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우영. 정지윤 선임기자
열이면 열 반응이 모두 똑같다. 떠올리기도 싫은 듯한 표정으로 시작해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온다. 대부분 1초의 머뭇거림도 없다.
A구단 베테랑 타자는 “어우, 무시무시하게 들어온다. 사실, 어떻게 대비하더라도 때리기는 어렵다. 눈으로 보고 때리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B구단 타격코치도 “그거 못때린다. 정말 때리기 어려운 공”이라고 주저없이 답했다. B구단 데이터팀장은 “현재 불펜투수 중 가장 센 공을 던진다. 회전수와 무브먼트 등 여러 수치로 나타나는 것만 봐도 대응이 힘든 공”이라고 분석했다.
LG 정우영은 ‘원피치’ 투수다. 95% 이상 비율로 ‘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지난 겨울 구종을 다양화하는 대신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근육량을 늘리면서 구속을 4~5㎞는 끌어올렸다. 살아 움직이는 150㎞ 초반대 투심패스트볼이 포수 미트에 꽂히는 궤적을 보고 있자면, KBO리그 타자들의 체험담과 현장 지도자들의 평가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누군가는 정우영의 공을 잘 때리고 있다. 여럿이 정우영으로부터 안타를 뽑아내고, 볼넷을 골라내고 있다.
정우영은 25일 현재 2승1패 21홀드(2위) 평균자책 2.19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 최상위권 성적이지만,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41로 LG 불펜진 평균 수치인 1.27을 웃돈다. 여름 시즌으로 접어든 6월 이후로는 WHIP가 1.57로 조금 더 나빠졌다. 승부 하는 과정에서의 고단함이 컸다는 것을 입증하는기록들이다.
질문을 바꿨다. ‘그러면 정우영의 공을 어떻게 쳤냐’고. 대답은 한 곳으로 모아진다. ‘좋지 않을 때 쳤다’고.
정우영은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를 보인다. 경기별 무브먼트와 제구 차이가 비교적 있다. 팀 내부에서는 “워낙 공이 좋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투수 시야 기준 우측으로 방향을 급히 틀며 가라앉는 투심패스트볼을 던지는 정우영은 뜬공 대비 땅볼 비율 4.47로 압도적인 투수다. 올시즌 리그 평균인 1.06과 비교조차 안되는 리그 최고의 땅볼 투수다.
그래서 정우영이 허용하는 대부분의 피안타는 땅볼 코스 안타다. 지난 22일 창원 NC전에서 김주원에게 맞은 중전안타와 24일 NC전에게 박건우에게 맞은 좌전안타는 바운드의 특성은 달랐지만 모두 땅볼 안타였다.
‘원피치 투수’가 사는 법은, 정우영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구종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무브먼트의 완성도와 제구의 완성도에 있다. 정우영에게 안타를 쳐낸 기록이 있는 한 타자는 “어차피 ‘투심’이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온다는 생각의 느낌으로 돌렸는데 타이밍이 맞았다”고 말했다. 그날 정우영의 공은 바깥쪽 보더라인을 겨냥한듯 비행하다가 한복판으로 몰리듯 말려 들어갔다. 투심 궤적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이같은 타자들의 대응법을 이겨내는 방법은 알고도 못때리는 구위 또는 제구다.
정우영의 투심패스트볼은 최근 몇년 사이 KBO리그 여러 투수가 던지는 ‘단일구종’으로는 주목도가 가장 높은 공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두는 이유다.
그러나 투수든 타자든 야구는 평균치를 상향 조정해 그 편차를 줄이기는 것을 기본 목표점으로 둔다. 검지와 중지를 실밥에 올려놓고 던지는 ‘투심(two-seam) 패스트볼’이 등판할 때마다 달리 보이는 ‘투심(two 心)’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줄이는 것이 그래서 정우영에게는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정우영은 지금도 불펜투수로는 ‘KBO리그 톱’이다.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큰 투수가 되려는 꿈이 있다면···. 점차로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타자들이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