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김광현이 맞붙는다면···김성근 감독이 본 ‘명승부 조건’

입력 : 2024.02.25 14:00 수정 : 2024.02.25 17:52
2010년 5월23일 대전경기 우천 취소로 좌완투수 류현진과 김광현이 선발 맞대결을 못하게 되자 악수를 나누고 환하게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5월23일 대전경기 우천 취소로 좌완투수 류현진과 김광현이 선발 맞대결을 못하게 되자 악수를 나누고 환하게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날 대전구장에 떨어진 빗물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만한 빅매치까지 쓸어갔다. 2010년 5월23일 일요일 낮경기였다. 한화 류현진과 SK 김광현은 1회 등판을 준비하며 불펜피칭까지 마쳤지만, 끝내 비가 그치지 않아 다음을 기약했다.

류현진은 23세, 김광현은 22세로 힘이 넘치던 시절이다. 그 뒤로 선발로 맞대결할 기회가 이토록 희박해질 것으로는 그때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11년 생활을 마치고 한화로 돌아와 이번 시즌 SSG 김광현과 선발로 처음 맞붙을 가능성이 부활하면서 14년 전 그날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당시 SK 독주 시대를 이끌던 김성근 현 최강야구 몬스터즈 감독은 관련 물음에 그날 기억을 바로 떠올렸다.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서는 첫 맞대결 불발 아쉬움 같은 감정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에이스 맞대결은 리스크가 따른다. 그래서 그때 만큼은 그날의 우천 불발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했다 “로테이션으로 붙는 일이지만, 그때도 1승을 더 하기 위해 확률을 더 높이는 것을 먼저 봤다”고 기억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뛰고 KBO리그 복귀 3년차를 맞는 김광현과 전격적으로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은 류현진의 맞대결 시나리오가 다시 부각됐다. 류현진은 37세, 김광현은 36세로 마운드에서 힘으로 싸우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두 투수는 이미 한국야구 마운드 역사의 ‘전설’이 돼가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피칭하는 류현진. 김하진 기자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피칭하는 류현진. 김하진 기자

플로리다 캠프에서 실전 피칭하는 김광현.  SSG 랜더스 제공

플로리다 캠프에서 실전 피칭하는 김광현. SSG 랜더스 제공

김성근 감독은 언젠가 둘의 맞대결이 성사되는 것을 전제로 “나이가 들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둘 모두 상처 없는 ‘명품 경기’를 펼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김성근 감독은 류현진을 두고는 부상 관리를 화두로 봤다. 김광현에 대해서는 제구력이 관건이라고 했다. 두 투수 다 첫번째 경쟁력이 구위이던 시절은 이미 보냈다. 경기 운영과 기술적 측면에서 정교함과 세밀함이 더욱더 중요해진 가운데 김 감독은 선수 스스로 챙겨야할 몇 가지 과제를 거론했다.

김 감독은 “김광현은 자꾸 힘을 써서 던지려 한다. 예전부터 힘을 쓰려는 편이긴 했지만, 최근에 보면 힘을 더 쓰려 한다. 제구에 조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투구폼을 이래저래 바꾸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이유라고도 했다. 김광현은 지금도 김성근 감독과 때때로 기술적 소통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이 전한 조언의 핵심이다.

연륜이 쌓이면서 두 선수 모두 제구 정확도가 중요해졌다. 그런 차원에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던진 최근까지도 제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김 감독의 평가다. 김 감독은 “류현진은, 제구는 자기 것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장점을 살려가려면 건강과 스태미너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 될 전망. 김 감독은 “미국에서 등판하면 5~6회를 던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보다 더 던지면서도 어깨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 그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뛴 지난해 8월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 11차례 등판 중 1경기만 6이닝을 던지고 6경기에서 5이닝을 던졌다. 5이닝 미만 경기를 4차례 남긴 가운데 한 경기 최다 투구수로 89개를 기록했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최고 좌완이라는 공통점을 벗어나면 다른 점이 더 많다. 김성근 감독은 SK 사령탑 시절인 2007년 입단했던 김광현을 보고 ‘포커페이스’를 주문한 적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마운드에서 조용했던 류현진과는 달랐던 점이다. 김광현은 예컨대 결정적 삼진을 잡으며 주먹을 불끈 쥐는 등 즉각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류현진은 그에 반해 결과에 대한 반응을 아낀다. 베테랑이 된 지금의 김광현과 류현진은 이같은 관점에서는 여전히 대비된다.

주무기도 완전히 달랐다. 류현진은 체인지업, 김광현은 슬라이더가 국보급이다. 그에 대해서는 손혁 한화 단장의 설명이 흥미롭다. 함께 있을 때 느닷없이 ‘손 한번 보자’고 하면 두 선수가 내민 손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류현진은 손가락을 자연스럽게 벌린 채 내보인다. 김광현은 반대로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내민다. 체인지업은 손가락을 벌려잡고 던지는 구종이고, 슬라이더는 검지와 중지를 모아 힘을 쓰는 공이다. 손으로 회전을 만드는 방법도 선천적으로 다르다.

달라서 더 기대됐던 두 투수의 맞대결 시나리오는 아직도 누군가의 상상 속에 있다. 그리고 다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생긴 올해. 김성근 감독은 두 투수가 ‘윈-윈’ 하는 길을 찾기를 바랐다. 경기 승패를 떠나 둘 모두 이름값 그대로 잘 던지는 그런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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