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이티하우스 앤 레스토랑의 거지닭
축구, 배구 등 일부 경기의 예선은 먼저 시작되긴 했지만 선선한 가을바람만큼 반가운 스포츠 빅 이벤트인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이번 주말 본격 막을 올립니다. 금메달 50개 이상, 종합 3위를 목표로 우리 태극전사들이 펼치는 멋진 플레이를 볼 생각에 두근두근하네요.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현지 보양식이라도 배달앱으로 주문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싸우기를 바라는 마음. 문득 중국 항저우의 대표음식은 뭘까 궁금해 검색해보니 동파육, 생선찜, 거지닭 등이 나오더라고요. 보도에 따르면 중국 선수촌 식당에서는 동파육 등 현지 전통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힌 바도 있는데요. 재밌는 건 며칠 전 중국 바둑 대표선수인 ‘커제 9단’이 선수촌 식당의 밥을 먹은 후 ‘토 나온다’ ‘입덧할 것 같다’라며 혹평하는 내용의 영상을 SNS에 올렸다가 곧바로 삭제된 후에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촌 음식이 맛있다고 얘기하는 새 영상을 올리는 웃을 수만은 없는 촌극도 벌어졌더랬지요. 우리 선수들에게 맛있는 음식은 못 보내드리니 주바리가 대신 맛보면서 2주간 파이팅 넘치는 응원을 지치지 않고 해보려고요ㅋㅋㅋ. 그럼 중국 대신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항저우 음식 맛집으로 떠나보실까요.
■ 목란의 동파육
중식당에서 우리도 쉽게 접하는 메뉴인 동파육(东坡肉)은 항저우의 가장 대표적인 요리로, 북송 시기 대표 문학가이자 미식가였던 소동파에게서 유래된 이름이죠. 팔각, 계피, 설탕, 간장에 황주를 부은 돼지고기를 오랜 시간 푹 쪄낸 동파육은 돼지고기 비계의 지방이 빠지고 콜라겐만 남아 탱글탱글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데, 고기와 비계를 꼭 한입에 먹어야 동파육의 참맛을 느낄 수 있죠.

목란의 동파육
우리나라에 동파육을 대중화시킨 주인공은 바로 스타 요리사 이연복 씨가 운영하는 ‘목란’이지요. 원래는 회사 건너편에 있어서 자주 가던 곳이었는데 연희동으로 식당이 이전한 후 방송 출연을 통해 인기가 급상승하며 최근에도 방문 한 달 전 예약은 필수인 집. 수많은 메뉴 중 많은 고객이 꼽는 시그니처메뉴가 바로 ‘동파육’이에요. 조리 시간이 5~6시간으로 길어서 멘보샤와 더불어 사전예약해야만 맛볼 수 있다는. 보들보들한 고기 살에 양념이 단짠단짠하게 배어 있는데 살짝 데친 아삭한 청경채와 곁들여 먹으면 느끼함을 싹 잡아주더군요. 바삭바삭하고 간이 적당한 멘보샤도 인기 메뉴이니 꼭 드셔보시길 추천.
식당에서 바쁘신 이연복 셰프님을 영접하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더 다양한 메뉴 맛보러 또 방문해야겠어요.
■ 진진의 생선찜
항저우의 또 다른 대표요리는 민물 생선을 사용해 만든 생선찜이에요. 새콤달콤한 특제 소스를 사용해 비린내를 잡는 게 맛의 비법이라고. 민물 생선찜을 하는 곳은 찾기가 어려운 관계로 ‘칭찡우럭’을 잘하는 ‘진진’에 가서 맛보기로 했습니다.
왕사부로 불리며 업계에서 유명한 왕육성 오너셰프가 코리아나호텔 대상해에서 은퇴한 후 2015년 오픈한 진진은 서교동 골목에 자리 잡은 가성비 넘치는 파인 레스토랑. 이연복 셰프와 더불어 중식 대가로 알려져있어 개업하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뤘죠. 독특한 점은 중국집이지만 탕수육이나 짜장면이 없다는 것.

