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자는 SNL의 권리, 앞으로도 자유롭게 해주겠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 시즌5’가 윤석열 대통령 과잉 경호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입틀막’ 사건을 풍자했다. 이들은 영상 도입부터 ‘풍자는 SNL의 권리’라고 당당히 밝히며 앞으로 벌어질지 모를 후폭풍을 ‘입틀막’ 했다.
지난 2일 공개된 ‘SNL 코리아 시즌5’ 첫 회는 윤 대통령으로 분장한 배우 김민교가 용산 대통령실에 앉아 3·1절 기념사를 전하며 선전포고를 했다.
김민교는 “우리 선열들이 자유를 향한 신념으로 3·1운동을 일으키셨는데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다가 ‘그 자유의 정신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한 말씀 더 드리자면 풍자는 SNL의 권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유롭게 해주겠다 이런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2021년 대선 경선 후보 당시 SNL의 ‘주기자가 간다’ 코너에 출연했을 당시 자신의 입으로 정치 풍자는 ‘권리’라고 언급한 것을 떠올리게 했다. 윤 대통령은 ‘주기자’ 주현영이 “대통령이 된다면 SNL이 자유롭게 정치 풍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건가요”라고 묻자 “그건 도와주는 게 아닌 SNL의 권리죠”라고 답한 바 있다.
이날 방송엔 최근 윤 대통령의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이 된 이른바 ‘입틀막’ 사건 패러디 장면이 등장했다. 지난달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벌어진 윤석열 정부의 과잉 경호 논란을 풍자한 것이다.
이날 한 졸업생이 대통령 축사 도중 정부의 연구개발(R&D) 분야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경호원에게 입이 틀어 막힌 채 팔다리가 들려 나간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 이후 카이스트 동문 등 1100여 명은 “윤 대통령과 경호처가 피해자의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영상에서 윤 대통령으로 분장한 김민교는 어린 아이로 분장한 배우에게 “엄마 아빠랑 왔어? 죄송하기는 무슨”이라고 말하더니 가수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부른다. 지난 설 명절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김민교 주위로 배우들이 모여 합창을 시작한 가운데 배우 권혁수가 자신의 노래 실력을 뽐내며 고음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튀는 행동을 했다. 그러자 경호원이 입을 막는 시늉을 하며 권혁수를 끌고 나갔다. 권혁수는 끌려 나가면서 “애드리브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며 항의했다.
이번 정권의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은 여러차례 있어 왔다. 지난 2022년 윤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 만화 작품 ‘윤석열차’가 경기도지사상 금상을 받은 것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 경고를 하며 논란이 불거졌는가 하면, 앞서 지난 달에는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 회장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장에 입장하려다 경호처 직원들로부터 입을 틀어 막힌 채 퇴장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또 지난 1월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 기조를 바꿔 달라”고 말했다가 역시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가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SNL의 정치풍자관련영상 아래 “좌우 떠나서 정치권 풍자개그 같은 건 있어야 한다” “온 가족이 보다가 뿜었다, 너무 재밌었다” “정치풍자 환영합니다, 할 말은 해야죠” “ ‘입틀막’ 풍자로 쿠팡압수수색 받기는 아깝다. 디올백 풍자 한번 가고 장렬하게 가자” “속이 다 시원하네요” 등의 의견을 내놨다. 또 “자연스럽던 정치 풍자가 보는 사람이 더 불안한 시대가 오다니···” “웃고 끝낼 일이 아니다” “김민교씨 안전을 국민들이 지켜주자” 등 후폭풍을 염려하는 의견도 줄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