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6회초 파울 홈런을 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AP연합뉴스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 그리고 타구가 오른쪽 담장 너머로 쭉쭉 뻗어가던 순간, 많은 팬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플래시 히트’가 나오는 듯 했다. 하지만 공은 아쉽게 파울 폴 바깥쪽으로 날아갔고 이정후도, 팬들도 아쉬움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아쉽게 놓친 홈런의 여파가 컸을까. 이정후의 연속 안타 행진도 결국 끝나고 말았다.
‘스플래시 히트’는 오라클 구장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겨 바다에 직접 떨어지는 홈런 타구를 뜻한다. 파울이나, 야구장에 한 번 맞은 타구, 상대팀 타자가 때린 타구는 제외된다.
이정후는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 1번·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몸맞는공 1개를 기록했다. 이정후의 타율은 0.282(85타수24안타), OPS(출루율+장타율)는 0.725가 됐다.
이로써 지난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부터 이어져오던 이정후의 연속 안타 행진은 ‘11경기’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몸맞는공과 볼넷으로 멀티출루를 달성하며 연속 출루 기록은 12경기로 이어갔다.
이정후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자신이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다던 스플래시 히트를 안타깝게 놓쳤기 때문이었다.
원래 이정후는 이날 메릴 켈리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켈리가 경기 시작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어깨에 불편함을 느껴 돌연 등판이 취소됐다. 이에 트리플A에서 올라온 슬레이드 세코니와 맞대결을 펼쳤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8회초 2루 도루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AP연합뉴스
이정후는 1회 첫 타석 볼카운트 0볼-1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존 낮게 들어오는 83.7마일(약 134.7㎞)을 공략했으나 얕은 3루 땅볼에 그쳤다. 애리조나 3루수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의 대처가 뛰어났다.
이정후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몸맞는공으로 출루했다.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에서 세코니가 던진 87마일(약 140㎞)짜리 슬라이더가 이정후의 다리 쪽으로 향했고, 이정후가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다.
이정후에게 안타까운 장면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역시 선두타자로 들어선 이정후는 몸쪽 높게 들어오는 세코니의 초구 91.9마일(약 147.9㎞)짜리 패스트볼을 기다렸다는 듯 잡아당겼다. 공은 오른쪽 담장 밖으로 훌쩍 넘어가 매코비만에 그대로 빠졌다. 하지만 공이 파울 폴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정말 아쉽게도 파울이 됐다.
한국인 선수로는 2004년 최희섭(당시 플로리다), 2020년 추신수(SSG·당시 텍사스)가 스플래시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스플래시 히트는 공식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소속 선수들에게만 인정되기 때문에 최희섭과 추신수의 홈런은 공식적으로는 스플래시 히트로 기록되지 않았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스플래시 히트를 달성하는 순간이 다가오는 듯 했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맥이 풀린 탓인지 2구째 76.1마일(약 122.5㎞)짜리 커브를 걷어올려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마지막 타석에서 또 출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안타는 아니었다. 애리조나의 오른손 불펜 투수 라이언 톰슨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냈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어진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타석에 2루 도루를 감행했다가 에리조나 포수 가브리엘 모레노의 정확한 송구에 걸려 아웃돼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애리조나에 3-5로 패했다. 0-1로 끌려가던 5회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의 투런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었던 샌프란시스코는 6회초 1사 2·3루 위기에서 모레노에게 적시타를 내줘 2-3으로 다시 역전당했고, 9회초 2점을 더 내줬다. 9회말 2사 3루에서 타이로 에스트라다의 2루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