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투수 기록 중에서도 가장 경이로운 기록을 향한 양현종(36·KIA)의 대장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현종은 지난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을 던졌다.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져 KIA의 6-2 승리를 이끌고 시즌 4승째를 거뒀다.
이날 5회를 던지면서 양현종은 통산 2400이닝 고지를 밟았다. 프로야구 역사상 2400이닝을 던진 투수는 송진우(3003이닝)밖에 없다.
양현종은 이미 역대 다승 2위(172승)에 선발승으로는 역대 최다승을 거두고 지난 19일 NC전을 통해 정민철(2394.2이닝)을 넘어 역대 최다이닝 2위로 올라섰다. 이제 2400이닝을 채우면서 지난 15년 간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송진우의 기록을 향한 도전을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송진우는 21년을 KBO리그에서 던졌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면서 활약했고 무엇보다 43세였던 2015년까지 뛰며 통산 최다 210승과 최다이닝을 달성했다. 20년이 넘는 동안 꾸준함으로 일궈낸 기록이다.
양현종이 지향하는 선수 생활과 일치한다. 양현종은 데뷔 직후 중간계투로 던지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경력을 선발 투수로 쌓아왔다. 통산 172승 중 170승을 선발로 거둔 양현종은 역대 다승 2위, 선발승 1위에 올라 있다. 선발이자 에이스로서 오래 뛰어온 양현종은 이닝에 가장 큰 가치를 둔다. 도전하고 있는 기록 중에서도 선발승이나 탈삼진보다도 이닝에 방점을 두고 있다.
통산 2402이닝을 기록 중인 양현종은 601이닝을 더 던지면 송진우의 기록에 도달한다. 이 도전은 양현종의 연속 기록과 궤를 같이 한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9시즌 연속 170이닝을 던졌다. 이미 한국 프로야구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이다. 170이닝은 에이스로서 최소한의 몫이라 생각하기에, 양현종이 가장 애착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올해 11경기에서 69.2이닝을 던진 양현종은 남은 약 20경기에서 100.1이닝을 더 보태면 10년 연속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내년부터 501이닝만 더 던지면 송진우의 통산 대기록에 닿는다. 양현종이 170이닝 기록만 계속 이어가게 되면 3년 뒤 송진우의 통산 최다 이닝 기록에도 자연스럽게 이르게 된다. 양현종이 해마다 최소한의 목표 지점으로 잡는 연속 170이닝 기록의 종점이 최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송진우의 통산 최다 이닝 기록으로 연결된다.
그 도전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양현종은 올해 활약으로 보여주고 있다. 양현종은 현재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서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다. 지난 2~3년 간 하향세라고 했던 평가를 뒤집고 올해 다시 전성기급 투구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 두산전을 통해 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은 8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하면서 평균자책도 다시 2점대로 진입했다. 양현종은 현재 평균자책 4위(2.84)다. KIA에서 여전히 에이스 몫을 하고 있다.
만 36세인 지금 완전한 리그 특급의 투구를 펼치고 있는 양현종은 2025년 시즌을 마치면 다시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양현종은 현재까지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몸도 생활도 잘 관리하는 투수다. 내년 이후 최소 3년을 더 던져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의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올해의 활약은 더 빛나고 있다.
양현종은 “2400이닝을 던졌지만 아직 멀었다. 다음 목표를 위해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도 더 철저히 몸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고 그 최종 목표점에 대한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