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등 꺾고 포칼 준결승행
‘축구 동화’ 쓴 자르브뤼켄
골키퍼 실수로 결승행 좌절
강호들을 잇따라 꺾고 올라온 ‘자이언트 킬러’의 거침없는 돌진은 준결승에서 멈췄다. ‘세기의 대결’이라며 불태운 의욕이 22세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재로 변했다.
독일 프로축구 3부리그 자르브뤼켄은 3일 연고지인 독일 자르브뤼켄에서 열린 2023~2024 독일 포칼 준결승전에서 2부리그 카이저 슬라우테른에 0-2로 패했다. 바이에른 뮌헨,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등 1·2부 강호들을 꺾고 4강에 오른 자르브뤼켄은 사상 첫 포칼 결승 진출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골키퍼의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수문장 팀 슈라이버는 후반 8분 상대의 밋밋한 헤딩슛을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고 말았다. 헤딩은 정면으로 향했고 속도도 비교적 손쉽게 막아낼 수 있는 정도로 빠르지 않았다. 슈라이버는 “연습할 때는 10개 모두 잡아낼 수 있는 헤더”라며 “지금 땅속으로 가라앉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에디거 지엘 감독은 “우리가 질 게임이 아니었다”며 “한 차례 실수한 대가를 치렀다.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자르브뤼켄은 볼 점유율 54%-46%, 슈팅수 15-8 등 슬라우테른을 앞섰다.
슈라이버는 “팀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0-1로 밀린 뒤에도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싸웠다”고 말했다.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수들은 경기 후 기적적인 여정을 이어온 골키퍼에게 많은 감사와 위로를 전했다. 프리트헬름 푼켈 슬라우테른 감독도 “자르브뤼켄은 환상적으로 플레이했고 우리는 필요한 행운을 가졌다”며 “자르브뤼켄의 역습을 차단한 게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1903년 창단된 자르브뤼켄은 이번 시즌을 “동화(a fairytale)”처럼 보냈다. 포칼은 하부리그 구단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포칼 32강, 16강, 8강전 모두 자르브뤼켄 홈구장인 루트비히스파크슈타디온에서 열렸고 매 경기 1만6000석이 매진됐다. 이날 4강전에도 경기장은 홈 관중으로 가득 찼다. 자르브뤼켄이 2019~2020시즌 포칼에서 거둔 4강 이상을 거두기를 바라는 염원이었다. 자르브뤼켄의 도전은 멈췄지만 선수와 팬들 모두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자르브뤼켄은 이번 시즌 3부리그에서 20개팀 중 11위(10승13무6패)에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