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득점지원 9위, 한화의 돌파구 찾기
최원호 감독, ‘세이버매트릭스’ 타순 기대
KIA, LG 등도 새 조합으로 득점 향상 계산

최원호 한화 감독. 한화 이글스 제공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뜨거운 이름은 역시 12년만에 한화로 돌아온 류현진이다. ‘초중량급 투수’인 류현진의 움직임에 따라 올시즌 한화 운명은 물론 전체 판도까지 꿈틀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류현진의 복귀 시즌 승수에 대한 주목도도 커졌다. 그러나 승수는, 선발투수만의 능력으로 오롯이 만들 수 있는 결과는 아니다. 야수진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실제 류현진은 KBO리그 데뷔 시즌인 2006년 평균자책 2.23으로 18승(6패)을 거두기도 했지만, 한화 전력이 리그 바닥권으로 처진 2012년에는 182.2이닝 투구에 평균자책 2.66을 찍고도 9승(9패)에 머물렀다.
여러 각도에서 한화 야수 라인업에 대한 주목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최원호 한화 감독이 내놓을 타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 감독은 새 한화 타순 골격을 전하며 ‘세이버메트릭스’를 화두로 꺼냈다.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득점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합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2~5번 타순 하나하나의 역할을 구체화했다. 최 감독에 따르면 2번 요나단 페라자는 최근 ‘2번타자’ 트렌드에 맞게 안타와 장타 생산력이 있으면서도 출루율이 높은 것이 선택 배경이다.
한화는 페라자 영입 과정에서 그가 타석에서 볼 보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줬다. ‘아시아 야구’ 특유의 유인구에 끌려다닐 여지가 적다는 것인데, 실제 페라자는 2023년 시카고 컵스 트리플A에서 121경기를 뛰면서 131안타에 볼넷 76개를 얻어내며 출루율 0.389를 찍었다. 또 23홈런을 곁들이며 OPS를 0.922까지 끌어올렸다. 페라자는 지난 16일 시범경기 사직 롯데전까지 타율 0.278(18타수 5안타) 2홈런 2볼넷 OPS 0.861로 무난한 출발을 하고 있다.
3번타자 안치홍은 전체 타자 중 안타 생산력이 으뜸이라는 게 핵심이다. 안치홍은 데뷔 이듬해인 2010년 이후, 경찰청 야구단에서 복무한 2015~2016시즌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한 차례도 100안타 고지를 놓친 적이 없다. 통산 타율 0.297로 근 3할에 대부분 시즌 120~160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대전 KIA전. 한화 페라자와 노시환이 득점한 뒤 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나단 페라자. 한화 이글스 제공
출루에 이은 안타로 찬스가 커지면 지난해 홈런·타점왕으로 KBO리그 최고 해결사로 성장한 노시환이 4번에서 버틴다. 또 ‘해결사2’ 채은성이 5번에서 대기한다. 6번 타순은 다재다능 문현빈으로 이어가는 식이다.
한화가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 발탁에 공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 2번부터 연결되는 이름들의 장점이 확실한 가운데 1번타자 경쟁력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라인업 전체의 무게감이 달라질 것이라는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후보군의 정은원과 최인호 등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화는 지난해 선발투수 득점지원이 2.59점으로 전체 9위였다. 1위 LG(3.30)과는 차이가 확연했다. 선발 승수 쌓기가 그만큼 어려운 구조였다. 한화 벤치에서 새롭게 구성한 2024년형 타순은 그래서 류현진의 복귀 승수를 움직일 변수다.
타순은 팀마다의 스토리를 담는다. KIA는 올해 박찬호-최원준-김도영 등 빠르고 역동적인 선수를 1~3번에 배치하고 개막을 맞는 것이 특징이다. 이범호 KIA 신임감독은 지난해 9번으로 주로 뛴 박찬호를 1번으로 당기며 타순 맨 앞쪽부터 팀 색깔을 내는 쪽을 선택했다. 새 시즌 베이스가 커진 것을 고려해 ‘뛰는 야구’에 불을 붙이려는 의도도 보인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번 주말 시범경기를 치르며 관련 질문에 “도루 개수도 개수지만, 도루 성공률도 굉장히 중요하다. 도루 실패가 흐름을 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뛰는 야구를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4일 잠실 두산전. 홈으로 들어온 KIA 박찬호가 이범호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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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전통적인 중심타선을 4~6번에 배치한다. 나성범-소크라테스-최형우가 한 칸씩 뒤에서 준비한다.
올해는 타순 자체가 관전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삼성은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시대에 김지찬과 김성윤 등 리그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빠른 선수를 테이블세터로 배치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또 ‘디펜딩 챔피언’ LG는 지난해 9번이던 박해민을 리드오프로 당기고, 1번이던 홍창기를 2번 타순으로 이동시키는 등 각 팀 벤치는 새 시즌 새로운 구성을 들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