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이 지구적 기후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육식을 피하고 식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만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축산업이 기후위기의 한 원인이라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개인적 취향이든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려는 마음에서든 육식을 피하려는 사람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균형 잡힌 식단과 먹는 즐거움을 위해 육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대립(?) 속에서 오래전부터 주목받은 것이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 즉 ‘대체육’이다. 대체육 시장은 육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생태계 파괴 문제나 지구온난화와 동물학대 논란 속에서 급성장할 분야로 전망된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소비하는 채식주의자의 증가도 대체육 시장의 성장 전망을 밝게 한다.
대체육은 크게 ‘동물 세포를 배양한 고기’와 ‘식물 성분을 사용한 고기’로 나뉜다. 그중 식물성 단백질을 사용한 대체육은 맛·향·식감 등이 실제 고기와 많이 다르다는 한계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또 소·돼지·닭 등 동물의 근육 줄기세포를 배양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고기로 키우는 동물세포 배양 방식은 맛과 향이 진짜 고기와 비슷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런 가운데 동물세포 배양 방식의 문제점인 ‘오랜 시간’과 ‘고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들이 인공지능의 발달 등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그 선두에 바이오 스타트기업 ‘팡세’가 있다.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기술로 배양육 세계시장 정복을 꿈꾸는 ‘팡세호’의 선장 이성준 대표를 만나 배양육의 오늘을 진단하면서 내일의 얘기를 들어봤다.
-‘팡세’라는 기업 이름이 독특하다. 이름에 담긴 뜻과 팡세라는 기업을 소개해 달라.
‘팡세’라는 이름은 프랑스의 천재 과학자이자 기독교 변증가로 활동한 블레이즈 파스칼의 책 제목에서 따왔다. ‘파스칼의 팡세’가 가지는 여러 특징이 창업기업의 정신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파스칼의 팡세’는 인간의 불완전성, 즉 허무와 비참에서 출발해 무한과 위대의 완전성을 추구하는 철학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신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풀어야 할 것들을 찾아 나름의 답을 제시해야 하는 창업기업의 정신에 잘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팡세를 창업하게 된 배경은 대학원에서의 연구 경험이다. 의료·바이오 분야와 공동연구를 많이 했는데, 의료·바이오 연구 분야와 대중시장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고 잘할 자신도 있었다.
-창업 초기부터 배양육을 만들었나?
아니다. 팡세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장기 기술 기업으로 시작했다. 바이오 프린팅 기술이란 살아 있는 세포를 단면 단위로 적층해 입체적인 내외부 구조를 가지는 ‘세포 구조체’를 형성해 주는 기술이다. 주로 인공장기 연구 분야에서 사용된다.
-그러면 배양육 개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팡세의 인공장기 제조 기술을 세포 배양육 분야에 응용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기술의 혜택을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팡세는 이미 ‘고기 성분의 세포를 생산해야 한다’는 한계와 ‘생산비가 너무 높다’는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의 인공장기를 만들던 기술에서 세포만 동물의 것으로 바꾸면 세포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고,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하는 만큼 조직감이 있는 세포 배양육을 생산할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팡세는 단 3개월 만에 원육 형태의 세포 배양육 기술 개념을 입증했고, 세포 배양육 분야에 늦게 뛰어들었음에도 압축성장해 이 분야의 선두그룹에 진입했다.
-인공장기 개발에서 시작해 배양육을 개발하게 됐다고 했는데, 그렇게 만든 배양육을 사람이 먹어도 안전한가?
물론이다. 세포 배양육 생산에 사용되는 세포와 배양 배지 등은 모두 천연 재료들을 사용해 그대로 섭취해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 생산 과정 역시 몸 안에서 일어나는 천연 환경 그대로를 재현하고 있다.
