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창 기고

윤석열 한국체육, 연장인가 도약인가

입력 : 2022.03.14 09:02 수정 : 2022.03.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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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창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겸 서울대 스포츠진흥원장

최의창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겸 서울대 스포츠진흥원장

어제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위원장과 하위 분과들이 결정되었다. 조연급에도 못 미치는 체육은 분과에 이름도 못 올리고 사회복지문화분과 안에 기타 등등으로 쓸려 들어간 듯하다. 곧 분과별로 국정 기조가 될 정책 수립과 선정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다. 그중에 윤석열 당선인의 체육공약들이 있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저로 하여, 생활체육시설 확충 등의 붙박이 고정 메뉴와 함께, 스포츠 활동 경비 소득공제, 개인별 운동량에 따른 건강보험 환급, 아웃도어 레저스포츠 지원, 스포츠 사회적 기업육성 등의 신메뉴도 눈에 띈다.

이 같은 공약들은 대선 때마다 꾸려지는 소위 체육정책팀에서 준비된다. 무능력한 나는 그런 팀에 불려가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 발로도 찾아가 본 적 없다. 그렇기는 해도 체육 짬밥이 어느덧 30년이나 되었으니, 대학 선생이라고 해서 한국체육 발전에 대하여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천성이 게으르고 불민하여 그것을 정책화시키는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다.

당선자가 이미 제시한 체육공약들은 그 범위와 규모면에서 보면 한국체육을 외양적으로 서너 단계를 발전시키고도 남을 정도다. 그러나 내 눈에는 88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2018평창동계올림픽까지 마무리된 한국체육3.0의 연장선상에서 그리 벗어나지 못한 아이디어들이다(대략 3.5 정도?). 지난 30년간 진행된 한국체육3.0은 체육의 양적 발전으로 특징지어진다. 국내 체육인프라의 확충, 체육 전문인력의 증대, 스포츠산업의 활성화, 그리고 국제스포츠계에서의 상위 성적입상이 그 성과들이다.

윤석열 정부는 체육 분야에서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극대화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윤석열의 한국체육은 4.0으로 도약해야 한다. 한국체육4.0의 차별화된 특징은 양적 발전의 바탕 위에 질적 성장을 위한 토대 쌓기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메달 강국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스포츠 문화 부국으로의 성장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비유컨대, 체격 키우기보다는 체질 바꾸기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더 많은 축구장, 더 큰 체육관, 더 높은 등위보다는, 더 참되고 더 올바르고 더 아름다운 스포츠를 실천해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지난 30년을 숨 가쁘게 내달려온 대한민국 체육은 스포츠 경기력의 발전을 초과 충족시켰다. 반면에, 스포츠 문화력의 진전은 미미하다. 윤석열 정부의 체육정책은 한국체육의 질적 차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스포츠 선진국은 스포츠 경기와 스포츠 문화의 밖과 안이 멋지게 일치하는 문질빈빈의 스포츠를 펼쳐내는 곳이다. 과문한 대학선생이지만, 그쪽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기존의 공약들이 놓쳤음이 분명한 세 가지를 제안해본다.

첫째, 국민 기초교육을 위한 국가스포츠교육진흥원을 건립해야 한다. 한국체육3.0은 한국체육의 물리적, 인적 기틀을 마련한 시기다. 오락, 건강, 산업의 관점에서 시설과 인력, 프로팀과 산업 등의 토대를 다지고 튼실히 하였다. 큰 성과가 있었다. 이제는 여기에 교육의 관점을 더해서 국민 평생교육의 주요 영역으로 스포츠교육을 진흥시켜야 한다. 이제 스포츠는, 읽기와 쓰기와 셈하기처럼, 기초교육이 되었다. 문자맹과 숫자맹이 생활에 불편함과 불이익을 받듯이, 스포츠를 못하고 모르는 것(운동맹)은 현대인에게 가장 큰 결점이자 불리함이 되었다.

일반 한국인이 평생에 걸쳐 가장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찾는 곳이 바로 스포츠장(문화체육센터, 수영장, 헬스장, 골프장 등)이다. 그 빈도와 강도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더욱 증가한다. 아마도 국민평생교육 과목으로서 스포츠를 따라갈 수 있는 대상은 없을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기초교육기관으로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문화예술교육진흥원처럼, 평생교육으로서 스포츠교육을 제공해야만 한다. 전 국민이 생애주기 동안 스포츠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 교육을 진행하는 곳이 필요하다.

둘째, 기존 체육센터를 스포츠 리터러시 센터로 개선해야 한다. 전국의 공공 스포츠센터들이 신체활동 습득을 넘어 운동소양 함양을 지향하는 기초교육장으로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수영, 필라테스, 댄스스포츠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익히고 맛보는 곳(physical activity center)에서 스포츠를 기능적, 지식적, 정서적으로 다양하게 향유할 수 있는 곳(sport literacy center)으로서 재탄생시켜야 한다. 운동으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해우소가 아니라, 자신을 지덕체 전반에 걸쳐 더욱 성장시키는 자기발전소가 되어야 한다.

문화체육센터는 스포츠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읽고 보고 듣고 쓰고 말하고 만들기까지 하는, 스포츠문화를 총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운동 향유 센터가 되어야 한다. 신체활동 공간 이외에도 스포츠 관련 도서 자료들을 모아놓은 스포츠 도서관이나 스포츠를 소재로 한 시각적 미술 자료와 청각적 음악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 갤러리를 운영한다. 스포츠 영화, 사진, 연극, 웹툰, 애니 등을 상영, 공연 및 전시할 수 있는 스포츠 극장이나 박물관을 설치한다. 또는 스포츠 경제, 정치, 문학, 역사 등의 주제로 저자 강연을 정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셋째, 스포츠지도사의 전문성 함양과 권익 보호를 위한 전문기관을 지원해야 한다. 현재 체육교사 이외에 체육 관련 국가자격증은 6종으로 분류된 스포츠지도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현재 한국 체육 현장의 최일선에서 매일 매일의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전담자들이다. 2020년 현재 307,354명이 양성되었다(현직 체육교사는 약 13,000여명). 그런데 자격증 취득 이후에 이들의 전문성 함양이나 직업적 권익을 위한 전문적 조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십년에 한 번 갱신하는 운전면허증 소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작은 국내시장 규모에 비하여 자격증이 남발되어 인력 대체가 비교적 손쉬워서 열악한 근무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대 스포츠 인력시장으로서 스포츠지도사들의 직업적 안정성과 근무조건 개선을 담당하는 전문단체의 설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직적이고 단합된 노력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스포츠 서비스와 전문성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주어야 한다. 영국은 UK Coaching, 캐나다는 Canadian Association of Coaches, 호주는 Austrailian Coaching Council 등의 단체를 이미 1970년대부터 지원해왔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교사를 국가건설의 역군이라고 칭송했는데, 스포츠지도사들이야말로 국민교육의 진짜 일꾼들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뀐다. 여러 영역에서 대전환이 예상된다. 체육은 어떨 것인가? 아쉽게도, 철학이나 내용면에서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의 체육정책이나 윤석열 당선자의 그것이나 두드러진 질적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대부분 한국체육3.0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다. 윤석열의 한국체육은 이전 정권보다 한 단계 도약된 4.0을 추구하는가? K-Pop과 영화 등 세계수준의 문화적 소양을 이미 만끽하고 있는 우리 국민이 단순 오락을 넘어 고급문화로서 스포츠를 수준 높게 향유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지는 것을 간절히 열망하는가? 곧 구성될 체육 분과에서는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정책 선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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