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수들, 요즘 코치들 그리고 배영수

입력 : 2022.10.17 10:21 수정 : 2022.10.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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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40주년 레전드 시상식 이후의 배영수 코치. 정지윤 선임기자

KBO 40주년 레전드 시상식 이후의 배영수 코치. 정지윤 선임기자

롯데 투수진을 새롭게 이끌게 된 배영수 코치와 지난 주 전화 인터뷰 중 기자가 한번 되물은 대목이 있었다. ‘FIP’라는 세이버매트릭스 용어가 나왔을 때다. 발음 문제나 청각 문제는 아니었다.

‘클래식’ 느낌 나는 고강도 훈련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갈 때였다. 그 틈에 갑자기 튀어나온, 결이 다른 용어에 기자가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간 여러 지도자를 만나면서도 코치로부터는 ‘FIP’라는 용어를 먼저 들어본 적은 없었다.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는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이다. 최근 세이버매트리션들이 선호하는 투수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배 코치는 롯데 투수진의 변화를 위한 개선 방향을 조목조목 짚는 과정에서 그래도 기대하는 배경 중 하나로 ‘FIP’를 얘기했다. 올시즌 롯데의 팀 평균자책은 4.47로 9위였던 데 반해 FIP는 3.61로 2위로 좋았다.

지난 주말이었다. 두산 구단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배 코치의 지난 흔적에 대해 다시 물었다. 배 코치는 앞서 두산에서 3년간 코치 생활을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배 코치는 전력분석실을 가장 자주 들락거리는 코치였다. 세이버매트릭스 뿐 아니라 트랙맨을 통해 각종 수치를 수시로 확인하고 적용하는 것이 생활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시각과 경험에서 나오는 판단의 근거과 각종 장치에서 나오는 지표들을 비교하고 그 간격을 좁혀가는 데도 관심이 가장 컸던 코치로 두산 관계자들은 알고 있었다.

배 코치는 “나는 ‘옛날야구’와 ‘요즘야구’를 다 좋아한다.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인터뷰에서 화제가 된 것은 그 중 ‘옛날야구’였다. 배 코치는 롯데 마운드의 혁명적 변화를 위해 전에 없이 훈련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고했다. 알파벳 등급을 활용해 “투수들 모두 자기 위치부터 직시하자”는 ‘돌직구’도 던졌다. 낯선 팀으로 이적하며 의례적인 ‘친화적 메시지’부터 내놓는 대신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는 ‘소신’부터 얘기했다.

이를 두고 선수 출신 야구인이 ‘품평’을 하는 한두 이야기가 들렸다. 이를테면 “요즘 선수들, 그렇게 접근해서는 잘 따라오지 않는다”는 식의 얘기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굳이 야구장이 아닌 다른 공간의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참 다르다”는 얘기는 시대와 관계 없이 줄곧 나온다. 프로야구팀 문화 역시 많이 달라졌다.

선수의 자리에서 코치의 영역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눈에는 보여도 웬만해서는 개입하지 않으려는 코치도 전보다 늘어난 듯 보인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속담에 충실하려는 지도자에 대한 얘기도 종종 들린다. 실제 한 레전드 투수출신 한 지도자는 최근 훈련량과 훈련방법의 아쉬움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변화를 주기 어려운 구조에 관해 얘기하기도 했다. 그 역시 책임을 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보였다.

코치와 선수 연봉 차이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일면 지금 풍토를 만든 배경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들도 대개 코치 초봉은 연봉 5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연봉이 ‘5000만원’이라고 그 만큼의 역할만 하려 한다면 ‘5000만원짜리 코치’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지금 선수들의 세태는 코치와 지도자들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옛날야구’에 대한 해석이 강압적 언행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 부분을 걷어내면 선수에 대한 애정과 관심, 표현, 소신, 책임감 같은 좋은 것들이 남는다.

배영수 코치의 행보가 주목할 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작은 변화로 될 일이었으면 본인이 롯데의 부름을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배 코치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롯데의 마무리캠프는 17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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