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손과 류현진의 손

입력 : 2022.06.13 12:50 수정 : 2022.06.13 13:01
  • 글자크기 설정
슬라이더 그립의 SSG 김광현. 연합뉴스.

슬라이더 그립의 SSG 김광현. 연합뉴스.

체인지업 그립을 쥐고 있는 토론토 류현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체인지업 그립을 쥐고 있는 토론토 류현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올시즌 KBO리그 판도를 흔든 선수를 꼽자면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이름이 나올 수 있다. 그 중 SSG 좌완 김광현을 앞순위에 올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은 시즌 개막에 앞서 메이저리그 록아웃(직장폐쇄)이 지속되는 가운데 SSG로 전격 유턴했다. 김광현은 시즌 전 판도 분석을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변수였다. SSG는 김광현의 가세로 선발진이 힘을 받으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보급 슬라이더를 던지는 김광현은 올시즌 체인지업도 잘 써 먹고 있다. 구종 구사 비율이 20%선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이 알고 있는 체인지업 그립으로 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김광현은 체인지업 궤적의 스플리터를 던진다. 그립만 놓고 보자면 검지와 중지를 살짝 벌려잡는 스플리터다. 김광현 또한 과거 정통 체인지업을 익히기 위해 애썼지만 어느 순간 생각을 바꿨다.

손혁 한화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는 투수 전문가로 투수의 손을 이따금 본다. 손금이 있는 손바닥이 아니라 손등이다. “손 한번 펴봐”라는 말에 투수들은 무심코 손을 내민다.

김광현과 류현진(토론토)이 내민 손 모양은 완전히 다르다. 김광현은 손가락을 거의 붙인 채로 손을 보여준다. 류현진은 손가락을 넓게 펼치듯 벌리며 손을 내민다. 이들은 손을 펴보이는 동작에서부터 각자 느끼는 편안함이 다르다.

손 코디네이터는 2018년부터 2년간 SK 투수코치로 김광현과 근거리에 있었다. 류현진과는 지난 겨울 한화 캠프에서 줄곧 봐왔지만, 그 전에도 접촉면이 적잖이 있어왔다.

김광현이 모든 손가락을 벌려 잡는 정통 체인지업을 익히는데 고난의 시간을 보낸 것처럼 류현진은 검지와 중지를 붙여놓고 두 손가락 중심으로 힘을 쓰는 슬라이더 같은 빠른 변화구를 배우는 데 시간이 걸렸다. KBO리그 한화에서 뛸 때만 하더라도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으로 리그를 지배했던 류현진은 빅리그 입성 뒤 고속 슬라이더와 커터 같은 제4의 구종을 화두에 올렸다.

어떤 투수도 모든 구종을 본능적으로 잘 던질 수 있는 재능을 부여받지 못한다. 투수들이 제각각 잘 쓰는 변화구가 달라지는 것 또한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손의 감각 차이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다. 결국에는 잘 던질 수 있는 구종을 극대화시키며 그렇지 못한 구종의 아쉬움을 최소화시키는 게 투수들의 숙제이자 소명이다.

최근 KT에 대체 외국인투수로 합류한 좌완 웨스 벤자민은 첫 미디어 인터뷰에서 “6개 구종을 던진다”며 “구종이 워낙 다양해 포수가 사인을 내려면 장갑(미트)을 벗어야할 때도 있을 것”이라는 팩트 담긴 위트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피칭 레퍼토리의 ‘다양성’이 무기인 벤자민 또한 주무기라는 타이틀에는 “패스트볼과 커브”라고 좁혀 얘기했다.

‘국보투수’로 불린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이 누구에게도 본인의 슬라이더를 전수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손이 유난히 작은 선 전 감독은 슬라이더를 쥐는 법부터 달랐다. 누군가의 노력만으로 따라할 수 있는 구종이 아니었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