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야구 경기의 마침표를 찍는다. 승리든 패배든, 자신이 던진 공으로 결말을 내야 한다. 중압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역할이다. SSG의 마무리 투수 서진용(31) 또한 올 시즌 피 말리는 순간을 자주 마주했다. 흔들리고 무너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책임을 외면한 적은 없었다. 정면으로 부딪쳤고, 담대하게 돌파했다. 마침내 그는 KBO 투수 5명에게만 허락됐던 ‘4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서진용은 지난 8일 창원 NC에서 10-8로 앞선 9회초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선두 타자 박민우를 유격수 땅볼로 정리한 뒤 손아섭과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힘 있는 직구와 주무기 포크볼을 활용한 공격적인 투구로 서호철과 김성욱을 뜬공으로 가뿐히 처리했다. 시즌 40번째 세이브를 수확한 순간이었다.
SSG는 올 시즌 전반기를 2위로 마감했다. 투수진, 그중에서도 불펜진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마무리 투수 서진용은 SSG 불펜 전력이 약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뒤엎는 투구로 팀의 선전을 이끌었다.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하더라도, 특유의 침착함을 앞세워 팀의 승리를 이변 없이 지켰다. 그는 리그 최초로 30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단 1개의 블론세이브도 기록하지 않았는데, 이는 KBO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평가받는 오승환(삼성)조차 해내지 못한 일이다.
서진용의 ‘노블론’ 행진은 지난 8월27일 잠실 두산전에서 결국 깨졌다. 후반기 들어 체력적 어려움을 겪은 그의 블론세이브 숫자도 점점 늘어갔다. 그렇다고 부진을 길게 가져가진 않았다. 서진용은 저조한 흐름 속에서도 기존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36개)을 갈아치우는 등 마무리 투수로서의 몫을 다했다.
전반기만큼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단일 시즌 ‘40세이브’는 누구나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서진용은 정명원(1994년·태평양), 진필중(2000년·두산), 오승환(2006·2007·2011·2021년·삼성), 손승락(2013년·넥센), 고우석(2022년·LG)에 이어 투수로는 6번째, 횟수로는 9번째로 40세이브를 올린 주인공이 됐다.
서진용은 “이번 시즌에 30세이브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40세이브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달성할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며 “훌륭한 마무리 투수들과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