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 처리 미숙으로 역전골을 헌납하고 있는 일본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오른쪽) |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안컵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인 일본이 서전을 힘겹게 승리로 장식하면서 강점과 약점도 드러났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지난 14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8회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베트남에 4-2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승점 3점을 확보하면서 16강 진출의 첫 발판을 마련했다.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4회)인 일본은 같은 국가에서 개최됐던 2011년 대회가 마지막 우승이라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뚜껑을 열어보니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다. 일본이 왜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17위)를 달리는지 짐작할 수 있는 강점은 분명히 확인됐다.
강팀의 무기라는 압박이다. 빌드업을 기반으로 수비 라인을 끌어올린 일본은 베트남 수비를 두들기는 동시에 공을 잃더라도 다시 빼앗는 플레이로 주도권을 쥐었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일본은 공격지역에서 공을 뺏은 횟수가 무려 17회에 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본이 상대에게 자신의 수비지역에선 공을 빼앗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2018년 일본의 지휘봉을 잡은 모리야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이 수년간 쌓이면 효과다.
일본의 두터운 선수층도 놀랍다.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26명 중 20명이 유럽파로 짜여진 터. 교체로 투입되는 선수도 선발과 기량차가 크지 않다. 결승골을 터뜨린 나카무라 게이토(린츠) 대신 투입된 선수가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 멀티골을 책임진 미나미노 타쿠미(모나코)의 백업은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였다. 구보가 허벅지 통증으로 선발에서 빠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이 한 달간의 장기레이스에서 부상과 징계 등의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본은 치명적인 약점도 노출했다. 국제대회에서 희비를 결정짓는 골문이 불안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국가대표로 발돋움한 주전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신트트라위던)이 결정적인 실수를 두 차례나 저질렀다. 일본이 1-0으로 앞선 전반 16분에는 코너킥 찬스에서 위치 선정 문제로 응우옌 딘 박(꽝남)에게 묘기에 가까운 헤더 동점골을 내줬고, 1-1 동점이었던 전반 33분에는 프리킥 찬스에서 미숙한 볼 처리로 역전골까지 내줬다. 전반에 2골을 내주며 무너졌던 201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 카타르와 결승전(1-3 패)이 떠오르기에 충분했다.
일본의 골문 불안은 경험이 빚어낸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주전 골키퍼인 스즈키를 비롯해 마에카와 다이야(빗셀 고베), 노자와 타이시 브랜든(도쿄) 등의 A매치 출전 경험을 모두 합쳐도 5경기가 전부다.
더군다나 일본은 자국리그의 골문을 외국인 선수에게 개방해 젊은 선수들의 육성도 쉽지 않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 등 한국 골키퍼들이 주로 뛰는 무대이기도 하다. 자국 골키퍼 육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너무 급격한 변화를 꾀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일본이 지속적으로 골문 불안을 노출한다면 조별리그의 남은 상대들도 얼마든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화끈한 골 폭죽과 달리 예리함을 잃은 최전방 공격수도 불안 요소다. A매치 경험(5경기 1골)이 많지 않은 호소야 마오(가시와)가 선발로 뛰다보니 득점 기회가 끊기기 일쑤였다. 전방에서 공을 잡은 횟수는 고작 9회. 공을 잡더라도 공격지역에서 팀 동료에게 제대로 연결된 패스는 단 1번(총 4회)에 불과했다. 전반 32분 결정적인 득점 기회(기대 득점 0.44)를 놓치면서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우승 후보인 일본도 최전방과 골문이 동시에 풀리지 않는다면 토너먼트에선 고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