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블스’ ‘쇼타임!’ 정예녹 “목소리 내는 배우 될래요”

입력 : 2022.06.21 18:06 수정 : 2022.06.22 13:54
배우 정예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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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예녹은 다재다능하다. 재주 예(藝)에 푸를 녹(綠)을 쓰는 이름처럼 연기부터 춤, 노래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정예녹은 최근 종영한 토일 드라마 tvN ‘우리들의 블루스’(이하 ‘우블스’)와 MBC ‘지금부터, 쇼타임!’(이하 ‘쇼타임!)에 출연해 극에 사실감을 더했다. ’영주’(노윤서)와 ‘현’(배현성)의 친구로 분해 이들의 편에 섰으며 ‘슬해’(진기주)의 20년 지기로서 가족 같은 우정을 보여줬다.

지난 2014년 연기에 입문한 정예녹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작품을 마쳤다. 매번 현장감 넘치는 대사를 선사한 그이지만, 이는 오랜 연기 내공으로 만들어진 결과란다. 스포츠경향도 이 꾸준함에 주목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정예녹은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와 자연스러운 웃음이 인상적인 배우였다. 그는 ‘우블스’ ‘쇼타임!’을 끝낸 소감부터 현재까지의 연기 인생,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했다.

배우 정예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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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블스’ 선미와 ‘쇼타임!’ 신나은

‘우블스’는 주인공 14명의 관계가 엮인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로 정예녹은 극 중 영주의 가장 친한 친구인 ‘최선미’를 연기했다. 선미는 영주와 현의 임신 사실을 가장 먼저 접하고 이들을 향한 걱정과 응원을 보내는 인물이다. 두 사람이 학교에 출산 계획을 알리는 장면에서는 영주와 현의 복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투표를 진행해 만장일치 결과를 가져온다.

“선미는 반전이 있는 캐릭터예요. 극 초반에는 ‘너무 가볍게 남 이야기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나중에 영주와 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죠. 제가 분석한 선미는 ‘알게 모르게 속이 깊은 사람’이에요. 툭툭 내뱉는 대사였지만 ‘나에게 만큼은 네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돼’라고 말하는 거였죠. 속내를 드러내도 괜찮다는 것을 선미의 방식으로 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김혜자, 이병헌,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이름을 알린 ‘우블스’는 노희경 작가의 집필로도 주목받았다. 정예녹은 “‘우블스’에 참여해 영광이었다”며 “그만큼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고 밝혔다. 시놉시스도 역할 설명도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캐릭터를 공부하며 그 안에 담긴 뜻을 찾았다.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에 제 대사가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렇지만 캐릭터를 보면 볼수록 걱정이 앞섰죠. 일반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너네 (임신한 거) 티나’ ‘어쩌려고 그래’ 등의 말을 하는 선미는 ‘말을 함부로 하는 아이’일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지만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선미는 영주와 현에게 지지의 말을 건네요. 특히 두 사람의 친구로는 선미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대목에서 작가님의 의도를 고민하기도 했어요. 전체적으로 극 초반에는 영주와 현을 향한 걱정 그리고 후반에는 수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를 선미라는 한 사람의 태도 변화로 그려낸 것 아닌가 싶어요”

‘우블스’에서 고등학생을 연기한 정예녹은 ‘쇼타임!’에서 96년생 ‘신나은’으로 변신했다. 앞서 고등학생 배역을 맡아왔던 그에게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카페 아르바이트생 나은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은으로 전작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연기했어요. 20대 후반의 배역을 맡은 것도 아르바이트를 한 것도 처음이었지만, 교복을 벗고 색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서 기뻤어요. 작품 안에서 슬해는 어머니, 아버지와 일찍 이별한 상황인데요. 그의 가족이자 친구라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내가 네 가족이 돼 줄게’라는 직접적인 대사는 없지만 믿음직스럽고 힘이 되어 주는 연기를 시도했습니다”

배우 정예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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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반대, 연기로 설득했죠”

정예녹은 지난 2014년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단역으로 방송에 입문했다. 이후 독립영화 ‘시선 사이’, 웹 시트콤 ‘느껴, 지니’, 드라마 ‘어하루’ 등에 출연하며 학업과 연기를 병행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작품 활동 중인 정예녹. 그에게 연기 시작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물어봤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각시탈‘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메이킹 영상에 나온 모습 하나하나에 눈길이 갔죠. 그중에서도 대본 읽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그리고 ‘나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막연하게 드라마를 보며 대본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인물들의 대화를 내 방식으로 말할수록 점점 재미가 붙더라고요. 그리고 ‘각시탈’ 촬영 현장을 보고 연기에 확 꽂히게 돼요. 이를 계기로 오디션을 보고 학원에 다니며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중학생 때 꿈을 정한 정예녹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매체 연기를 시작했다. 이른 나이에 진로를 정한 만큼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단단한 의지로 스스로를 증명했다. 정예녹은 이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표현하며 운을 뗐다.

“배우가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부모님께서도 잘 아셨기 때문에 반대를 하셨어요. 처음 단역을 맡을 때만 해도 응원하시는 분위기는 아니었죠 그런데 점점 인정받고 싶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어하루’에 출연했죠. 그 뒤로는 부모님도 제 연기를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배역을 맡아서일까요. 걱정을 많이 하셨던 아빠도 ‘요새는 어떤 오디션 보니?’라고 먼저 말씀하실 때도 있어요”

정예녹은 2번의 입시 끝에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18학번이 됐다. 세부 전공으로 연극을 택한 그는 최근 학교 선후배들과 협업하며 한 차례 공연도 마쳤다.

“작년 2학기 때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섰어요. 하나의 신을 여러 각도에서 찍는 매체 연기와는 다르게 같은 연기를 반복하는 부분이 없잖아요. 또 직접 보는 관객들도 있고, 회차별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도 있으니까 더 자유로운 분위기인 것 같아요. 특히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게 재밌더라고요. 이번 1학기 공연은 ‘쇼타임!’ 촬영 일정으로 기획을 맡았는데요. 포스터 제작, 프로필도 촬영 등 스태프의 입장에서 무대를 보니까 되게 색다르더라고요. 제작자로서의 시선을 얻게 된 값진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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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차 배우지만, 연기 공부에 매진하고 있어요”

올해 9년 차가 된 정예녹은 요즘도 연기 공부에 한창이다. 지상파 드라마부터 OTT 영화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작품을 접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 동안 활동하면 전문가다’라는 말이 있는데, 연기는 예외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표현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작업이거든요.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지만, 편견이 작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하면 할수록 공부해야 할 부분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물음표를 지워나가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정예녹은 독립영화 ‘시선 사이’ 드라마 ‘소년심판’ ’우블스’ 등 울림 있는 작품에도 이름을 올렸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던 만큼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한 목표도 명확하다.

“한번 봤을 때 즐겁고 기분 좋은 내용도 좋지만 가끔은 목소리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제 배역과 맞지는 않았지만 ’소년심판‘에서도 억울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사례가 잘 전달된 것처럼요. 사회문제를 연기로 대변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 시간 인터뷰 끝에 바라본 정예녹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였다. 그는 “더 다양한 작품, 배역으로 인사드리겠다”며 꾸준한 연기를 예고했다.

“조금 있으면 연기한 지 10년이 되는데요.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통해 나오는 연기가 다를 때도 있고 어색한 순간도 있죠. 그렇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 신념을 잃지 않는다면 나아갈 길에 문제는 없다고 믿어요. ‘우블스’의 이병헌, 이정은 선배처럼 ‘어딘가에 저런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수식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더 보여줄 모습이 많은 만큼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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