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팀 제공
경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해설, 어려운 용어도 술술 풀어서 말하는 사람이 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KBS 스노보드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박재민이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해설로 이름을 알린 그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한층 전문적인 지식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배우, 해설위원, 스노보드 심판 등 수많은 직업의 소유자이지만, 어느 것 하나 부캐릭터로 생각하지 않는단다.
박재민은 어떤 계기로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일까. 그는 지난 17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해설을 시작한 계기부터 현재 활동의 원동력 등을 풀어놨다.
에스팀 제공
■“올림픽 해설, 쉽지만은 않았죠”
박재민은 평창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해설을 시작으로 올림픽 무대의 조연이 됐다. 처음 해설 제의를 받았던 때는 2017년이었지만, 오랜 기간 거절했었다.
“2017년 초 KBS에서 스노보드 중계 제의를 받았어요. 그렇지만 지상파 3사에 계시던 분들이 워낙 선배님이셨고, 제가 하기에는 나이도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에는 자신이 없기도 해서 적극적으로 고사했어요. 계속 연락을 받던 중 올림픽을 2주 앞두고 제안을 수락했죠”
고민 끝에 해설을 시작한 만큼 부담감도 컸다. 스노보드를 20년 넘게 탔지만, 경기장 밖에서 현장감 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분이 ‘경기 현장에서 해설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스노보드는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를 보며 중계를 이어가요. A4 남짓한 크기의 화면을 보며 선수의 기술을 파악하고, 현장에 있는 듯한 중계를 해야 하죠. 제 방송 경력이 10년 이상이었지만 이런 부분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보니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떨리는 마음으로 마친 평창 올림픽이었지만, 스노보드 기술의 회전수를 세는 방법, 각 선수의 서사 등 새롭고 재밌는 해설로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올랐다.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의 비결은 무엇일까.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학부 때 체육교육을 전공했어요. 이때 배웠던 교수법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스포츠 규칙이나 동작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야 했거든요. ‘중·고등학생에게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어떻게 가르치지?’라는 생각이 해설 때도 발휘되지 않았나 싶어요”
에스팀 제공
■‘스노보드 인지도 높였다’는 평 “감개무량해요”
박재민의 신선한 해설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돌아왔다. KBS 유튜브 채널 크랩(KLAB)에 업로드된 스노보드 해설 영상은 지난 10일 공개 이후 조회수 280만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아는 것 없이 경기를 재밌게 보기는 처음이다’, ‘우리나라 선수가 없는데 이렇게 몰입될 수가’ 등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스노보드를 타지 않으시는 분들이 중계를 보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에요. 스노보드 선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종목이 있다는 게 전달됐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쁘죠.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올림픽을 통해 스노보드를 알린 박재민이지만, 그가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기까지는 농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학부 시절 대학 2부 리그에서 농구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농구와 스노보드의 관계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대학 때는 시즌 마지막 대회가 12월 중순 정도에 끝났어요. 이 시합을 위해 체력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죠. 그리고 대회가 끝나면 곧장 스노보드를 타러 가곤 했어요. 농구로 끌어올린 체력을 스노보드로 유지했던 거죠. 방학 내내 신체 기능을 좋게 유지하다가 3월 시합 때도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어요. 제게 농구와 스노보드는 활과 화살 같은 존재예요”
에스팀 제공
■“배우, 해설위원 모두 본캐릭터죠”
박재민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배우 활동을 시작하면서다. 지난 2015년 이후로는 연극 무대에 오르며 꾸준히 연기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연극 ‘리어왕’에 출연해 배우 이순재, 이연희 등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배우의 특징 중 하나는 살아보지 않은 삶을 사는 건데 저는 제 역할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어요. 해설위원을 하며 경험한 것이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 반대로도 자양분이 됐거든요. 특히 연극은 라이브잖아요. 오롯하게 저를 믿어야 하고, 제 실력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현장이기 때문에 해설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배우, 해설위원 이외에도 스노보드 국제심판, 비보이, 교수 등 수많은 직업의 소유자인 박재민은 부캐릭터를 예로 들며 자신의 역할에 관해 설명했다.
“제게 주어진 역할을 부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부분이 본캐릭터이고, 이게 모여 박재민이 되는 거죠. ‘내 본업은 배우고 부업이 해설이야’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일할 때 더욱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여러 캐릭터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랄까요”
1시간의 인터뷰 끝에 바라본 박재민은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3편이 있다던 그는 앞으로 예능, 해설을 비롯한 방송 활동으로 돌아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저는 ‘도전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두려움을 느끼면 그 자리에서 안주하고 늙어가는 것 같거든요.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았던 것처럼 도전하는 박재민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