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50년, 멈추지 않는다.”
배우 장두이가 연기 50주년 기념작으로 ‘빨간 피터와 죠커’를 선택했다.
‘빨간 피터와 죠커’는 프란츠 카프카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작품이다. 장두이는 2003년 연말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로 빨간 피터와 첫 인연을 맺었다.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는 배우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과는 대비된다. 추송웅의 빨간 피터가 정적이었다면, 장두이의 빨간 피터는 동적이다.
장두이는 대중가요부터 아프리카 토속 민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곳곳에 배치했다. 추송웅 배우와는 다른 장두이표 빨간 피터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장두이는 이후 ‘돌아온 빨간 피터’로 한 번 더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인 후 3번째 버전인 ‘빨간 피터와 죠커’를 내놓았다.
‘빨간 피터와 죠커’는 아프리카에서 밀렵꾼에 의해 잡혀 와 인간 세계의 동물묘기서커스단에서 10년간 생활한 원숭이가 자신의 삶에 대한 고백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들려주는 1인극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음악을 사용해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최희준의 ‘하숙생’, 아프리카 토속 민요 등을 부릅니다. 춤과 노래를 통해 피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좀 더 쉽게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요. 현 상황을 좀 더 리얼하게 비판하기 위해 광대 조커 캐릭터를 입혔어요. 조커 캐릭터의 진한 페이소스를 주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장두이는 1978년 뉴욕 라마마 극단과 U.N, 록펠러재단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갔다. 뉴욕 시립대학교 부르클린 대학원에서 연기전공 석사과정을 밟은 후 세계적인 연극인 예지 그로토프스키를 만났다.
“그로토프스키 연출과 연극 ‘디디 무스’ 공연을 했어요. 36시간 동안 이어지는 연극이었죠. 너무 긴 시간이니까 관객과 잠깐 같이 잠을 잔 후 다시 이어지곤 했어요. 연출자는 오디션을 본 후 관객을 15명 정도 입장시켰습니다. 관객도 전문가 수준이었어요. 6개월 동안 이어진 그 공연은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장두이는 1997년 귀국 후 지금까지 국내외 3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학 강단의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에는 귀국할 생각이 없었어요, 미국에서 공연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잠시 귀국해 이윤택 연출의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에 출연했습니다. 근데 이 작품이 시쳇말로 대박이 난거예요. 한국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눌러앉았습니다. ”
이후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로 장두이는 자신만의 연기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장두이가 직접 각색하며 공을 들인 ‘빨간 피터’ 시리즈는 조금씩 변화를 거듭한다. 장두이는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빨간피터’는 버전마다 조금씩 다르다. 현 시대를 반영하는것”이라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20대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쓰는 점이다. ‘폭망’, ‘킹받네’ 등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젊은 관객들이 많으니까 그 흐름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70대인 장두이는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고선웅 연출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도얀고 역을 맡은 장두이는 이보다 더 ‘센’ 역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자신이 직접 쓴 작품을 연출할 계획이다.
“희곡집을 3권 냈어요. 그 중 ‘뱀나무 밑에서 선 바나나맨의 노래’을 직접 연출해보고 싶습니다. 1999년에 쓴 작품인데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주인공이 갑자기 히말라야에 가서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장두이는 코로나19로 대학로 연극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는 대한민국 연극판이 ‘새로운 옷을 입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유럽에서 공연을 보는 데 배우가 94살이었다. 젊은 배우들이 못따라갈 정도로 발성이 좋았다. 연극을 보면서 하염없이 울었다”면서 “내 나이 71살이지만 작품을 하면서도 늘 다음 작품을 생각한다. 늦게까지 연습하지만 피곤하지 않다. 코로나19로 대학로 연극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이야말로 관객에게 절절한 메시지를 담은 연극다운 연극을 할 때다. ‘빨간 피터와 죠커’를 보며 생각할 수 있는 연극을 봤다고 말해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빨간 피터와 죠커’는 창작집단 극단 불과 장두이 레파토리의 협업으로 16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