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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세상을 녹여라…풍혈, 마음을 녹일테니”…이 여름 냉혈 여행지9

입력 : 2022.07.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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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캐던 광산, 이제 바람을 캔다…보령·김제

폭염에 어깃장, 자연 풍혈…의성·밀양·울릉

깊은 계곡, 바람이 분다…양양·무주·울주·대관령

얼음이 맺힌 얼음골. 사진제공|밀양시청

얼음이 맺힌 얼음골. 사진제공|밀양시청

세상이 도가니로 급속항진 중이다. 엄중한 집결호에 군소리는 애초에 줄행랑이다. 수은주는 출혈된 온도계의 유리천장을 뚫을 기세다. 소나기 피하듯 맹폭염을 눈치껏 피할밖에. 조금 비겁하면 폭염 속 세상도 즐겁다. 마천루가 숨긴 친환경 풍혈, 얼음골, 천연 에어컨, 천연 냉장고라 불리는 이때가 제격인 ‘냉방’ 여행지를 소개한다. 너는 무더워라, 난 시원할 테니… 끈적이는 세상 속 피난처를 주문처럼 끄적인다. 모닝캄보다 루프리텔캄~

■ ‘천연 에어컨’ 보령냉풍욕장

사진제공|보령시청

사진제공|보령시청

이 계절에 적반하장이다. 이 무더위에 맞서 지하 수백m 폐광에서 오싹할 정도의 찬 바람을 불러낸다. 충남 보령 성주산 자락 청라면 의평리에 있는 이 냉풍욕장은 3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탓이다. 운영은 8월19일까지다. 보령시는 냉풍욕장 재개장을 위해 그늘막과 수도, 조명 등을 정비했다. 입장객 발열 체크를 위한 열화상카메라를 설치했다.

사진제공|보령시청

사진제공|보령시청

보령냉풍욕장은 폐광을 연결해 만든 200m 길이의 인공터널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서늘하다 못해 찬 기운이 느껴진다. 폐광 깊숙한 곳의 찬 공기가 외부의 더운 공기와 자리를 바꾸는 대류현상으로 찬 바람이 불게 된다. 이곳의연중 기온은 10∼15℃다. 냉풍욕장 안의 기온이 12℃이고, 바깥 기온이 30℃를 웃돈다면 약 20℃ 정도 차이 난다. 아이들이 온 몸에 담요를 두르고도 춥다고 난리가 날 만하다.

사진제공|보령시청

사진제공|보령시청

폐광의 찬 바람을 이용해 재배한 양송이 버섯도 이 곳 특산이다. 이것으로 빈대떡과 회무침도 맛볼 수 있으니 입도 즐겁다. 인근의 성주산 화장골 계곡과 심연동 계곡에서도 숲과 계곡이 만들어내는 청정 바람을 즐길 수 있다.

■ 찜질방이 감춘 ‘냉풍굴’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굳이 전국에 널려있는 찜질방을 폭염 여행지라 눈 딱감고 소개할 수는 없다. 혹자 입 아픈 호객이고 귀 아픈 객설로 여길 일을 하고야 만다. 하지만 전북 김제의 모악산 찜질방은 이 계절을 깰 필살기를 숨기고 있다. 비기는 찜질방 뒤편으로 연결된 ‘냉풍굴’에 숨겨놨다. 이 마을에는 예부터 20개가 넘는 금광굴이 있었는데, 그중 한 곳을 활용해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피서지로 만들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황토찜질에선 ‘이열치열’로, 입구에서부터 냉기를 뿜어내는 냉풍굴 안에서 새까만 숯 계란과 식혜를 먹으면 더위는 어느새 저 멀리 줄행랑이다. 이 뿐만 아니다. 인근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차갑다 못해 얼음장을 실감하니 피서의 끝판왕이 따로없다. 모악산 인근에 20㎞의 산책길도 있으니 힐링 여행을 즐길 수 있고, 산약초와 찰떡궁합인 한의원도 있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바람의 고향’ 양양 미천골

사진제공|양양군청

사진제공|양양군청

강원도 양양은 시원한 좋은 계곡이 많다. 그 중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곳이 미천골이다. 미천골휴양림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선림원지가 나온다. 휴양림의 숙소 앞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나무 그늘도 여름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보물 같은 여행지인 이곳에 진짜 보물도 있다. 선림원지에는 삼층석탑, 석등, 홍각선사탑비, 부도 등 진짜 보물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양양군청

사진제공|양양군청

계곡은 계곡으로 이저진다. 법수치 계곡은 물이 불가의 법문처럼 마르지 않는다고 해서 법수치라 이름 붙여졌다. 빼곡한 소나무 숲이 유명하다. 계곡 상류로 올라가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솔숲 산책길이 나온다. 구룡령 입구의 송천 떡 마을이 있으니 입도 심심하지는 않다.