팡세가 사용하는 고기의 씨앗 세포는 시중에 유통 중인 일반 한우 고기에서 건강한 세포들을 분리해 사용한다. 분리 과정에서 화학 처리나 유전자 변형을 가하지 않고 고기 안에 있던 그대로를 떼어내 사용한다. 세포 성장의 영양분이 되는 배양 배지도 식품등급으로 허가받은 아미노산·비타민·당분 등을 물에 녹여 만든다. 사람들이 그대로 마셔도 되는 안전한 소재들이다.
많은 분들이 세포 배양육을 생산할 때 어떤 특별한 방식들이 사용될 것으로 오해하는데, 특별한 소재와 환경은 세포들에게는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오히려 세포들이 생존하지 못한다. 특히 독성과 섭취량에 대한 평가, 항생제와 중금속, 위해물질의 잔류량 등을 제3의 공인시험기관들을 통해 시험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 이상의 안전성이 확인돼야만 유통할 수 있다.
-배양육을 만드는 원리는 간단한 듯한데, 현재는 왜 비싼 것인가?
현재 사용되는 소재들이 매우 고가이고, 세포 배양의 과정도 최적화되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당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팡세는 안전하고 저렴한 식품등급의 소재들로 생산원료를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세포 배양육 생산에 적합한 고효율의 전용 세포 배양기와 배양 방식도 개발해 효과적으로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세계의 배양육 현황은 어떻고,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어떠한가?
세계적으로 200개 정도의 세포 배양육 기술 기업들이 있다. 이들 기업은 각자의 방식들로 대체 축산물과 수산물들을 개발하고 있다. 세포 배양육 기술의 포문을 연 것은 네덜란드의 마크 포스트 교수였으나, 현재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미국이다. 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싱가포르다.
세포 배양육은 2020년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시판허가를 받아 판매 중에 있으며, 올해 미국에서도 시판허가를 받은 기업이 생겼다. 하지만 두 기업도 아직은 대중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에 10인분 정도의 제한적인 양을 정기적으로 예약을 통해 판매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글로벌 컨설팅업체 커니(Kerney)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포 배양육 시장은 2025년경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는 연복합성장률 41%로 빠른 성장이 이루어져 5년이 지난 2030년에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185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10년이 더 지난 2040년에는 전체 육류 소비시장의 35%를 차지하며 주요한 육류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아 850조원대의 거대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일반 판매가 허가될 것으로 생각하나?
우리나라도 내년에는 일반 판매 허가를 받은 세포 배양육 제품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체육 기술 분야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준비를 진행해 왔다. 지난 5월 세포 배양 식품들을 식품원료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세포 배양육 허가의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허가 가이드라인은 올해 말까지 준비될 것이고, 내년 초부터는 허가 신청을 진행하는 세포 배양육 기업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팡세의 배양육은 언제부터 맛볼 수 있는지와 가격대는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하다.
당연히 우리도 2024년 일반 판매를 목표로 한다. 가격대는 ㎏당 3만원이다. 이는 수입산 소고기와 견줄 만한 가격 수준이다. 한우 세포 배양육을 수입산 소고기 가격에 공급한다는 목표로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출시 이후에도 공정의 최적화와 규모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급가를 낮춰 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한우 세포 배양육을 ㎏당 1만원 이하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끝으로 이성준 대표의 포부는?
팡세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을 세포 배양육의 선진국으로 만들고, 세포 배양육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고 싶다. 한국은 좁은 토지 면적과 산지가 많은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초지가 많이 필요한 축산 분야에서 선진국이 된 적이 없다. 세포 배양육 기술은 이런 지형적 한계에서 벗어나 한국 축산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세포 배양육 기술이 고기 생산 방식의 패러다임을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하던 농장 산업’에서 ‘적은 면적에서도 고효율로 균일한 품질의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 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반도체 공장을 보는 것과 같다. 즉 세포 배양육 산업은 반도체 산업을 이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의 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팡세는 축산의 공장산업화를 주도하면서 글로벌 육류 생산·공급의 주요 부분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아울러 팡세의 성장이 얼핏 정체돼 있는 듯한 한국 경제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팡세의 성장이 다음 세대 누군가에게 희망과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