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재능’들이 날뛰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신체 능력만 따지자면 신시내티 내야수 엘리 델라크루스(22)를 한 손에 꼽을 만하다. 던지고 달리는 원초적인 능력에서 경쟁상대가 많지 않다.
델라크루스는 MLB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강력한 송구 능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며칠새 시속 100마일(약 160㎞) 송구를 연달아서 뿌려대며 리그 신기록을 연속해서 갈아 치웠다.
그 델라크루스가 올해는 빠른 발로 주목을 받고 있다. 1987년 이후 37년 만의 시즌 100도루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신시내티가 47경기를 치른 20일(한국시간) 현재 델라크루스는 30도루를 기록 중이다. 162경기 환산 103도루 페이스다.
델라크루스는 빠르다. 정말로 빠르다. 스프린트 스피드가 초당 29.9피트(약 9.11m)다. 리그 평균인 초당 27피트를 훨씬 웃돈다.
델라크루스는 기회가 날 때마다 도루를 시도한다. 올 시즌 델라크루스는 모두 43차례 도루 기회를 잡았다. 출루율 0.352에 비해 적은 숫자다. 출루할 때마다 앞선 누에 주자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델라크루스는 ‘교통 체증’을 뚫고 틈날 때마다 뛰었다. 43차례 기회 중 35차례 도루를 시도해 5번만 실패했다. 도루 기회 대비 시도 비율이 81.3%다. 2위인 호세 카바에로(탬파베이)의 58%와 비교해 차이가 크다. 리그 평균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숫자다.
델라크루스는 1루에 있건, 2루에 있건 언제든 달릴 수 있는 주자다. 30도루 중 3루 도루만 12개다. 역대 한 시즌 최다 3루 도루는 ‘전설적인 대도’ 리키 헨더슨이 1982년 기록한 34개다. 그해 헨더슨이 기록한 도루는 역시 리그 최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130개. 3루 도루 비율로 따지면 1982년 헨더슨이 26.2%, 올 시즌 델라크루스가 40%다. 3루 도루 만큼은 델라크루스가 ‘도루왕’ 헨더슨보다도 더 과감하다.
1900년 이후 한 시즌 100도루는 8차례만 나왔다. 헨더슨이 3번(1980·1982·1983), 빈스 콜먼이 3번(1985·1986·1987), 그리고 루 브록(1974)과 모리 윌리스(1962)가 각각 1번씩 기록한 게 전부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시즌 100경기 이상 더 남았다. MLB닷컴은 “델라크루스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다만 100도루 시즌이 가능할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이제는 편안히 쇼를 즐기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