사진제공|양양군청

사진제공|양양군청

■ 마음은 ‘탁발’ 몸은 ‘탁족’ 울주 내원암

사진제공|울주군청

사진제공|울주군청

경북 울주의 내원암 계곡과 진하해수욕장은 서로 가까워 탁족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대운산이 품은 내원암은 탁족이 안식을 주는 휴식처다. 계곡 입구에서 10분 거리인 폭포 아래에 맑고 시원한 소(沼)가 바로 그곳이다. 한적한 바위에 걸터앉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면 사람과 물과 바위가 하나가 되는 탁족 삼매경에 빠진다.

사진제공|울주군청

사진제공|울주군청

내원암 계곡은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연이어 작은 폭포수가 기차놀이를 하듯 흘러내리니 그 경관이 안구정화에 그만이다.

사진제공|울주군청

사진제공|울주군청

탁족을 즐긴 뒤에는 인근의 진하해수욕장과 간절곶을 즐겨도 좋다. 간절곶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먼저 해맞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등대 앞의 우체통과 여인상 등 잔디밭 사이로 조각공원이 조성돼 있다.

■ ‘폭포의 유혹’ 무주 칠연계곡

용추폭포. 사진제공|무주군청

용추폭포. 사진제공|무주군청

덕유산 남서쪽 골짜기에 일곱 폭포와 연못의 절경이 그림 같은 칠연계곡이 있다. 이 일곱 폭포를 돌며 7년간 도를 닦으면 무지개를 타고 승천한다는 전설이 있다. 폭포는 말만 들어도 시원하다.

칠연폭포. 사진제공|무주군청

칠연폭포. 사진제공|무주군청

용추폭포, 명제소, 문덕소 같은 비경이 더위에 지친 마음을 촉촉히 적셔 준다. 의미를 새길 수도 있다. 계곡 안 송정골에 칠연의총이 있다. 조선말 왜병과 싸우다 숨진 의병 150여 명의 무덤이다. 피맺힌 역사의 아픈 사연을 말해주는 듯 붉은 소나무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칠연계곡. 사진제공|무주군청

칠연계곡. 사진제공|무주군청

적상산에는 천일폭포가 있다. 병풍바위에서부터 쏟아지듯 물줄기가 거세다. 전설은 할머니 옛이야기처럼 흥미롭다. 적상산성 서문 아래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장도바위는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적상산을 오르다가 길이 막히자 긴 칼로 내리쳐 길을 내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풍차=선풍기?’ 대관령

사진제공|평창군청

사진제공|평창군청

세상은 한증막이라도 대관령은 냉랭하다. 한낮에도 20도를 넘지 않는다. 해발고도 1000m 이상인 대관령은 쌀쌀맞다. 풍력발전기가 마치 선풍기로 느껴질 정도다. 그렇다고 여행객을 막 대하지는 않다.

해발 1238m 대관령 고루포기산 중턱 기슭에 있는 알프스 목장은 힐링 여행지다.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일원에 순백의 양과 함께 산, 계곡, 푸른 초원 등 천혜의 자연을 느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사진제공|평창군청

사진제공|평창군청

이곳은 양과 산양을 방목하고 푸른 초원 위 힐링, 비밀의 숲, 구름 위 산책(전망대) 등 테마별 트레킹 코스도 있다. 아기 산양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사진제공|평창군청

사진제공|평창군청

정상에 조성된 전망대에서 ‘인생샷’도 남길 수 있다. 목장 정상에 오르면 황병백운(황병산), 금산광풍(칼산), 능경일출(능경봉) 등 대관령 8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제공|평창군청

사진제공|평창군청

대관령 하늘목장도 인기다. 소·말·양떼를 직접 만질 수도 있고 넓게 펼쳐진 초원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다. 하늘목장은 2005년 8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웰컴투 동막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선자령 정상에서는 동해와 강릉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역사적’ 빙계계곡

빙계 얼음골 야영장. 사진제공|의성군청

빙계 얼음골 야영장. 사진제공|의성군청

경북 의성의 빙계계곡 골짜기는 기암괴석이 어깨동무를 한 협곡이다. 춘산면에 이르면 빙산(氷山)이 있다. 백설이 아닌 초록이 만개한 이곳엔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산다. 그래서 빙산이다.

