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수원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T와 키움의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수원 | 김하진 기자
어린이날은 프로야구에 있어서 ‘대목’인 날이다.
가족 단위의 팬들이 어린이날을 맞이해 찾기 좋은 곳이 야구장이다. 또한 5월초는 날씨도 따뜻해 야외 활동도 활발해지는 시기다. 때문에 어린이날에는 야구장이 많은 팬들로 매진 사례를 이루곤 한다.
프로야구 팀들도 미래 야구 팬들을 확보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어린 시절 야구장에서의 추억이 성인이 된 후에도 쭉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프로야구 팀들도 어린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다채로운 이벤트를 준비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어린이날 홈경기를 치르는 LG는 경기 전 ‘엘린이 홈런’, ‘미니 엘림픽’ 등의 행사는 물론 신민재와 문성주의 특별 사인회를 열기로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키즈런’ 등의 행사를 준비했다.
1위를 달리는 KIA 역시 광주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경기 후 그라운드를 개방해 어린이 팬들에게 그라운드 캐치볼 행사가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밖에 수원구장에서 키움과 경기를 치르는 KT, 인천에서 NC와 맞붙는 SSG, 대구구장에서 ‘영남 라이벌’ 롯데와 경기를 치르는 삼성 등은 홈구장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 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러나 이 모든 이벤트가 모두 무산됐다. 때아닌 봄비로 인해 야구 경기가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5일 오후 2시 광주(한화-KIA), 대구(롯데-삼성), 인천(NC-SSG), 잠실(두산-LG), 수원(키움-KT)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5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이날 봄비가 전국적으로 내렸고 수도권은 물론 광주, 대구 경기까지 모두 열리지 못했다.
어린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된 건 역대 네번째다. 1985년 3경기가 모두 취소됐고 1992년 OB-해태전이 비로 취소됐다.
그리고 지난해 LG-두산(잠실구장), 삼성-롯데(사직구장), KT-한화(대전구장), KIA-NC(창원구장) 등 4경기가 전국에 내린 비와 그라운드 사정 등으로 취소됐다. 5경기 중 4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나머지 한 경기는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SSG 경기였다. 돔구장이었기에 유일하게 한 경기가 열렸고 이날 경기는 매진 사례를 이뤘다.
2015년 10개 구단 체제에 돌입한 후 어린이날에 열린 5경기가 모두 취소된 건 역대 처음이다. 2년 연속 어린이날에 우천 취소가 된 것도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처음 있는 날이었다.
게다가 어린이날이 낀 연휴를 맞이해 관중몰이를 하고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 4일 열린 5경기에서는 총 10만4949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잠실구장의 2만3750석이 모두 팔렸고 대구 역시 2만4000명이 찾아 매진 사례를 이뤘고 광주도 2만500명으로 매진을 기록했다. 올시즌 최다 일일 관중 기록을 경신하면서 야구를 향한 인기를 실감했다.
그러나 정작 어린이날 당일에는 비로 열기가 가라앉았다. 수원구장에서도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일찌감치 야구장을 찾았지만 우천 취소 소식을 접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했다.

지난 4일 만원관중으로 가득찬 잠실구장. LG 트윈스 제공
현장에서도 아쉬움 섞인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강철 KT 감독은 “우리 때는 어린이날에 비가 없었는데 최근에 비가 계속 왔다”며 “각 구장마다 매진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우리도 아쉽지만 어린이 팬들이 더 아쉬울 것 같다”고 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어린이날은 무조건 고척돔 경기를 잡아야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유일하게 어린이날에 경기를 치렀던 키움은 당시 SSG에 1-3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홍원기 감독은 “결과는 안 좋았지만 그래도 우리 팀이 어린이날에 꽤 승률이 좋았다”라고 했다. 키움은 2008년 창단한 뒤 지난해까지 16차례의 어린이날 매치에서 11승5패를 기록했다.
현역 시절에는 ‘국민 타자’로 어린이팬들에게 희망을 안겼지만 막상 두산 감독에 부임한 뒤에는 2년 연속 비로 어린이날 경기를 치러보지 못한 이승엽 두산 감독도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해에도 취소가 되서 올해는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내년에는 꼭 어린이날에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