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X인터뷰

‘대행사’ 이보영 “부모복 없고, 사연 많은 역? 이제 멜로, 로코도 하고파”

입력 : 2023.02.27 09:00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지방대, 여성 출신에게 노골적으로 한계를 두는 회사. JTBC 드라마 ‘대행사’의 주인공 고아인은 정글 같은 사회생활을 뚫고 자신의 길을 만든다. 결국 ‘길 밖에 길은 있다’는 말답게 내면적인 성장을 이루고 새길 찾는 결말을 맞았다.

비슷한 비유는 아니지만 배우 이보영도 비슷한 시간을 살았다. ‘대행사’ 속 광고대행사처럼 노골적인 차별이나 견제는 아니었지만, 배우로서 지금의 시간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두려움과 어려움, 고민을 거쳐 자신의 경력을 일궜다. 이제 ‘이보영’이라는 이름은 어느 정도의 서사가 보장되는 ‘신뢰’의 다른 이름이다.

유독 드라마 속에서 사연이 많고, 특히 부모와의 굴곡이 많았던 이보영이 ‘대행사’를 마쳤다. 그가 연기한 고아인은 성공을 위해 자신도 버리는 냉정한 인물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 속에 한 발 더 성장한다. 피도 눈물도 없었던 인물, 이보영은 연기의 어려움부터 이야기했다.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솔직히 저와 고아인은 공통점이 없어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거든요.(웃음) 무엇이든 강박적으로 집착하지 않고, 속으로는 약한데 센 척하고 포장하는 사람이 못 돼요. 그런 이유로 아인이 측은하고 안쓰럽고 불쌍했죠. 불 꺼진 집에 매번 들어가는 장면이 그렇게 싫더라고요. 회사 안에서의 정치?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잘 다가오지 않았어요.”

자칫 직장 내 젠더갈등으로 비칠 수도 있는 전개였다. 하지만 이보영을 비롯해 감독과 작가가 동의했던 것은 ‘그런 식으로는 그리지 말자’였다. 주인공이 그러한 시련과 차별을 겪고 이를 대항해 또 다른 괴물이 되는 것이 아닌, 자신 내면의 힘을 회복하고 좀 더 넓은 마음을 갖는 서사가 중점이었다. 이보영은 “‘대행사’는 고아인의 성장이야기”라고 정리했다.

“고아인은 줄도 없고, 연도 없고, 빽(?)도 없지만, 인복은 많은 것 같아요. 돈을 잘 벌면 무시 안 당할 줄 알고 높은 곳을 원하지만 하나둘씩 협업을 통해 깨닫고,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꼈어요. 엄마와의 상처도 치유하고, 좀 더 사람답게, 사람과 교류하면서 살죠. 이런 게 성공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출연장면. 사진 드라마하우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출연장면. 사진 드라마하우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매번 세트촬영이 많았던 ‘대행사’ 촬영장은 촬영이 끝날 때마다 배우와 스태프가 모여 맥주파티를 열만큼 화기애애했다. 후배들의 변화무쌍한 연기를 그때마다 다르게 받아쳐야 했던, 연기에 있어서도 신이 났던 현장이었다. 어느 새부터 편안해진 현장. 이보영은 마냥 그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어릴 때는 도망치고도 싶고, 무서웠던 시간도 있었어요. 잘못하니까 겁이 나고, 혼자 ‘이 일이 맞나’ 싶은 고민도 있었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결국 제가 연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연기를 못 했던 기간도 있지만, 어느새 현장의 그 공기가 좋더라고요. 현장에서 무언가를 하는 게 감사하게 느껴지고, 앞으로도 잘 버티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던 변곡점을 2012년 방송됐던 KBS2 ‘적도의 남자’로 꼽았다. 그리고 이러한 힘이 생긴 이유로 남편이자 배우인 지성을 꼽았다. 두 사람은 6년 연애 끝에 2013년 결혼해 지금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지성이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 이보영에게 큰 깨달음이 됐다.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출연장면. 사진 드라마하우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출연장면. 사진 드라마하우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오빠를 만나고 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현장이 무섭다’고 하는 이야기에 이 사람은 신이 나 있는 거예요. 대본에 뭔가 잔뜩 쓰여 있고, 설렌다고 하는 거예요. ‘어떻게 저렇지?’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옆에서 오빠를 관찰하면서 변하기 시작했어요. ‘나도 저렇게 재미있어져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보영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의 ‘이미지’로 흘렀다. 2012년 ‘적도의 남자’로 흥행에 성공한 이후 ‘내 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신의 선물-14일’ ‘긧속말’ ‘마더’ 마인‘까지 이어지는 이보영의 역할은 축약하면 ’사연 많은 인물‘이 된다. 거기에 부모와의 관계도 좋지 않다. 이번 ’대행사‘에서도 자신을 버린 엄마와 재회하는 장면이 있었다.

“밝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 ‘전문직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닌데 그런 작품이 잘 안 들어오네요. 멜로를 잘하게 안 생겼다는 생각이 드시는 걸까요?(웃음) 지금까지 장르나 캐릭터를 가린 적은 없어요. 로맨틱코미디는 정말 대본이 좋아야 재미가 있는데, 그런 작품들은 제게는 오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고아인 역을 연기한 배우 이보영.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반은 웃음 섞인, 반은 한숨이 섞인 푸념이었지만 이는 바꿔말하면 분명 이보영이 더 나아갈 공간이 있다는 말이다. 과거 슬픈 작품과 인물의 감정을 잘 털지 못했던 그가 가족들의 존재로 웃음을 찾았듯, 언젠가 이 감정도 극에 고스란히 녹여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서로 배우로서 응원하고 지지하는 지성과 함께 웃으면서 다시 한번 작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올해 목표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