할 때마다 복잡한 잔상을 남긴다. 놀라움과 더불어 아쉬움도 교차시킨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대표팀 선발투수 중에는 안우진보다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 고교 시절 학교 폭력 문제로 2017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3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고, 대한체육회 규정에서 따라 국가대표 선발 자격이 영구 박탈됐다.
두산 야수들이 가을야구 진출팀 에이스들에 대한 일종의 ‘품평회’를 할 때도 그 내용이 매우 흥미롭게 들렸다. 그럼에도 바로 기사화하지 못한 것은 관련 기사에 덧붙여지는 반응을 기자가 먼저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선수가 더 큰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안우진은 호투한 날에도 공개 인터뷰에 나서는 일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만 해도 알게 모르게 ‘히어로 인터뷰’를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안우진은 투수로서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탄성을 자아내는 공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불편함에서 시원하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딱 떨어지는 해법은 사실 없다. 어떤 사례를 제시하기도 마땅치 않다. 과거처럼 ‘야구로 갚는다’는 말은 효력을 상실한지 또 오래다.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말로, 행동으로 진심을 전하며 조금씩 주위 시선과 대중적 시선을 바꿔가는 수밖에 없다. 그게 또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시간을 채우는 건 결국 안우진의 몫이다. 기자 또한 ‘투수 안우진’을 편안하게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히어로’를 ‘히어로’로 부를 수 있는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