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강효종이 지난 9일 잠실구장 1루 불펜에서 김광삼 코치의 도움으로 중심 이동 훈련을 하고 있디. 안승호 기자
지난 9일 잠실 삼성-LG전에 앞서 홈팀 LG가 팀훈련을 마친 뒤 1루 더그아웃 옆 불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투수 강효종이 보인다. 강효종의 손에는 공이 없다. 대신 다리에 밴드가 걸려있다. 바로 뒤의 김광삼 불펜코치가 강효종의 오른 다리에 밴드를 걸어놓고 당기듯 힘을 주며 선수로 하여금 지탱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강효종은 투수판을 밟은 오른 발 중심을 최대한 유지한 가운데 중심 이동을 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강효종은 지난 6일 고척 키움전에서 팀의 5선발 자격으로 첫 선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승을 따냈다. 87구를 던지며 최고 구속으로 152㎞를 찍었다. 예리하게 휘면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의 위력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날 강효종의 성패를 가르는 관전포인트는 이미 입증된 구위보다는 제구였다. 강효종은 볼넷을 3개 내줬지만 볼카운트 싸움이 힘들 정도로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다. 주도권을 쥐고 던진 배경이었다.
강효종은 충암고를 졸업한 2021년 LG 1차 지명 선수다. 요즘 각구단 상위 지명 투수들처럼 빠른 공을 던지지만 제구는 불안한, 전형적인 유망주였다. 그런 강효종이 터닝포인트를 만난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김경태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투구폼에 변화를 주고부터다.
강효종은 주자 없는 와인드업 상황에서는 일본 투수들처럼 공을 던진다. 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한 일본 대표팀 투수들 가운데서도 여럿 보였던 것처럼 살짝 멈추듯 쉼표를 찍고 중심 이동을 한다. 오른손투수라면 왼 다리를 들어 올린 뒤 오른 다리로 중심을 유지하며 몸의 밸런스를 만든 뒤 힘을 모아 팔 스윙에 들어간다.
LG 강효종이 지난 6일 고척 키움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무턱대고 제구와 볼끝 좋은 일본 투수들을 모방한 것은 아니었다. 김경태 투수코치가 강효종을 지켜보며 시선을 모은 것은 그의 발이었다. 강효종은 184㎝의 큰 키에도 발이 작은 편이다. 보통 넉넉하게 착용하는 운동화는 270㎜를 찾지만, 제대로 맞춰 신어야 하는 스파이크는 265㎜면 충분하다. 265㎜로 보면 된다. 상대적으로 하드웨어가 좋은 투수들의 신발 사이즈가 보통 280~290㎜선인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작은 편이다.
김경태 코치는 “건물과 일면 비슷하다. 아래쪽이 좁고 위쪽이 넓고 큰 건물을 짓는다면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키에 비해 발이 작으면 균형을 잡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점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강효종은 새 투구폼에 익숙해진 뒤로 제구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증표다. 역시 남은 숙제라면 주자를 두고 슬라이드 스텝을 해야 할 때다. 왼 다리를 올려놓고 시간을 지체하다 보면 뛰려는 주자에게는 타이밍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정오의 태양을 맞으며 김광삼 코치의 도움으로 중심 이동 훈련을 했던 것도 슬라이드 스텝 상황에서의 보완책을 찾아가려는 의도였다.
사실, 강효종의 변화가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강효종은 지난해 여름 이후로 비스듬히 나오던 팔 각도를 수직에 가까운 쪽으로 세웠다. 김경태 코치의 표현에 의하면 ‘와이파이 표시처럼 퍼져나오던 팔이 안테나처럼 바로 서고 있다’는 내용이다.
노석기 LG 데이터분석팀장에 따르면 올해 강효종은 팔각도의 변화로 수직 무브먼트가 상승한 가운데 슬라이더는 횡보다는 종의 변화가 커졌다. 몸의 축과 팔 각도를 세운 키움 에이스 안우진의 변화와도 내용이 비슷하다.
강효종뿐 아니라 많은 투수 유망주들이 피칭 밸런스를 잡는 일을 최우선 숙제로 놓고 사투를 벌인다. 밸런스와 제구만 잡다가 유니폼을 벗는 일도 허다하다. 그 중 강효종이 이번 시즌이 조금씩 설레는 이름이 되고 있는 것은 과제 풀이를 위한 해법을 늦지 않게 찾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가고자 하는 길로 빠르게 들어선 것으로 부지런히 달리는 일만 남은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