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신인상 수상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초반이긴 해도, 진지하게 사이영상에 대한 논쟁이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컵스 역사에 기록을 쓴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의 페이스가 그만큼 뜨겁다. 노모 히데오가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때 ‘노모 마니아’라는 신조어가 생겼던 것처럼, 올해는 ‘이마나가 마니아’라는 말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이마나가는 27일 미국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6.1이닝을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고 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 시카고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5번째 등판에서 4승(무패)째를 거둔 이마나가는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도 소폭 오르긴 했지만 0.98로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자, 유일한 0점대 평균자책점을 이어갔다.
이날 승리로 이마나가는 컵스 소속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첫 5번의 선발 등판에서 4승 무패를 거둔 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따져도 이마나가를 포함해 37명 밖에 하지 못한 엄청난 기록이다. 특히 4승 무패에 0점대 평균자책점까지 포함하면 1945년 데이브 페리스(당시 보스턴) 이후 79년 만에 처음 나온 기록이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잭슨 츄리오(밀워키 브루어스) 등 시즌 전 내셔널리그 신인상이 유력할 것이라고 평가받던 선수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지금 시점에서 내셔널리그 신인상 레이스 최선두에 있는 선수는 이마나가다.
이마나가의 질주는 신인상을 넘어 초반 사이영상 레이스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이버매트리션들이 만들어낸 각종 수상 예측 지표 중 하나로 ‘사이영 포인트’가 있는데, 톰 탱고가 고안한 ‘톰 탱고 사이영 포인트’가 주로 쓰인다. 탱고는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이닝 등 투수 개인의 능력이 드러나는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마나가는 탱고의 사이영상 포인트에서 17.6점을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4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내셔널리그 투수 중에서는 레인저 수아레스(필라델피아·18.7점) 한 명 뿐이다. 이마나가와 비교가 되는 야마모토는 8.7점으로 한참 아래에 머물러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서도 사이영상 예측 프로그램을 쓴다. 이것은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 그리고 역시 저명한 세이버매트리션인 롭 네이어가 합작해서 만들어냈다. 이것 역시 탱고가 만들어낸 것처럼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이닝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여기에 구원 투수들의 가치까지 반영하기 위해 세이브의 비중도 있고, 여기에 팀이 지구 1위를 달릴 경우 이에 대한 가치도 인정해 ‘보너스 포인트’라는 것을 추가했다.
여기에서는 이마나가가 50.7점으로 내셔널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 뒤에는 타일러 글래스나우(LA 다저스·46.2점), 수아레스(41점)가 뒤쫓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남은 경기가 많은데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지금 시점에서 사이영상을 노린다는 말은 아직은 꺼내기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이마나가의 페이스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4년 5300만 달러라는, 연평균 1325만 달러에 불과한 저렴한 계약을 감안하면 이만한 가성비도 없다. 컵스가 참 많은 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