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8주년 맞은 알파고와 대국, 이세돌은 지금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입력 : 2024.03.19 13:17
인터뷰하는 이세돌.  구글코리아 제공

인터뷰하는 이세돌. 구글코리아 제공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6년 3월. 전세계인들의 이목은 온통 바둑에 집중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에 쏠렸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 이세돌이 ‘AI’ 알파고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4승1패,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세돌은 4국에서 ‘신의 한 수’로 값진 승리를 따내며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무수한 바둑 기사들이 알파고에 도전했으나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면서, 이세돌은 AI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유일한 기사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역사적인 대국으로부터 어느덧 8년이 지났다. AI는 그 기간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이제는 이 AI 기술을 인간이 어떻게 통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할 때다.

구글코리아는 19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8주년을 맞아 이세돌과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세돌은 “은퇴 이후 생성형 AI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특히 보드게임에 관심이 많이 생겨 새로운 보드게임을 만들어보기도 했다”고 근황을 밝혔다.

8년 전 그 때, 알파고와 대국을 앞두고 있던 이세돌은 자신감이 넘쳤다. 스스로 “한 판이라도 진다면 알파고의 승리라는 생각”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3국을 내리 패했고, 4국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5국을 다시 패하면서 종합 전적 4승1패로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세돌은 “사실 (알파고에 대해) 정확히는 몰랐다. 난 그 때 당연히 내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저 ‘구글에서 이런 인공지능도 만드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며 “그래서 대국을 좀 쉽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 막상 해보니까 승부 호흡도 없고, 고민 없이 바로바로 수를 두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벽에다 테니스공을 치는 느낌이었다. (알파고가) 너무 잘 두니까, 내가 너무 안일하게 준비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바둑판에 사인하는 이세돌.  구글코리아 제공

바둑판에 사인하는 이세돌. 구글코리아 제공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바둑에는 한 번의 거센 바람이 불었다. 요즘 활동하는 기사들에 AI 공부는 필수다. 어떤 포석이든, 수든 AI가 정확한 답안지를 제시하면서 어느 정도 정형화가 됐다.

하지만 이세돌은 이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세돌은 “사실 처음 바둑을 배우는 과정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운을 뗀 뒤 “내가 바둑을 처음 배울 때는 두 명이 함께 수를 고민하고 두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로 배웠다. 그런데 AI가 나온 이후로는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것 같아서 오히려 예술성이 퇴색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둑 기보는 알파고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과거의 기보는 바둑의 역사를 배우는 용도 외에는 특별한 가치가 없다. AI가 더 완벽한 기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AI를 보고 배우는 것이 더 편하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AI 없이는 뒤처지는 세상이 됐다. 급격한 기술의 발전이 이어지고 있고, AI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세돌은 이 부분에 있어서, AI 기술의 개발 속도를 조금이라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제대로 적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한 기술의 발전이 뒤따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세돌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며 “제대로 준비해서 기술을 발전시켜야 인간에게 유익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는 AI가 너무 필요하다. 그렇기에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윤리적인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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