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범호 KIA 감독. KIA 타이거즈 제공

호주 캠프서 미팅 중인 이범호 KIA 감독. KIA 타이거즈 제공
KBO리그 베테랑 사령탑 중 한명인 감독 A는 최근의 KIA 감독 교체 파장을 두고 “시끄러웠던 것 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1군 감독이 1월에 해임되는 KBO리그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 것이지만, A는 반대로 “1월이어서 충격은 작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1, 2월이면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할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시즌 개막 이후 파행을 겪은 끝에 감독 대행 체제로 반전을 이룬 구단도 종종 있었다. 예컨대 양상문 전 감독은 2014년 5월13일 이미 33경기를 치른 LG 지휘봉을 잡고 잔여 94경기에서 승률 0.559(52승1무41패)를 기록하며 꼴찌이던 팀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비슷한 사례도 있었다. 재정비 작업이 시간 문제는 아니다.
지난달 29일 김종국 감독을 해임하고 지난 13일 새 사령탑으로 이범호 타격코치를 선임한 KIA의 미래를 두고 여러 전망이 수면 위·아래로 오가고 있다.
KIA의 선택 근거와 명분은 간단 명료했다. 내부 승격으로 겨우내 준비한 방향성을 최대한 이어갔다는 메시지. 급작스러운 감독 교체에 따른 변수를 줄이자는 것으로, 구단 수뇌부는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의 이상적 목표점을 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KIA가 각구단이 세이버매트릭스로 분석한 2024 전력 평가에서 2강 또는 3강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외부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길을 찾은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KIA가 계산한 ‘리스크 관리 범위’는 때에 따라 넓어질 수도 있다. ‘이범호 체제’가 성패의 기로에서 풀어야할 문항들로 거론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현역 감독 또는 감독 출신 인사들이 주목하는 시선 하나는, ‘범호 형’이 ‘이 감독님’으로 속도감 있게 안착하는 일이다. 이범호 신임감독은 KIA 선수 출신으로 코치로 선수들과 호흡하던 중 스프링캠프 진행 중 전격적으로 감독이 됐다. 고참 선수 몇몇은 아침 식사를 할 때 하더라도 코치이던 ‘범호 형’이 오전 훈련 도중 감독이 되자 첫인사를 건네는 것부터 낯설어했다.
‘코치 이범호’는 베테랑 선수들과는 ‘형, 동생’으로 통할 만큼 친화력이 뛰어나다. 야구를 이해하고 지도하는 과정에서는 ‘스마트한’ 소통력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이 감독 체제가 빠르게 결속력을 보일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선배로, 코치로, 감독으로 각각 자리에서 선수와 관계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때로는 달라야 한다.
감독은 매경기를 보고, 또 전체 시즌을 보고 수시로 결정을 해야 하는 현장의 최종 인사권자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차가움’이 필요하다. 우승 경험이 있는 한 감독 출신 인사는 “코치에서 감독이 된 뒤 기존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과거에 종종 들었다. 어쩌면 이범호 감독 입장에서는 칼 같을 정도로 빠르게 관계 정리를 하며 메시지를 주는 게 중장기적으로는 이로울 수 있다.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다 나중에 차가운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인간적인 부분’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1981년생으로 프로야구 최초의 80년대생 사령탑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몇몇 인사는 이 감독의 나이 자체보다 전례 없는 감독 선임 절차에 따른 관계성 변화에 주목했다. 경험 또한 장기레이스 도중 팀에 위기가 닥칠 때는 키워드가 될 덕목. 이 대목에서는 자리를 지킨 진갑용 수석코치 등 핵심 코치들 지혜를 최대한 빌려 쓰는 리더십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LG가 11년 만에 정규시즌 2위로 가을야구에 오른 2013년, 당시 44세 2년차 사령탑 김기태 감독 사례 등 몇 가지 살펴볼 스토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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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단기 계약을 한 것도, 훗날 화두가 될 수 있다. 당장은 몰라도 점점 커 보일 수 있다. 빠르게 성과가 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근시안적 운영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매시즌 상대평가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냉혹하지만, KIA 행보에 여러 구단이 신경 쓰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례적인 과정으로 탄생한 ‘이범호 체제’의 성패를 놓고 여러 관전포인트가 따라붙고 있다. 어쩌면 올시즌 전체를 움직일 변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