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잠실 삼성전에서 적시타를 친 LG 송찬의(왼쪽). 정지윤 선임기자
최주환과 인터뷰를 한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최주환의 타력이 마침내 꿈틀 대기 시작한 시즌의 봄이었다. 최주환은 크지 않은 체구에도 강단 있는 풀스윙이 매력적인 타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최주환의 거침 없는 스윙을 좋아했다.
그러나 인터뷰의 줄기는 다른 쪽으로 뻗어갔다. 최주환은 ‘수비’ 얘기를 조금 더 하고 싶어했다. 그 중 하나는 앞선 겨울, 개인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 아킬레스건 강화 운동을 하며 뒤꿈치를 땅에 대지 않고 발 앞쪽으로 수비 스타트를 끊기 위해 투자한 내용이었다. 그해 최주환이 가슴에 담은 최고의 칭찬은, 앞선 스프링캠프에서 김태형 감독이 “움직임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스치듯 꺼낸 얘기였다.
최주환은 그해 개인 첫 3할 타율(0.301)에 첫 세 자릿수 안타(120안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었다. 그해 두산 주전 3루수는 허경민, 2루수는 오재원이었다. 유격수로는 김재호, 1루수로는 오재일이 버티고 있었다. 이 중 최주환보다 타격 지표가 뛰어난 선수는 오재일 뿐이었지만, 최주환은 자기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명타자 최다 출전선수 역시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였다. 지난해 FA로 SSG 유니폼을 입은 최주환에게는 까마득한 얘기일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 첫해 우승을 이룬 2015년 이후 두산은 야구 잘 하는 야수로 가득했다. 당시 두산에서 야구를 잘 한다는 것은 수비를 잘 한다는 것의 다른 말과도 같았다. 선수들은 수비력을 곧 출전 기회로 인식했다. 아울러 수비 좋은 야수들이 공격력까지 평균 이상이었다. 벤치의 고민이 덜했던 이유다.
LG 송찬의는 주전 2루수이던 서건창이 최근 옆구리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가면서 선발 2루수로 출전 기회가 부쩍 늘어났다. LG 2군에는 다른 2루수 카드도 있다. 그럼에도 송찬의를 중용하고 있는 것은, LG 입장에서는 수비에서의 일정 부분 리스크를 감수한 결단이다. LG는 외야수 이재원을 적극 쓰기 시작한 지난 5월 중순 이후로 공격 쪽에 힘을 실은 라인업을 내세우고 있다.
얻은 만큼 잃은 것도 있었다. LG는 개막 이후 지난달 15일까지 팀 OPS 0.712을 기록했는데, 이재원을 외야수로도 선발 기용하기 시작한 지난달 17일 이후 팀 OPS는 0.727로 미세하나마 상승 효과를 봤다. 그런데 동일 기간 0.703이던 수비 효율(인플레이 타구의 아웃 비율)은 0.671로 떨어졌다. 말하자면 공수에서 플러스 효과와 마이너스 효과가 교차했다. LG 벤치에서도 누적 표본이 쌓이게 되면 내부적으로 득실을 계산하게 될 부분이다.
송찬의는 이미 잠실구장에서 호쾌한 안타를 터뜨린 뒤 쏟아지는 함성 소리를 경험했다. 큰 박수도 받아봤다. 그러나 박수 소리가 송찬의의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송찬의에게도 수비력은 곧 출전 기회다. 경기 하이라이트에는 나오지 않는 수많은 아웃카운트 상황을 표나지 않게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곧 수비력이다. 자기 포지션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LG 이재원. LG 트윈스 제공
그 시절, 두산 야수진에서 수비력이 가장 미흡한 선수는 좌익수 김재환이었다. 김재환 입장에선 억울 할 수 있겠지만 두산 야수진 구성이 실제 그랬다. 최주환이 파고 들기 힘들었던 내야진 뿐 아니라 민병헌과 박건우, 정수빈 등이 버틴 외야진도 수비가 탄탄했다. 그럼에도 김재환의 수비력은 두산에서는 화두가 아니었다. 2017년 기준 타율 0.340 35홈런 115타점에 OPS 1.032. 타석에서의 활약으로 다른 가치는 평가 기준 후순위로 밀어냈다.
김재환처럼 독보적 화력으로 자기 자리를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그만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가 이따금 보인다. LG 이재원도 그 중 하나다. 수비력으로 수비 부담에서 벗어나거나 타력으로 수비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리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