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청룡의 해다. 용띠는 물론 용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가진 이들은 올해 도약하기를 바란다.
롯데에도 용과 연관된 두 명의 투수가 있다. 신인 전미르(19)와 데뷔 5년차를 소화하고 있는 최준용(23)이다. 전미르는 닭띠, 최준용은 뱀띠이지만 이름에 용과 관련된 단어들이 들어있다. 전미르의 ‘미르’는 순 우리말로 용(龍)이라는 뜻이다. 최준용은 이름에 아예 ‘용’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리고 두 명의 투수는 롯데의 승리 공식이 됐다.
지난 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롯데는 1-0으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최근 7연승 행진을 내달린 한화를 상대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선발로 등판한 나균안이 6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한화 타선이 나균안을 공략 못 한 것 처럼 롯데 타선도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에게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결국 0-0의 균형을 깨지 못한 채 롯데는 불펜 투수를 투입해야만했다. 그리고 7~8회 역전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7회에 마운드에 오른 전미르는 첫 타자 최재훈을 상대하다 유격수 박승욱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내고 말았다. 이후 정은원을 희생번트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지만 주자는 2루로 진루한 상황이었다. 흔들린 전미르는 문현빈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가장 뜨거운 한화의 외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를 삼진 아웃으로 처리했다. 이어 채은성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처리해 팽팽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8회초 천금같은 손호영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롯데는 리드를 잡았다. 이제는 점수를 지켜야하는 상황에서 최준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최준용은 노시환-안치홍-임종찬으로 이어지는 4~6번 중심 타순을 범타로 처리한 뒤 마무리 김원중에게 마운드를 내줬다. 김원중이 승리를 지키면서 롯데는 진땀승을 거뒀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전미르와 최준용이 제 역할을 한 덕분에 롯데는 모처럼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전미르는 경북고 출신으로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투수와 타자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았고 롯데는 그에게 3억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기대감을 표했다. 전미르는 “어디든 상관없다”고 했고 김태형 롯데 감독의 결정으로 투수로서 올 시즌을 소화하게 됐다.
신인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전미르는 김태형 감독이 눈 여겨본 투수 중 하나였다. 시범경기에서도 전미르를 지켜봤다. 전미르는 4경기 중 3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가 마지막 3월17일 한화전에서 0.1이닝 4실점했는데 김 감독은 “더 경험이 쌓여야한다”라며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를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당초 김 감독은 전미르를 기용할 때 선발 투수 뒤에 붙여서 던지게 할 계획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선발 투수들의 투구수가 많이 올라오지 않은 것을 감안해 그 뒤에서 이닝을 채워주기를 바란 것이었다.
그러나 전미르는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 롯데는 개막 후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전미르는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의 피칭을 선보였다. 3월 등판한 4경기에서 13명의 타자를 상대로 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리고 4월 첫 경기에서 가장 승리가 필요한 때에 김 감독은 전미르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미르는 믿음에 부응했고 데뷔 첫 승리를 극적으로 올렸다.
최준용 역시 올시즌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첫 해인 2020년 팀의 관리 속에서 31경기를 소화한 최준용은 다음해 44경기 4승2패1세이브20홀드 평균자책 2.85 등의 성적을 내며 시즌 마지막까지 KIA 이의리와 신인왕 레이스를 펼쳤다. 2022년에는 김원중이 시즌 초반 부상 여파로 합류하지 못할 때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크고 작은 부상들이 그를 괴롭혔다. 지난해에도 어깨, 등, 팔꿈치 등에 크고 작은 부상이 생겼다. 그는 고민 끝에 타자 전향을 시도하기로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마무리 캠프 동안 야수 전향을 위한 준비를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타자 전향을 말렸고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난 최준용은 다시 투수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집중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어나가면서 시즌 준비를 했다. 무작정 많이 운동하기보다는 제대로 쉬는 방법도 익혀나갔다.
이런 준비의 결과물은 지난달 1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와의 서울시리즈 연습경기에서 나왔다. 당시 팀 코리아에 발탁된 최준용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김 감독은 “자신감이 붙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자신감’은 시범경기는 물론 정규시즌 개막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2이닝 1홀드 무실점을 기록한 최준용은 개막 후 6경기에서 6.2이닝 1실점 평균자책 1.35를 기록 중이다.
전미르, 최준용의 활약은 롯데를 더욱 흐뭇하게 한다. 롯데는 2일 대전구장으로 가기 전까지 개막 후 단 1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투타의 조화가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불펜 역시 지킬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전미르-최준용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이 하나의 승리공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