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네일(31·KIA)은 올해 개막 이후 KIA의 히트작이다.
KIA가 시즌 초반부터 강력하게 우승후보로 달리는 가장 큰 이유로 강한 마운드가 꼽히는데 그 중 외국인 투수 둘의 활약이 결정적이라 평가받는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외국인 투수들의 대실패로 고전했던 KIA는 선발 로테이션만 꾸준히 돌아가도 만족할 수 있을 정도라면서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윌 크로우와 네일을 새로 뽑았고, 당초 크로우를 1선발로 기대했으나 정작 네일이 매우 안정적인 투구를 보이며 1선발 존재감을 만들어가고 있다. 개막 이후 5경기에서 4연승을 달렸고 지금도 1점대 평균자책으로 리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후 최근 2경기에서 특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네일이 등판한 경기에서 KIA가 안 하던 실수들을 쏟아낸다.
지난 2일 광주 KT전에서는 KIA가 실책 5개를 저질렀다. 그 중 3개가 네일이 던지는 동안 나왔다.
네일은 3-0으로 앞서던 3회초에 대거 5점을 내줬는데 그 과정에서 실책 2개가 나왔다. 1사 1루에서 천성호의 땅볼 타구를 네일이 직접 잡아 2루로 송구한 것이 빗나가고 말았다. 1사 1·3루에서는 강백호의 유격수 땅볼을 잡은 유격수 박찬호가 2루를 찍은 뒤 병살을 노리고 1루에 던졌으나 악송구가 됐다. 실책으로 기록은 안 됐으나 병살 처리하지 못해 이닝이 이어졌다. 3-3에서 포수 한준수는 패스트볼을 기록했고, 2사 2·3루에서 박병호의 타구를 3루수 김도영이 포구 실책하면서 네일은 3회초에만 5점을 줬다. 전부 비자책이었다.
7회초에도 2루수 서건창의 포구 실책으로 선두타자를 출루시킨 뒤 결국 홈을 내줘 또 비자책 1실점을 기록한 네일은 이날 6.1이닝 8피안타 1볼넷 6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네일은 잘 던지다 실책에 완전히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2회까지는 쾌투를 했지만 3회초 박찬호가 병살을 잡지 못하고 1점을 주자 2사 1루에서 로하스-장성우-김민혁으로 이어진 KT 3~5번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고 그 뒤 역전까지 내줬다. KIA는 5-12로 졌고 네일은 시즌 첫패를 안았다.
네일의 지난 선발 등판이었던 4월26일 잠실 LG전도 비슷했다.
5-1로 앞서던 5회말 1사 2루에서 포수 김태군이 볼카운트 2-2에서 7구째 스트라이크가 들어왔으나 잡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낫아웃인데 공을 빠뜨렸으니 잡아서 타자를 태그하거나 1루 송구해야 하는데 볼카운트를 착각해 투수 네일에게 던지는 대형 실수를 했다. 네일이 깜짝 놀라 1루로 송구했으나 이미 세이프, 2사 2루가 됐어야 할 상황이 1사 1·2루가 됐고 그 뒤 네일은 몸에 맞는볼에 2안타를 맞으면서 3점을 내줬다.
26일 LG전 당시 상황은 5회였고 투구 수가 60개를 넘어갈 무렵이었지만 2일 KT전은 3회초에 투구 수 30여개를 던지고 있던 때였다. 네일은 2경기 연속, 갑자기 벌어진 악재에 당황하고 이겨내지 못하는 듯 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일은 현재 다른 팀들이 굉장히 어려워 하고 있다. 종으로 떨어지는, 움직임이 매우 심한 스위퍼에 타자들이 손을 대지 못하고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비교되기도 한다. 2일 경기 전에도 KT 이강철 감독은 “네일 공은 아예 치질 못하던데”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현재, 네일이 등판하는 경기는 KIA가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 네일이 던진 5경기를 모두 이기던 KIA는 최근 2경기는 뼈아픈 실책들과 함께 모두 지고 말았다. 잡을 수 있던 2경기를 모두, 실책으로 정신없는 상황을 야기한 뒤 네일이 버티지 못하면서 내줬다.
KIA는 마운드와 공격력을 겸비해 탄탄한 경기력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 실수를 쏟아내는 허망한 경기로 승리를 놓친다.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책도 2일까지 40개로 가장 많다. 공교롭게도 그 중 15개가 네일이 선발 등판한 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