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쇼핑몰에서 평소 갖고 싶던 신발 한 켤레를 샀다. 그런데 고가의 브랜드 제품임에도 구매 후 며칠이 지나지않아 물이 새고 실밥이 풀어지는 등의 문제가 이어졌다. 해당 제품이 가품, 일명 ‘짝퉁’임을 의심한 A씨는 곧 쇼핑몰에 교환을 요구했지만 담당자는 ‘판매자가 병행수입을 한 제품’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A씨는 “쇼핑몰 측에서 판매자를 통제하지 못 한 것인데 그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호소했다.

A씨가 한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타미힐피거 스니커즈. 구매한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제품이지만, 실밥이 풀어진 것은 물론 바닥에는 구멍이 생겼다.
최근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교환·환불에 대한 소비자 불편이 크게 늘고 있다. 각 오픈마켓들이 병행수입제품들을 섞어 판매하면서도 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해당 판매자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들이 이 처럼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통신판매업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자로 분류돼 있어 이와 관련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뿐 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각 홈페이지 하단에 ‘통신판매중개자로서 거래 당사자가 아니며, 입점 판매사가 등록한 상품정보 및 거래 등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공지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같은 공백이 결국 오픈마켓의 가품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피해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통계청 정보공개 회신자료를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9~2021년) e커머스 19개 업체의 가품 적발 건수는 총 42만709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품 판매가 가장 많은 곳은 네이버와 쿠팡으로 꼽혔다. 네이버와 쿠팡의 위조상품 적발 및 유통건수는 각각 16만6544건과 9만6898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62%에 달했다. 이어 위메프(6만6374건), 번개장터(4만5131건), 인터파크(2만3022건), G마켓(9017건), 11번가(7578건) 등 역시 적지 않은 가품이 적발됐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판매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수 많은 판매자들과 또 판매자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을 모두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그 책임을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다 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거래 규모는 82조 원 수준으로, 지난 2018년 30조 원 규모를 보였던 것에서 두 배 이상 커졌다. 롯데·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오픈마켓에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커진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확대되면서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A씨가 오픈마켓 사업자로부터 받은 메시지. 해당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제품임에도 사업자는 ‘판매자의 병행수입’을 이유로 사후처리를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