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타자 ‘참고서’가 된 남자…2017년 4월, 러프 관찰기

입력 : 2022.05.09 08:32 수정 : 2022.05.0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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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삼성 시절의 다린 러프(맨 왼쪽)가 홈런을 친 뒤 구자욱 박해민(현 LG)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2018년 삼성 시절의 다린 러프(맨 왼쪽)가 홈런을 친 뒤 구자욱 박해민(현 LG)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프로야구 역대 외국인타자 가운데 최고의 거포를 논하자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두산에서 뛴 타이론 우즈가 우선 소환된다. 우즈는 홈런타자들의 ‘무덤’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5년간 174홈런을 뿜어냈다. 단일 시즌 가장 이상적인 활약을 한 외국인타자로는 2015년 NC 에릭 테임즈가 거론된다. 테임즈는 그해 타율 0.381 140타점을 올리고 40(47홈런)-40(4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매시즌 초반을 보내며 부진한 외인타자가 나올 때면 자석처럼 따라붙는 이름이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 4번타자로 뛴 뒤 미국 무대로 폼나게 돌아가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다린 러프다.

러프의 발자취는 매시즌 초반 적응 문제를 드러내는 외인타자들에게는 하나의 ‘참고서’가 돼있다. 툭하면 러프 이름이 나온다.

그런데 러프가 극도의 초반 부진을 통괘하게 극복한 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가 남아있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관계자들도 어렴풋한 기억만을 전했다. 이들 관계자들을 통해 ‘당시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다 보니 그해 2군 타격코치이던 김종훈 현 1군 타격코치가 나왔다.

김 코치와 전화통화에서 시간을 거슬러 간 시점은 2017년 4월이었다. 러프가 KBO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수렁에 빠져있던 바로 그때다.

러프는 그해 4월21일 대구 NC전을 마치고 2군으로 내려갔다. 개막 18경기만이었다. 그때까지 성적은 타율 0.150(60타수 9안타)에 삼진만 무려 21개. 공과 방망이가 줄곧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러프는 딱 열흘만에 완전히 달라진 타자가 돼 돌아온다. 복귀 뒤 116경기에서 타율 0.336(455타수 153안타) 29홈런 119타점에 OPS 1.020을 기록했다.

김 코치가 우선 떠올린 것은 개인 훈련량이었다. 김 코치는 “흔히 보는 외국인선수와는 달랐다. 2군에 있는 동안 훈련량이 엄청 많았다”고 했다. 또 “국내 선수 중에서도 많이 치는 선수들이 있다. 보통 ‘엑스트라 훈련’을 하는데, 러프는 많이 한다는 선수들보다도 타격훈련량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김 코치 역시 조언자로 곁을 지켰다. 그러나 그때 ‘답’을 찾은 것은 러프 본인이었다는 게 김 코치의 기억이다.

당시 러프는 스프링캠프까지만 하더라도 무난하게 페이스를 올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 돌입하며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졌다. 김 코치는 “낯선 투수들의 볼배합 패턴 등도 영향이 없지 않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밸런스였다. 2군에서의 열흘은 자기 스스로 밸런스를 잡아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반전 가능성은 2군 경기력으로 서서히 드러난다. 당시 러프도 그랬다.

올해는 개막과 함께 미로 속으로 들어간 외국인타자들이 너무 많다. 이미 2군으로 내려간 LG 리오 루이즈를 비롯해 대부분 타자들이 국내타자들의 평균 성적도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타자 본연의 기대치를 하는 선수는 삼성 호세 피렐라가 유일할 정도다.

러프의 경험이 모든 선수들에게 통하는 ‘교과서’는 될 수 없다. 김종훈 코치 역시 ‘러프의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어느 선수의 성공담에도 ‘훈련 스토리’는 빠지지 않는다. 본인만 아는 뾰족한 수가 없다면 러프의 2017년 4월를 한번 찾아볼 만하다. ‘때리고 또 때리면서 본연의 밸런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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