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세계 최대 뉴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지구촌 곳곳은 러시아를 비난하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반러시아 외침은 국가, 인종, 민족, 분야 구분없이 비슷했다. 스포츠에서도 그랬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은 ‘전쟁은 안된다(NO WAR)’를 외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축구연맹(FIFA) 등 국제스포츠기구들은 러시아 패싱을 단행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축구협회는 러시아 대회 개최 반대, 러시아와 경기 거부, 국제대회 러시아 참가 불허를 요구했다. 잉글랜드·독일 축구단들은 러시아 기업 후원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전현직 스포츠 스타들은 물론 적잖은 러시아 스타들까지 푸틴에 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축구 전북 현대 김보경이 지난 27일 골을 넣은 뒤 카메라를 향해 “노(No) 전쟁, 우크라이나”를 외쳤다.
해외스포츠단체들은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는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 반대)’을 리그 슬로건으로 쓰고 있다. 외국 선수들이 많이 오면서 빈번하게 생기는 인종차별 논란을 리그 차원에서 막겠다는 뜻이다.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는 ‘Welcome to Football(축구에 온 것을 환영한다)’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서브 모토는 ‘draw a line through prejudices(편견을 뚫고 한계를 분명히한다)’다. 분데스리가는 독일로 온 아프리카, 중동 청소년이 독일클럽에서 축구를 배우게 하고 성인에게는 언어, 문화 교육을 통해 일자리도 주선한다. ‘That’s Game’이 슬로건인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다수 선수들이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흑인 민권 운동에 동참한다.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은 외국인 핍박 정책을 일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는 경기에만 매몰돼 있다. 리그를 준비하고 그날그날 경기를 치르는 데 바쁘다. 스포츠를 통해 한국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조직도 거의 없다. 리그와 구단마다 사회공헌(CSR) 활동은 하고 있지만 그걸 하나로 묶는 핵심 메시지는 없다. 사회 이슈에 대해 무관심한 나머지 목소리 내기를 꺼리는 스포츠계 관례, 순수한 행동조차 정치적으로 해석하면서 편을 가르는 사회적 편견 등이 맞물린 결과다.
지금부터라도 국내프로종목들은 종목 특성과 사회 문제를 연결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게 어떨까. 프로축구에는 아시아 쿼터제가 시행된다. 아시아 선수를 외국인 티오에 포함하지 않는 제도다. ‘우리는 모두 친구’라는 슬로건 정도는 제시할 수 있다. 야구는 주자가 3개 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면 득점한다. 몇 해 전 시도한 가출 청소년캠페인이 존재감없이 끝난 게 아쉽다. 배구는 다음에 내 볼을 받을 동료를 위해 몸을 던지는 종목이다. 내 일을 받아서 업무를 이어갈 사람, 내 손을 떠난 물건을 처리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뜻으로 ‘For the Next’라는 슬로건은 배구와 걸맞다. 골프는 다른 종목과 달리 심판이 없다. ‘정직하자’는 메시지는 골프정신과 부합한다.
스포츠는 두 가지 경계를 넘어야만 사회적인 영향력과 파급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게 아이러니하게도 경기장과 시즌이다. 장소적 한계인 경기장을 넘어 세상을 향해, 시간적 경계인 시즌을 넘어 1년 내내 메시지를 던질 때 프로리그 존재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가 지금이라도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