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ABS 판정 오심·은폐 시도··· 잔뜩 뿔난 NC, KBO는 “개선책 논의 중”

입력 : 2024.04.15 14:10 수정 : 2024.04.15 14:18
NC 강인권 감독(왼쪽)이 14일 대구 삼성 전 도중 나온 주심의 볼 판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NC 강인권 감독(왼쪽)이 14일 대구 삼성 전 도중 나온 주심의 볼 판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자동투구구판정시스템(ABS)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심판이 뒤집고, 착오를 은폐하려 한 초유의 사태에 NC 구단도 잔뜩 뿔이 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이다. NC 구단 측은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나온 부분에 대해 1차로 KBO에 유선으로 강력히 항의했으며, 이후 KBO에 ‘해당 내용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15일 전했다.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KBO가 내놔야 한다는 게 NC 측 입장이다.

NC는 ABS 판정 결과를 주심과 양쪽 더그아웃이 전달받는데 발생하는 ‘시차’가 문제의 발단이라고 생각한다. 전날 삼성전 3회말 문제의 상황 때도 NC 더그아웃에서는 문승훈 주심이 이재학이 2구째 스트라이크를 볼로 잘못 콜하고, 공 세 개를 더 던진 뒤에야 태블릿에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가 들어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시차 없이 더그아웃에도 ABS 판정 결과가 전달됐다면, 강인권 NC 감독은 지체 없이 어필을 할 수 있었을 테고 전날과 같은 사태도 방지할 수 있었다.

임선남 NC 단장은 이날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재발 방지 대책은 KBO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양쪽 더그아웃도 ABS 판정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 같은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 시스템에서 경기 중 양쪽 더그아웃은 주심이 인이어로 듣는 음성 대신 스트라이크 존 그래픽으로 변환된 판정 결과를 태블릿을 통해 전달받는다. 주심이 콜을 한 뒤 통상 20~30초는 지나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임 단장은 “기술적으로 그 시차를 단축할 수 없다면, 주심이 듣는 음성을 더그아웃에도 바로 전달하면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ABS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기계 음성으로 주심에 전달된다. 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스트라이크는 남자 목소리, 볼은 여자 목소리로 구분했다.

방송 중계 측에는 그래픽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전용 회선을 쓰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 현장 더그아웃 태블릿에 전달하는 그래픽 자료는 무선 인터넷선을 쓰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 방송 중계 자료보다 더 정밀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추가로 시간이 걸린다. 방송 중계 측에 제공하는 것처럼 전용 회선을 사용한다면 시차를 줄일 수 있겠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NC전에서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공을 볼로 선언한 뒤 항의를 받자 심판들이 모여 논의하고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지난 14일 대구 삼성-NC전에서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공을 볼로 선언한 뒤 항의를 받자 심판들이 모여 논의하고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어떤 식으로든 현 시스템에 변화가 없다면 전날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다분하다. 만원 관중의 응원 소리에 음성 신호가 묻힐 수 있고, 인이어 수신기가 순간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도루 같은 다른 플레이가 겹치면서 주심이 ABS 콜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전날에도 이재학의 2구 투구와 삼성 1루 주자 김지찬의 도루가 겹쳤다. 심판진이 착오를 빠르게 인지하고, 후속 플레이 전에 정정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날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 현장 더그아웃에서 오심을 인지하고 어필을 해도 시차 때문에 효과가 없다.

극단적으로 가정한다면, 심판진이 작정하고 편파 판정을 내리는 경우 또한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주심이 ‘작심’ 하고 ABS 판정 결과와 다르게 콜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즉각 어필하지 못한다면 뒤집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임 단장은 전날 사태가 ABS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장 일각에서 구장마다 존이 다르다는 불만이 있고, 더 나아가 로봇이 판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까지 나오지만 임 단장은 “같은 조건에서 일관된 판정이 나온다는 점을 높게 본다. 우리 구단은 지금까지 ABS 도입에 일관되게 찬성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전날의 사태는 기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잘못이라는 것이고,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사람의 잘못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KBO도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책을 논의 중이다. KBO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시차 문제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ABS 도입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다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개선책을 논의하고 있다. 더그아웃에 음성 신호를 전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KBO는 논의가 마무리되고 결론이 나오는 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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