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혁(왼쪽), 한은혁이 경기 광주 중앙고등학교 복싱장에서 서로 얼굴에 글러브를 갖다대고 가격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 | 김세훈 기자
형보다 1년 먼저 복싱을 시작한 동생은 형을 “매우 까다로운 선수”라고 했다. 한 살 위 형은 동생에 대해 “보고 배울 게 많은 선수”라고 말했다.
‘누가 올림픽 금메달을 먼저 딸 것 같나’, ‘둘이 공식 경기에서 맞붙으면 누가 이길 것 같나’는 질문에 대해 둘은 주저함 없이 똑같이 답했다.
“물론 나다.”
경기 광주 중앙고등학교 한상혁(18), 한은혁(17)은 “우리는 형제라기보다는 라이벌”이라고 입을 모았다. -51㎏ 급 한상혁은 올해 전국종별선수권대회 1위, 전국체육대회 3위에 올랐다. 60㎏ 이하급 한은혁은 2학년으로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했다. 20년차 지도자 최종화 감독은 “모두 성실하고 열심히 훈련한다”며 “성인이 되면 곧바로 국가대표로 뽑힐 만한 재목”이라고 말했다.
복싱계에서는 동생이 1년 선배다. 한은혁은 “중학교 1학년 때 ‘호신술’로 생각하고 복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상혁은 원래 축구 선수였지만 다친 뒤 동생 권유로 글러브를 끼었다. 힘든 순간 서로 격려하고 서로 도전을 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전우 같은 존재들이다.
둘 모두 순발력과 힘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똑같은 아웃복싱 스타일이지만 모두 인파이트도 잘한다. 형은 “동생은 타고난 게 많지만 나는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는 노력형 복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양쪽 손을 모두 잘 쓰는 동생은 “훈련량은 형보다 적어도 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연구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동생은 복싱 입문 5년차, 형은 4년차다.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둘은 서로에게 의지가 됐다. 형은 “체중감량을 해야 할 때 모두 똑같은 심정이기에 서로 격려하고 함께 견딘다”고 말했다. 동생은 “체중을 빼는 게 너무 힘들지만 형과 함께 하는 게 큰 힘이 된다”고 화답했다.
둘은 어린 선수라도 믿기 힘들 정도로 복싱에 진지했다. 형은 “내게 복싱은 즐거운 놀이”라며 웃었다. “링 위에서 내가 이겨 심판이 내 손을 올려줄 때 희열감을 느낀다. 내가 점점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 즐겁다”는 형의 말이다. 반면, 동생은 “복싱은 내 인생”이라고 마치 어른처럼 말했다. 동생은 “할 줄 아는 게, 잘하는 게 복싱뿐”이라고 담담하지만 또렷하게 말했다.
형은 내년 용인대에 입학할 예정이다. 동생은 고3이 되는 내년에는 1학기에 두세개 대회 우승을 노린다. 형은 “다들 대학에 가면 기량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더 열심히 해서 더 뛰어난 복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동생도 “올해 맞붙어보지 못한 또래 선수들이 있다”며 “내년에 그들을 모두 이겨 진정한 체급 최강자로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둘의 최종 꿈은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복싱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이 마지막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2018년에는 금메달을 1개 땄지만 2022년 항저우대회에서는 동메달 1개에 그쳤다. 둘은 “누가 먼저 국가대표가 될지, 누가 먼저 국제대회 메달을 딸지, 궁극적으로 누가 먼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할지 끝까지 경쟁하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