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건전한 문화창달에 이바지한다’는 명제가 있어 예전부터 늘 그 표현수위에 있어 당대문화와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왔다. 드라마에서도 언제는 담배를 피우는 일이 허용됐다가 지금은 안 되고, 언제는 키스가 그저 얼굴을 가리는 느낌이었다가 진짜로 하게 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물론 이는 예능도 예외가 아니다. 웃음을 주는 일은 즉시적이고 본능적이라 늘 자극의 수치가 클수록 웃음도 크다. 그 자극은 욕설이기도 했다가 폭력적인 표현이기도 했다가 한때는 외모의 비하이기도 했다.
‘마녀사냥’은 이 중에서 성(性)에 대한 ‘금기(禁忌)’를 넘나드는 콘텐츠였다. 2011년 JTBC 개국 이후 기존 예능작법에 대한 오마주와 새로운 예능경향의 도입에서 딜레마를 겪던 채널에서 과감하게 지금 젊은 세대의 연애를 들여온 시도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남녀 사이에서 마음이 통하는 신호로 여겨졌던 ‘그린라이트’, 교제는 아니지만 호감이 있는 단계를 명명하는 ‘썸’ 그리고 잠자리에서의 매너나 그 전후의 과정을 다루는 소재는 분명 파격적이었다. 이 분야에서는 일가를 이룬 신동엽의 화술에 ‘톱게이’로 출연한 홍석천의 존재감. 그리고 성시경, 허지웅, 곽정은, 한혜진 등 과감하고 유려한 입담의 출연자도 차별점이었다.
그런 ‘마녀사냥’이 2022년 버전을 달고 다시 돌아왔다. 플랫폼도 지금 추세에 맞게 그리고 수위를 조절하기 쉽게 OTT 플랫폼 티빙을 택했다. 예전 프로그램에서 막내 연출이었던 홍인기PD가 메인PD가 됐다. ‘그린라이트’도, 어눌한 투의 시청자 사연도, 길거리 부스도 돌아왔다.
지난주 첫 방송을 마친 ‘마녀사냥 2022’. 이 프로그램을 본 감회가 예전과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라는 과도기 측면의 허전함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지금 시대, 지금의 연애에서 ‘마녀사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조금은 근본적인 궁금증이다.
과거 방송환경에서 ‘마녀사냥’은 분명 이단아였다. 연출진도 수위조절이 안 돼 방송심의위원회에 불려간다는 이른바 ‘양복을 입는 날’이 잦았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은 유쾌하고 솔직한 기조를 잃지 않았고 이는 금기를 허무는 재미를 줬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플랫폼도 TV에서 SNS, OTT로 넓어졌고 금기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이들에 있어서는 귀찮은 구속일 뿐이다. 단순히 성에 대해 비유하며 표현하고 그 표현에서 쾌감을 느끼는 거라면 다른 방법도 많다는 이야기다.
이 시점에서 ‘마녀사냥’이 해야 할 일은 오히려 연애 리얼리티의 큰 형님, 큰 언니의 관점에서 조금 더 성(性)이 사랑 그리고 사람과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람탐구’가 되지 않아야 하지 않나 싶은 것이다. 과거처럼 금기 자체에만 집착하면 오히려 지금의 시대에는 구닥다리가 되고 만다.
물론 ‘마녀사냥’ 첫 회는 재기발랄했다. 신동엽은 여전했고, ‘여자 신동엽’ 김이나 역시 저력이 있었다. 코드 쿤스트의 공감도, 비비의 도발적인 매력도 돋보였다. 하지만 단지 ‘19금 토크’만을 바라본다면 ‘마녀사냥’이 세상을 향해 내는 창문은 도리어 닫히고 말지 모른다. 금기가 없는 시대, 무엇을 바라볼지는 프로그램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