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국내에서는 직구로 통일해 쓴다. 영어로는 패스트볼(fastball)이다. 패스트볼을 세분화하자면 몇가지로 분류 가능하지만, 크게는 두 가지로 나눈다. 포심패스트볼(four-seam fastball)과 투심패스트볼(two-seam fastball).
포심패스트볼은 전형적인 직구다. 실밥을 엇갈려잡고 손 끝으로 백스핀을 걸어 직진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구종이다. 투심패스트볼은 실밥에 나란한 방향으로 검지와 중지를 올려놓고 누르듯 던진다. 직구지만 끝에서 살짝 가라앉으며 볼끝에 변화가 생긴다. 포심패스트볼에 비해 구속은 떨어진다.
KBO리그의 레전드 투수들은 거의 예외없이 포심패스트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철완’ 최동원과 ‘국보투수’ 선동열 그리고 메이저리그 시대를 연 첫 한국인 박찬호까지 모두 강력한 포심패스트볼이 주무기였다.
KT 우완 소형준(21)이 프로 데뷔 첫해인 2020년 13승(6패)을 거두고도, 줄기차게 구종 관련 조언을 들어야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부분 선배야구인들은 소형준을 ‘대형투수’로 점찍었다. 이에 소형준 역시 우완 정통파 계열의 선배투수들처럼 강력한 포심패스트볼을 던져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소형준은 포심패스트볼을 즐겨 던지지 않는다. 소형준은 투심패스트볼을 주무기로 던진다. 이번 시즌 시범경기 들어서는 관련 질문에 “투심으로도 레전드가 될 수 있는,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시범경기 수원 한화전이 열린 지난 21일 ‘투심’을 고집하는 소형준을 응원했다. 이 감독은 이를 포심과 투심의 선택의 문제가 아닌 특정 구종의 완성도 문제로 바라봤다.
일종의 야구판 ‘흑묘백묘론’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의 궁극적 임무는 쥐를 잘 잡는 데 있다’는 데서 비롯된 말로, 투수 역시 포심이든 투심이든, 목표점은 타자를 잘 잡는 데 있다는 것이다.
소형준은 시범경기 들어 시속 150㎞를 넘나드는 포심패스트볼을 던지고 있지만 개수는 많지 않다. 소형준은 자신의 포심이 회전력에서 모자람이 있어 구사 비율을 높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반대로 투심은 145㎞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볼 끝 변화 등을 감안할 때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가장 나쁜 것은 이 것도 저 것도 아닌 것”이라며 “소형준이 그런 생각과 확신을 가졌다면, 투심을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직접 경험하고 지켜본 몇몇 외국인투수들을 예로 들기도 했다. “외국인투수 중에는 포심보다 투심이 더 빠른 경우가 종종 있다. 손가락으로 눌러주는 힘이 좋기 때문에 그만큼 구종 완성도를 높인 경우”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소형준을 두고 “볼끝에 전반적으로 힘이 붙었다”고 칭찬하며 또 한번 도약을 기대했다. 소형준이 그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그 길은 스스로 찾아야한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