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선수단. 연합뉴스
롯데에게는 항상 ‘봄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시범경기부터 개막 초반까지 ‘봄’에 성적이 좋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시기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가 와도 이기지 못한다’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수식어다. 봄에만 강했고 정작 가장 중요한 가을에는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의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은 2017년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올시즌 롯데는 봄부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15일 현재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자리했다. 지난 12일 고척 키움전에서 4-9로 패하면서 10위로 내려앉았고 이후에도 같은 순위에 머물러 있다.
롯데가 시즌 초반 최하위를 기록한 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6년 전 당시 롯데는 개막 7연패 수렁에 빠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4월 말이 되어서야 간신히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후 롯데는 다시 ‘봄데’의 양상을 보였다. 특히 최근 2년 동안에는 4월에 강했다. 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압도적인 선수가 나왔다.
2022년에는 4월 한 달 동안 타율 0.427 7홈런 OPS 1.249의 성적을 거둔 한동희가 생애 첫 월간 MVP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나균안이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 1.34를 기록하며 4월 월간 MVP의 계보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올시즌 롯데에는 한동희가 없다. 한동희는 시범경기 동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나균안은 여전히 선발진을 지키고 있지만 4경기 동안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 5.59를 기록 중이다. 시즌 개막 전 가정사로 인한 구설수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가 있다.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다. 개막 후 18경기 타율 0.400 3홈런 11타점 등으로 리그 유일 4할 타자로 이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팀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타율 1위 선수가 있는데 팀 타선이 가장 큰 고민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롯데의 팀 타율은 0.243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타점 생산 능력이 지극히 떨어진다. 팀 타점은 60타점으로 10개 구단 평균인 96타점에 훨씬 못 미친다. 롯데를 제외한 9개 팀들은 90타점을 모두 넘겼다. 출루율도 0.314로 가장 낮고 득점권 타율도 0.235로 가장 낮으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김태형 롯데 감독(가운데). 연합뉴스
가뜩이나 타선이 터지지 않는데 마운드도 방어가 잘 되지 않는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은 5.24로 8위에 해당한다. 불펜진 평균자책은 최하위인 KT(7.41)에 이어 5.29로 나쁜 수치를 기록 중이다.
롯데는 지난 겨울 사실상 전력 보강을 뚜렷하게 한 부분이 없다. 내부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을 놓쳤다. 롯데는 내부 FA 2명 중 전준우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안치홍은 지난해 타격 전 부문에서 전준우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냈다. 롯데는 한동희의 군입대로 생길 공백은 물론 안치홍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인앤트레이드로 김민성을 데려오는 등의 영입을 했지만 아직까지 그 빈 자리가 느껴지는 모양새다. 개막 후 트레이드로 LG로부터 손호영을 데려왔지만 사정은 여전하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안치홍은 19경기 타율 0.290 1홈런 8타점 등을 기록 중이다. 팀 사정이 이렇다보니 괜히 떠난 선수를 향한 아쉬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빈 자리가 나면 그 자리를 채울 선수가 나와야한다. 비슷한 포지션에 있던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다. 하지만 이 기회를 제대로 잡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선수층 자체가 얕기 때문이다. 롯데는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큰 팀 중 하나다. 선수층에 대한 지적은 매 시즌 나오는 부분이었다. 부상 선수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잘나가다가도 고꾸라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올시즌에는 초반부터 얕은 선수층의 한계에 대해 여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의 육성 시스템에 또 다시 물음표가 커진다.
이런 요인들 외에도 현재 롯데의 성적을 크게 좌우하는건 분위기다. 경기 중 롯데의 플레이를 보면 상당히 경직된 모습들이 보인다. 연패가 거듭되면서 분위기가 처지고 플레이 하나에 위축되다보니 좀처럼 상승세를 타기가 힘들다.

롯데 선수단. 연합뉴스
롯데는 지난 겨울 김태형 롯데 감독을 데려오면서 그간 없던 유형의 사령탑을 맞이했다. 김태형 감독은 전형적인 강성 리더십을 선보이는 지도자다. 보수적인 표현대로라면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김태형 감독과 선수단의 가교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 롯데에서는 코칭스태프와 고참 선수들 중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주장 전준우나 주전 포수 유강남은 본인 플레이를 하느라 바쁜 상황이다. 투수진 고참 중 하나였던 구승민은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김태형 감독의 니즈를 충족해주는 이른바 ‘기가 센’ 선수가 롯데에는 거의 없다. 이렇다보니 경기 전부터 더그아웃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최근 경기 흐름 속에는 김태형 감독의 ‘강성 리더십’이 선수단과 충돌하는 모양새가 종종 나왔다.
현재로서는 분위기 반전을 꾀할 요소가 거의 없다. 설사 한동희가 돌아오더라도 그는 6월이 되면 군입대해야한다. 롯데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과정이 톱니바퀴가 맞물려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런 양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올시즌 롯데는 하위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봄데’를 잊은 롯데가 거센 ‘꽃샘추위’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