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이라서 책임이 없다고요?

입력 : 2022.07.13 16:37

4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쇼핑몰에서 평소 갖고 싶던 신발 한 켤레를 샀다. 그런데 고가의 브랜드 제품임에도 구매 후 며칠이 지나지않아 물이 새고 실밥이 풀어지는 등의 문제가 이어졌다. 해당 제품이 가품, 일명 ‘짝퉁’임을 의심한 A씨는 곧 쇼핑몰에 교환을 요구했지만 담당자는 ‘판매자가 병행수입을 한 제품’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A씨는 “쇼핑몰 측에서 판매자를 통제하지 못 한 것인데 그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호소했다.

A씨가 한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타미힐피거 스니커즈. 구매한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제품이지만, 실밥이 풀어진 것은 물론 바닥에는 구멍이 생겼다.

A씨가 한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타미힐피거 스니커즈. 구매한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제품이지만, 실밥이 풀어진 것은 물론 바닥에는 구멍이 생겼다.

최근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교환·환불에 대한 소비자 불편이 크게 늘고 있다. 각 오픈마켓들이 병행수입제품들을 섞어 판매하면서도 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해당 판매자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들이 이 처럼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통신판매업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자로 분류돼 있어 이와 관련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뿐 이라는 이유로, 이들은 각 홈페이지 하단에 ‘통신판매중개자로서 거래 당사자가 아니며, 입점 판매사가 등록한 상품정보 및 거래 등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공지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같은 공백이 결국 오픈마켓의 가품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인 피해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통계청 정보공개 회신자료를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9~2021년) e커머스 19개 업체의 가품 적발 건수는 총 42만709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품 판매가 가장 많은 곳은 네이버와 쿠팡으로 꼽혔다. 네이버와 쿠팡의 위조상품 적발 및 유통건수는 각각 16만6544건과 9만6898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62%에 달했다. 이어 위메프(6만6374건), 번개장터(4만5131건), 인터파크(2만3022건), G마켓(9017건), 11번가(7578건) 등 역시 적지 않은 가품이 적발됐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판매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수 많은 판매자들과 또 판매자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을 모두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그 책임을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다 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해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거래 규모는 82조 원 수준으로, 지난 2018년 30조 원 규모를 보였던 것에서 두 배 이상 커졌다. 롯데·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오픈마켓에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커진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확대되면서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A씨가 오픈마켓 사업자로부터 받은 메시지. 해당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제품임에도 사업자는 ‘판매자의 병행수입’을 이유로 사후처리를 거절했다.

A씨가 오픈마켓 사업자로부터 받은 메시지. 해당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제품임에도 사업자는 ‘판매자의 병행수입’을 이유로 사후처리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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