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 만한 곳 5
- 경기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정원
- 강원 정선의 로미지안가든
- 충북 옥천의 옥천 수생식물학습원
- 경남 밀양의 월연정
- 전남 진도의 운림산방
가을 하늘 높다지만, 하늘길을 걸을 수 없다. 말마저 살이 오른다지만, 우리의 마음까지 거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 의지해 이 땅의 정취를 느껴야 하고, 살찐 말의 풍성함을 빗대 우리 정서까지 담아내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가을살이’일 터.
이런 가을 여심에 한국관광공사가 가볼만한 정원 5곳을 뽑아 가이드한다. 그 이름하여 ‘비움과 채움이 있는 가을 정원’이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 고즈넉한 풍경이 그립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차분하게 거닐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특별한 정원을 소개한다.
미술관이 품은 가을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정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정원 ‘시간의정원’에서 바라본 원형정원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사진제공|박상준(여행작가)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이하 과천관)은 청계산 자락에 있어 나들이 삼아 가기 제격이다. 올해는 ‘MMCA 과천프로젝트 2022 : 옥상정원―시간의 정원’ 전시가 가을 정취를 더한다. ‘시간의 정원’은 조호건축(이정훈 건축가)이 과천관 옥상에 디자인한 지름 39m 원형 구조물이다. 정원 밖으로 보이는 일대의 자연과 흰색 파이프 그림자의 변주가 흥미롭다. 출발점은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이 좋다. 1층부터 3층 ‘시간의 정원’ 입구까지 나선형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관람한다. ‘시간의 정원’ 가운데 아래층에는 황지해 작가의 ‘원형정원 프로젝트 :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전시가 열린다.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주변 산과 들의 식생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우리 땅 곳곳의 생태를 옮겨 왔다. 과천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옥상정원 오후 5시 30분), 월요일은 휴관한다.

하늘에서 본 시간의 정원과 원형정원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은 과천관과 단짝 여행지로 과학 체험의 보고다. 아해박물관은 전통 놀잇감을 전시·체험하는 곳이다. 인근 추사박물관은 과지초당이 매혹하고, 누마루에서 듣는 독우물의 물소리가 은은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경기 과천시 광명로 (02)2188-6000.
사랑이 깊어지는 정원, 정선 로미지안가든

로미지안은 아내의 애칭과 남편의 호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사진제공|권다현(여행작가)
강원도 정선에 자리한 로미지안가든은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가꾼 특별한 정원이다. 10년 정성이 사랑을 만들어냈다. 이곳의 ‘가시버시성’은 부부의 순우리말인 가시버시에서 따왔다. 베고니아를 1년 내내 감상할 수 있는 ‘베고니아하우스’도 볼거리를 더한다. ‘프라나탑’과 ‘붉은자성의언덕’ 등이 눈길을 사로잡고 발길을 끌어당긴다. 전문가와 함께 ‘금강송산림욕장’에서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유럽의 산장을 떠올리게 하는 카페와 현지에서 전수한 손맛을 자랑하는 일식당, 전망이 빼어난 숙소가 있어 느긋하게 걷고 한가로이 쉬기 좋다. 로미지안가든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명절 당일 휴관), 관람료는 어른 1만 5000원, 청소년 7000원이다.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가꾼 특별한 정원, 로미지안가든. 사진제공|로미지안가든.
인근에 기차역이자 카페로 운영하는 나전역이 있다. 포토 존도 있다. ‘정선아리랑’의 발상지로 알려진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 물줄기가 한데 어우러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전망이 아름다운 캠핑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동강전망자연휴양림도 가볼만 하다. ▷로미지안가든, 강원 정선군 북평면 어도원길, (033)562-3382.
바람마저 쉬어가는 곳, 옥천 수생식물학습원(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 전망대. 사진제공|진우석(여행작가)
수생식물학습원은 주서택 원장이 목사 퇴임 후 도시 사람들이 자연의 품에서 쉴 수 있는 장소로 가꾼 곳이다. 학습원은 대청호 품에 안긴 사색과 성찰의 공간으로, ‘수생식물학습원’이란 공식 명칭보다 ‘천상의 정원’이란 별칭이 잘 어울린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천상의 바람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학습원이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대, 수련이 가득한 연못 등을 둘러보는 맛도 일품이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 일요일에 쉰다.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청소년 4000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생식물학습원. 사진제공|진우석(여행작가)
청풍정은 옥천의 숨은 여행지다.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과 기생 명월의 애잔한 러브 스토리가 전해진다. 장령산자연휴양림은 자연에 묻혀 하룻밤 보내기 좋다. 맑은 금천계곡을 따라 이어진 치유의숲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원양조장은 4대째 내려오는 술도가로 유구한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옥천군청 문화관광과, 충북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 (043)730-3412.
선비가 꾸민 낭만 가득한 별서 정원, 밀양 월연정

가을빛으로 물든 월연대 일원. 사진제공|밀양시청
월연정(경남유형문화재)은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낙향해 지었다. 쌍경당과 그 옆에 자리한 제헌, 월연정 등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명승)’이라 부른다. 먼저 만나는 곳은 쌍경당. 쌍경(雙鏡)은 ‘강물과 달이 함께 밝은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는 뜻이다. 쌍경당 옆 얕은 계곡에 놓인 쌍청교를 건너면 월연정에 닿는다. 월연정은 한가운데 방이 하나 있고 사방이 마루다. 이곳에 앉으면 가을빛을 안고 흘러가는 밀양강이 내다보인다. 보름달이 뜰 때 달빛이 강물에 길게 비치는 모습이 기둥을 닮아 월주경(月柱景)이라 하는데, 옛사람들은 월주가 서는 보름마다 이곳에서 시회를 열었다.

석축 아래에서 올려다 본 월연대. 사진제공|최갑수
영남루(보물)는 밀양을 대표하는 여행지다.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일컫는다. 밀양의 가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천황산(재약산)이다. 새하얀 꽃을 탐스럽게 피운 억새로 가득해 여행객이 몰린다.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밀양에서 요즘 뜨는 여행지는 위양지다. 연못가에 자라는 왕버들이 신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밀양시청 관광진흥과, 경남 밀양시 용평로, (055)359-5787.
남종화 닮은 호수가 그린 진경, 진도 운림산방

운림산방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사진제공|진도군청
진도 운림산방(명승)은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낙향해서 지은 화실이다. ‘첩첩산중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뜻이다. 진도에서 태어난 허련이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모시고,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가 돼 임금 앞에서 그림을 그린 영예를 누렸다. 운림산방은 허련의 삶과 주변의 빼어난 풍광, 아름다운 남종화까지 산책하듯 만나는, 가을다운 공간이다. 소치1·2관에는 허련부터 5대에 이르는 작품과 홀로그램, 미디어 아트 등을 선보여 여행자가 미술에 친근하게 다가갈 기회를 마련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30분(동절기 오후 4시 30분·연중무휴),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800원.

운림지와 배롱나무. 사진제공|문일식(여행작가)
진도타워는 울돌목과 진도대교, 해남 일대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진도타워와 우수영국민관광지를 잇는 명량해상케이블카는 명량해전의 격전지 울돌목 상공을 가로지른다. 진도개테마파크는 명견 진도개(천연기념물 제53호,‘진도의 진도개’를 지칭)의 우수성을 보여준다. 진도 용장성(사적)에 가면 삼별초의 함성이 아련하. ▷진도군청 관광과, 전남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061)540-3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