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에서 선발승이 가장 많았던 팀은 KT였다. KT는 선발승으로만 57승을 거뒀다. KT는 올시즌도 선발 최다승을 노려볼 전력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치른 선발 전력을 유지하면서 6월에는 팔꿈치 재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소형준의 합류로 업그레이드도 기대된다. 올해 KT와 함께 선발진 힘겨루기가 가능할 팀으로는 한화도 꼽히고 있다.
한화는 미국 잔류를 고민하던 류현진의 전격 복귀로 선발 뎁스에 극적인 변화를 이룬 데다 지난 한 시즌을 거치며 국가대표 에이스로 빠르게 성장한 문동주 카드를 쥐고 있다. 검증된 두 외국인투수과는 재계약했다. 또 기본 국내 1선발 자원이던 김민우부터 신인 황준서까지 5선발 경쟁 그룹은 10개구단에서 톱을 다툴 만하다.
그럼에도 한화의 올시즌 기대 순위는 아직 상위권까지 닿지 않고 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 류지현 KBSN스포츠 해설위원 등 프로아구 간판 전문가들도 ‘류현진 효과’를 계산에 넣고도 한화를 5강 싸움 유력 후보 정도로 분류하고 있다. 눈앞 긴장감이 커진 타구단 관계자들이 한화를 3강 또는 4강 등 상위권에 가까운 후보로 거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중계석 등 중립적 위치에 있는 전문가 그룹의 전망은 아직 그만큼은 아니다.
여러 호재에도 한화를 떠올리면 다른 시각의 전제가 많이 달려있다. 우선 한화는 지난해에도 58승에 그쳤다. 우승팀 LG(86승)에 비해 38승이 적었다. 5위 두산(74승)에는 16승이나 모자랐다.
전문가들이 올시즌 한화에 생긴 여러 플러스 효과에 주목하면서도, 지난해 성적을 배경으로 산술적으로 상승폭을 전망하면서는 보수적으로 기준선을 잡게 되는 이유다. 최원호 한화 감독 또한 눈높이를 올리고는 있지만, 가장 높은 근처까지 쳐다보는 것까지는 쉽지 않아 한다.
당연하게 보이는 전력을 진짜 당연한 전력으로 만들기까지 야구에서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해 일취월장하며 리그 최고 타자로 올라선 노시환이 2년 연속 같은 페이스로 자리를 굳건히 잡을 것으로 장담하는데 망설임이 없을 수 없다. 노시환 또한 아직은 각종 공격 수치에서 ‘애버리지’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한화는 또 지난해 1군 불펜 자원을 크게 늘렸지만, 리그 A급 자원으로 내세울 이름이 많은 편은 아니다. 여기에 한화의 오래된 숙제인 야수층과 야수진의 경쟁력에 관한 평가가 여러 시각으로 공존하고 있다.
다만 한화 ‘기대 순위’에 제한선을 만드는 단서들이 굉장히 빠르게 해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원과정(1만2000명)으로 시작한 첫 시범경기에서 한화는 힌트를 봤다.
한화는 지난 9일 대전 삼성전에서 지난해 없던 이름에서 홈런 2개를 뽑으며 경기를 리드한 끝에 승리했다. 새 외국인타자 페라자와 새로 영입한 베테랑 백업 포수 이재원의 홈런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여기에 FA(자유계약선수)로 가세한 안치홍이 3번타자로 서자 4번 노시환-5번 채은성-6번 문현빈-7번 하주석으로 연결되는 타선은 지난해와 달리 무게감이 확실히 달라 보였다. 1번 정은원이 이동한 외야진이 수비력에서 물음표를 남기면서도, 일단은 지난해와는 다른 구성의 힘을 보였다.
야구는 수학적 계산에 익숙한 종목이다. 그러나 수학적 분석과 전망을 뛰어넘는 결과가 종종 나온다. 2022년 우승팀 SSG 또한 에이스 김광현의 복귀과 함께 다른 팀이 됐다. 2021년 66승(6위)에 그쳤던 SSG는 2022년 88승으로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김광현의 2022년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는 6.10(스탯티즈 기준)이었지만, SSG는 직전 시즌보다 22승을 더했다. 산술적 시너지로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 SSG는 새로운 플러스 효과를 만들어냈다.
그해의 SSG처럼 순위 탄력성을 보일 팀을 올해 꼽자면 한화가 우선 보이는 시간이다. 류현진이 왔고, 이미 연습경기에서 진가가 확인되는 피칭을 했다. 시범경기 초반부터 여러 군데서 새 에너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