이 곳은 역사적(?) 풍혈지다. ‘동국여지승람’에도 그리 쓰여 있다. “입하가 지나면 얼음이 얼기 시작해 아주 더우면 얼음이 딱딱하게 되고, 장마가 들면 얼음이 풀린다”고 말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이 곳 풍혈을 누에를 기르는 잠실(蠶室)로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빙계계곡 물레방아. 사진제공|의성군

빙계계곡 물레방아. 사진제공|의성군

동네 이름도 빙계리(氷溪里)다. 빙산을 감돌아 흐르는 물줄기는 ‘빙계’라 한다. 큰 바위에 ‘빙계동(氷溪洞)’이라고 떡하니 써놓았으니 ‘썰렁함’엔 분명 자신 있어 보인다.

빙혈(氷穴)은 춘원 이광수의 장편소설 ‘원효대사’에도 나온다. 요석공주가 젖먹이 아들 설총을 데리고 원효대사를 찾을 때 마을 사람들은 “빙산사 빙혈 속에 기도하는 이상한 스님이 있다”고 말한다.

빙계서원. 사진제공|의성군청

빙계서원. 사진제공|의성군청

빙혈엔 네다섯 명이 앉을 수 있다. 벽에는 부적과 같은 난해한 그림과 문구들이 빼곡하다. 빙혈에서 약 100m 거리에 풍혈이 있다. 바위틈이 좁은 굴이다. 계곡의 도롯가에도 몇 군데 풍혈이 있다. 빙계계곡은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527호다.

■ 수맥이 만든 울릉도 풍혈

봉래폭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봉래폭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울릉도 저동에서 1.6㎞ 정도 떨어진 산기슭에 있는 봉래폭포 관광지 안에 울릉도 풍혈이 있다. 이 풍혈은 지하 수맥에서 비롯된 바람이다. 지하와 외부 온도와의 차이가 한 여름철 바람을 더욱 차갑게 만든다.

사진제공|울릉군청

사진제공|울릉군청

봉래폭포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와 더불어 풍혈은 시원함을 넘어 서늘함을 느끼게 할 정도다. 풍혈 휴게소 주변은 울창한 숲이 둘러싸고 있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풍혈 주변엔 폭포전망대, 삼림욕장, 피크닉장, 휴게소 등이 함께 꾸며져 있다.

사진제공|울릉군청

사진제공|울릉군청

■ ‘고드름’ 재약산 얼음골

얼음결빙된 모습. 사진제공|밀양시청

얼음결빙된 모습. 사진제공|밀양시청

밀양 재약산 북쪽 600∼750m 높이에 있는 얼음골이다. 삼복더위에 얼음이 얼고 처서가 지난 다음에야 녹는단다. 대개 얼음은 4월 초순부터 8월 초순까지 언다. 더위가 심할수록 얼음도 더 많이 언다고. 그 신비로움은 천연기념물(224호) 지정으로 이어졌다.

사진제공|밀양시청

사진제공|밀양시청

이곳에서는 고드름 보는 것은 예삿일이다. 얼음골에 들어서면 대형 냉장고 속에 들어간 듯 순식간에 시원해진다. 여름 평균 기온이 0.2℃, 계곡물은 12∼14℃ 정도로 아주 낮은 편이다. 얼음골의 정식이름은 시례빙곡(詩禮氷谷)이라고 한다. 아쉬운 것은 올해 이 얼음들이 빨리 녹았다는 것이지만, 다행히도 얼음골의 서늘한 위세는 올해도 어김없다는 것. 표충사와 연계해 관광코스로 잡으면 좋다.

사진제공|밀양시청

사진제공|밀양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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