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가수 장기하가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장기하는 지난 22일 첫 EP ‘공중부양’을 발매하며 솔로 가수로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2018년 11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이후 3년여 만의 컴백이자, 솔로 뮤지션으로서 보여주는 첫 앨범이다. 때문에 ‘공중부양’에는 그의 정체성을 담았다. 우리말 운율의 맛을 살리는 독특한 가사는 그 매력을 더했고, 밴드 사운드는 덜어냄으로써 장기하와 얼굴들의 독보적인 무기였던 그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런 앨범이 나오기까지 장기하는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뮤지션 장기하’의 정체성에 대한 방황과 혼란으로 공백기를 가득 채웠다. 지난 23일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장기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활동을 마무리 하고 몇 달 후 작업을 해보려고 했는데 밴드를 할 때와 똑같은 것 밖에 안 나오더라. 그래서 한동안 ‘창작’을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다”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했다.
“처음 2년 동안은 노래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는 시간이었어요. 어쭙잖게 밴드 때랑 비슷한 음악을 낼 거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죠. 나라는 음악인은 어떤 음악인인가 외적으로, 또 제 삶적으로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나에게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결론이 난 게 지난해 초였고요. 5곡 정도는 1년 안에 나올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어요.(웃음) 이번 앨범은 ‘완성시켰다’기 보다 ‘장기하’라는 싱어송라이터를 소개하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는 음반이에요.”
사진 제공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그렇게 탄생한 앨범 ‘공중부양’의 수록곡은 일반적인 노래와 달리 베이스 연주를 넣지 않음으로써 장기하의 목소리를 강조하고 있다. 2년의 고민 끝 내린 자신의 정체성이 ‘목소리’였던 탓이다.
“나의 정체성은 목소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보자 했죠. 연주자들의 연주에 맞춰 만드는 게 아니라 내 목소리에 맞춰서 어울리기만 하면 어떤 소리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반주 없이 목소리만을 녹음하고 그 목소리가 덩그러니 있는 게 외롭지 않은 만큼의 소리만 붙여나갔어요. ‘이만하면 됐네’ 생각이 들 때 편곡을 완료하고 보니 베이스가 들어가지 않았더라고요. 드럼이든 베이스든 뭐든 신경 쓰지 않고, 넣을지 말지 의식조차 하지 않고 만든 과정 덕에 록밴드 사운드와는 다른 음악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저도 만들고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는 이런 색다른 매력을 극적으로 들려주는 곡이다. 읖조리듯 반복하는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라는 가사와 단조롭게 반복되는 간단한 멜로디 라인과 템포가 궁극의 싱잉랩 같은 독특한 매력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못 느끼는 가상의 인물을 상상하며 만든 노래에요.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만든 노래는 아니고, 힙합 음악을 몇 곡 듣다 보니까 문득 자랑들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힙합의 문화니까 재미있게 들었는데 그러다 모든 자랑을 다 이기는 자랑은 뭘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돈, 실력, 성공 등 여러가지 자랑이 있는데 그 모든 게 전혀 부럽지 않다고 자랑하면 다 이길 수 있겠다 싶었죠. 가상의 인물이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곡에 대한 해석은 듣는 분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사진 제공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장기하는 지난 2018년 5집 앨범 ‘모노’를 마지막으로 10년간 이끌어온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해체를 알렸다. 독특한 음악적 감수성과 국어의 맛을 살린 가사까지, 장기하와 얼굴들만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크게 사랑받았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기록될 정도로 밴드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만큼 대중의 아쉬움은 컸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을 지나 홀로 돌아온 지금, 장기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열었다.
“그때 그렇게 밴드 활동을 마무리 한 걸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덕분에 지금 이런 음반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2년간 고민과 방황을 하고 음악적으로 내린 결론이 이번 앨범이에요. 저란 사람의 기본값이자 2022년도 마흔살이 된 저라는 음악인의 좌표인 셈이에요. 대중에게 또 다른 아티스트에게 ‘여기서부터 다시 한번 시작해보겠습니다’ 알리는 거죠. 다음 앨범까지 텀이 또 이렇게 길었다가는 먹고 살기 힘들 것 같아요.(웃음) 밴드 때는 싱글 앨범을 내본 적이 없는데 싱글도 내보고 싶고, 최대한 자주 만나뵙도록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