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경은 비범하다. 스스로 평범하다고 하는 말조차도 비범하다. 매 작품 다른 얼굴을 장착하고 나오는 그의 연기력은 더더욱 비범하다.
“제가 추구하는 건 분명한데요, 다음 작품에선 변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연한 적은 없어요. 어떤 이야기가 내 심장을 때리는가, 날 두렵게 하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나. 여기에 맹목적이에요. 그렇게 생각하고 달리는데, 매 작품 얼굴이 다르다고 평가를 받으면 그저 감사할 뿐이죠. 의도치 않았지만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 사이에 변주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의미있는 것들을 쌓아가고 싶어요. 우리 세대가 느끼는 게 조금이라도 담겨 있었으면 하고요. 결과적으로 뭔가 따라오지 않더라도 20대를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걸 남기고 싶어요.”
홍경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로 함께한 손석구에 대한 팬심, 김성철, 김동휘와 호흡한 소감 등을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들려줬다.
■“오래전부터 손석구의 팬, 딱 붙어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의 차기작으로, 홍경은 ‘댓글’을 조작하는 팀알렙 일원 ‘펩택’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의미가 분명한 작품이에요. 다루는 소재나 감독·제작진이 구현해낸 미학 자체가 훌륭하거든요. 대사 중심의 영화도 존재하지만 전 요새 이미지라는 게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데요. 이미지 조각들이 이어져 영화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두 가지를 다 잡아가는 영화예요. 그 사이 선을 타며 좋은 의미로 풀어간 영화라고 자부합니다. 제게 있어서도 20대를 살면서 의미있는 작품을 남겼다고 생각하고요.”
자신을 두고 ‘손석구 팬보이’라는 수식어를 주저없이 사용한다.
“영화보고 탄복을 했어요. 손석구 선배에게 팬으로서 다가가서 조심스레 말을 전했죠. 실제로도 손석구 선배가 아주 큰 보호막이 되어서 ‘댓글부대’란 이 배를 이끌었고, 나와 팀알렙이 조금이라도 접하고 따라가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손석구 선배와 제가 같이 한 장면을 찍은 순간이 있었는데 그 때 선배 모니터에 딱 붙어서 어떻게 하는지 볼 수 있었어요. 좋은 경험이었죠. 시간 날 때 선배에게 가서 궁금한 점을 막 물어보기도 했고요. 다음엔 꼭 한 번 손석구와 직접 연기를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으로 뭘 배웠느냐고 무다 이번에도 ‘손석구’ 이름 석자를 꺼냈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하면서 아쉬움을 느꼈어요. 채워나갈 게 뭔 지 탐구하는 데에 손석구 선배를 보면서 많이 배웠죠. 난 아직 온전히 원톱을 해본 적 없어서 그런지 손 선배를 보면서 탄복을 했는데, 선배가 현장에서 모두를 챙기면서 선함으로 이끄는 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어요.”
■“홍보로 나간 ‘짠한형’, 취한 모습 걱정됐는데”
‘팀알렙’으로 함께한 김성철, 김동휘에 대한 친밀감도 표현했다.
“김성철 형의 뮤지컬이나 출연한 작품들을 많이 봐왔어요. 그래서 워낙 연기를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같이 해보니 움직임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여러 분야에서 해봤고 우리보다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진짜 다르더라고요. 준비를 정말 많이 해오기도 했고요. 또 김동휘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콘크리트 마켓’이란 작품에서 한번 만났고 이번에 두번째 만남이라 믿음이 있었어요. 제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이 사람이 잘 받아주고 불편해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요. 말하지 않아도 연기적으로 소통하면서 놀았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작품 홍보를 위해 유튜브 예능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했다가 화제가 됐다. 유난히 반짝거리는 바지 때문에 많은 이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그 반짝이는 바지는 제 선택이었는데요. 평소 옷을 좋아하거든요. 그 바지도 너무 반짝거려서 예쁘더라고요. 일상에서 입어보지 못할 그런 의상을 캐릭터에 맞게 코디하는 걸 좋아하고요. 사실 방송 공개되기 전엔 걱정을 아주 많이 했어요. 취한 모습이 혹시나 미워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진짜 술을 잘 못 마셔서요. 그래서 잠도 못 자고 그랬는데, 그걸 모나지 않게 봐준 것 같아서 다행이었죠. 제가 편하게 한마디라도 더 끌어내어주려고 했던 신동엽 선배에게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