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스튜디오 안에 세트를 만들고 카메라를 비췄던 ‘스튜디오 콩트’가 있었다. 그리고 이는 1990년대 중반에 이르자 방청객을 불러 ‘웃음의 파도’가 치던 ‘공개홀 콩트’로 변했다.
방송사 안의 코미디가 시들자 서울 대학로를 비롯한 거리의 공연장에서 코미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 ‘콘서트’ 방식을 수혈한 ‘개그콘서트’를 필두로, TV 코미디는 모두 콘서트 형태로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유행도 지나고, 부활한 ‘개그콘서트’를 제외하면 공개 코미디씬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코미디는 어디에 있을까. 유튜브에 그리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이제 짜 맞춘 합이나 연기보다는 입담이 더 주목받는 ‘만담’ ‘스탠드업’ 장르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기반 엔터테인먼트 업체 샌드박스에서 나온 정영준 대표가 설립한 메타코미디는 지금, 2024년 대한민국 코미디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회사 중 하나다. 과거 코미디 관련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거의 방송사를 기반으로 토대를 잡았던 것에 비하면 메타코미디의 독자성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유튜브 콘텐츠로 세계관을 구축하고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각종 부가 콘텐츠와 MD를 만들고 공연화로 연결했다. 결국 ‘피식대학’이나 ‘숏박스’ ‘빵송국’ ‘스낵타운’ 등 잘 나가는 코미디 크리에이터들의 집합소가 됐고, 또한 만담과 스탠드업 코미디의 요람이 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홍대에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를 설립해 오프라인 코미디의 기반 확충에도 한창이다.
그를 비롯한 곽범, 이용주, 이재율, 손동훈, 이제규 등 만담, 스탠드업 아티스트들은 15일 서울 마포구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에서 열린 개관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신들의 길을 밝혔다. 그들의 길은 방송사 안에 있지 않았으며, 거리와 공연장을 채운 관객들에게 있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장르, 더 넓은 지역에서 사랑받을 ‘꿍꿍이’를 갖고 있다.
정 대표는 “6개월 정도를 이른바 ‘오픈빨’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후로도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만담과 스탠드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여러 장르를 소개하고 싶다. ‘즉흥연기’라 칭해지는 ‘임프라브(IMPROV)’와 일본의 일인극 스타일인 ‘라쿠고(落語)’도 있다. 많은 장르를 한국화하여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담’은 흔히 예전 장소팔과 고춘자 시절까지 거슬러 갈 수 있는 장르로 주로 두 명의 코미디언이 서로 유머를 주고 받는 형식이다. 팀 단위로 움직인다. ‘스탠드업’은 주로 마이크 하나로 한 명의 코미디언이 주도하는 공연으로 역시 입담과 에피소드 그리고 관객과의 호흡이 중심이 된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라인업을 꾸릴 수 있는 장르가 두 개였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장르여서 6, 7년 전부터 교류를 하고 연구했다. 고민을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잘 할 수 있는 분들의 씬이 꾸려졌다”고 덧붙였다.
메타코미디에는 장삐쭈, 피식대학(이용주, 정재형, 김민수), 면상들(이선민, 조훈), 숏박스(김원훈, 조진세, 엄지윤), 과나, 스낵타운(이재율, 강현석), 김해준, 빵송국(이창호, 곽범), 코미꼬, 뷰티풀너드(전경민, 최제우), 박세미, 대니초, 손동훈, 이제규, 김동하, 보따(김원식, 조다현), 송하빈, 김모이, 유스데스크(유영우, 구정모), 플러스마이너스(김영구, 김진경)가 소속돼 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만담 어셈블’과 ‘스탠드업 레잇나잇’, 토요일 ‘스탠드업 어셈블’ ‘만담 어셈블’, 매주 일요일 각종 기획과 단독 공연 등 스페셜 공연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새로운 신진세력을 수혈하는 ‘만담 어셈블 SE’ ‘스탠드업 어셈블 SE’ 등의 공연을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우리가 하는 코미디의 수준이 낮지 않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많은 장르를 소개할 예정이고, 어느 나라의 무엇보다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만들 수 있는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을 통해 스타가 나오고 이들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밸류체인’을 만드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이번 메타코미디클럽이 ‘홍대’인 이유는 이후 ‘성수’ ‘강남’ ‘부산’ 등 지역을 넓혀가면서 저희가 만드는 코미디를 많은 사람과 즐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만담과 스탠드업은 여러 가지로 대본이나 연기력보다는 즉흥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웃음으로 적용하는 순발력이 큰 가치를 얻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에서 발달한 아티스트들의 인기가 높다.
정 대표는 “방송사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과 좋은 코미디쇼로서 협업을 하고, 방송사 코미디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사의 코미디가 교류하고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공연 때마다 ‘가장 트렌디한 코미디’를 내세우는 메타코미디클럽. 이들의 존재는 우선 코미디의 다양한 장르 소개와 저변이 확산하는 것만으로도 ‘코미디의 새 시대’를 예감하게 한다. 또한 다른 장르도 적극적으로 만들어낼 계획이 있는 이들의 머릿속에, 대한민국 코미디는 당분간 그 운명을 걸 공산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