진진 칭찡우럭
우럭 활어의 피를 빼서 냉장 숙성시킨 후 통째로 쪄내 대파채·고수·생강·간장소스·홍고추와 함께 먹는 칭찡우럭은 신선한 생선 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메뉴죠. 손질한 우럭에 파, 생강, 팔각을 올리고 여기에 진진의 특제 간장 소스를 생선에 뿌려주면 우럭에서 나오는 육즙과 파 향이 우럭에 골고루 스며들게 되죠. 우럭 본연의 맛을 살려낸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요, 찜을 먹고 나서 남은 간장 소스에는 공깃밥을 주문해 비벼 먹어야 제맛.
칭찡우럭보다 더 인기 메뉴는 단연 ‘멘보샤’인데 식빵 사이에 다진 새우 살을 넣고 바싹하게 튀겨낸 멘보샤는 먹기에는 간편해 보여도 상당히 다루기 까다로운 요리라고 해요. 주문 즉시 조리해야 함은 물론이며 겉의 빵과 새우 소를 적당히 익히려면 기름 온도와 타이밍이 관건이라고. 멘보샤를 위한 식빵을 주문 제작하는 등의 노력이 얇은 식빵의 바삭함과 새우의 육즙이 살아있는 진진의 멘보샤가 가히 최고라 불리는 이유. 3만 원을 내고 회원 가입을 하면 모든 요리가 평생 할인이 되는 특전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 웨이 티하우스 앤 레스토랑-거지닭
이름만 들으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거지닭(자오화지)’도 항저우의 대표요리인데요. 현지에서 거지닭을 주문하면 원래 베개만 한 흙덩어리가 나온대요. 손님들이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종업원은 흙덩어리를 나무망치로 탁 깨서 부서뜨리고 그 안에 연잎으로 감싼 닭 한 마리를 꺼내주죠. ‘거지닭’은 거지가 해 먹던 외양이 볼품없는 요리이기에 붙은 이름이래요.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이 지역을 지나다 거지닭을 맛보고 그 맛에 감탄해 황제로 등극한 후에도 이 요리를 즐겼는데, 그 이름이 볼품없다 여겨 ‘부귀닭’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는 재미난 유래가 있죠.

웨이티하우스 앤 레스토랑의 거지닭
서울에서 거지닭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을 검색하니 유일하게 찾을 수 있었던 ‘웨이 티하우스 앤 레스토랑’은 신용산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홍콩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식당 안에는 구석 자리 어디엔가 양조위와 장만옥이 화양연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오래된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집의 어두운 실내 속 보라색, 초록색 네온 조명과 신문처럼 발행해 둔 메뉴판, 빈티지한 소품들이 홍콩의 감성을 더해줘 보는 맛도 있는 곳이더라고요. 식당에서는 흔히 맛볼 수 없는 중국 요리들을 판매하는데, 모렐 버섯을 품은 ‘거지닭’, 이베리코 차슈인 ‘허니 바비큐’, 차로 훈연한 ‘티 스모크 메추리’ 등은 예약해야 맛보는 메뉴.
가장 인기인 ‘거지닭’은 이곳만의 특제 소스를 바르고 연잎으로 감싸 저온에 구워낸 항저우식 요리로 부드럽게 익힌 닭고기 속에 연근, 죽순, 버섯까지 담아냈어요. 요리가 나오면 망치로 깨는 퍼포먼스를 손님이 직접 하게 하는데 복을 가져준다고 하니 열심히 내려쳤죠. 이번에 처음 접하는 음식이었는데 흔한 식재료인 닭으로 독특하고 환상적인 맛을 보여주더라고요. 정말 ‘거지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풍미에 반해버렸어요.
저녁에 방문하면 주류 주문이 필수니까 알아두고 가시고요, 주문할 때는 테이블에 놓인 부채를 흔들어 직원을 부르는 깨알 재미도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