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에 우뚝 선 임영웅, 역시 달랐다.
임영웅의 단독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지난 25일에 이어 이틀간 진행된 이날 콘서트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전국 투어의 앙코르 공연이다. 더불어 임영웅의 첫 서울월드컵경기장 입성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22년 연말 고척스카이돔에서 전국 투어의 앙코르 공연을 선보인 데 이어 또 한번 대형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특급 스케일로 이틀간 상암을 뜨겁게 달궜다.
임영웅의 ‘영웅시대’(팬덤명), 서로를 향한 열렬한 애정은 이미 유명한바, 이날도 영웅시대는 팬덤의 상징색인 파란색 의상을 입고 일찌감치 상암을 에워쌌다. 특히 이날 간헐적으로 비가 내린 만큼, 임영웅은 모든 팬에게 파란색 우비를 나눠주며 팬들의 안전한 관람을 도왔다. 팬들도 이런 마음에 화답해 폭발적인 함성을 쏟아내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이날 눈에 띈 것은 임영웅의 공연장 활용법이다. 드넓은 상암벌을 꽉 채워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이날 공연장 중앙에는 마름모꼴의 무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는 연예계 유명한 ‘축덕’인 임영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특별한 조치다. 일반적으로 좌석이 설치된 객석을 제외한 메인 경기장 부분을 스탠딩석 혹은 플로어석으로 채우는 것과 달리, 임영웅은 중앙 무대를 제외하고 남은 잔디 부분은 모두 천막으로 덮었다.
이렇게 넓은 공연장 중앙에 그리 크지 않은 무대 하나만 설치해 공연한다니, ‘아쉽겠다’ 싶던 순간, 북측 객석 쪽 설치된 메인 무대와 이어져 객석과 가까이 경기장을 빙 둘러 설치된 런웨이 형식의 돌출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360도 무대보다 트레일러 이동보다 더 관객과 가까이하는 방법을 찾아내며, 전화위복을 이룬 셈이다.
‘무지개’ ‘런던보이’ ‘보금자리’로 오프닝을 연 임영웅은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소나기’ ‘사랑해요 그대를’ ‘이제 나만 믿어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은 늘 도망가’ 등으로 공연을 이어가며, 메인 무대에서 중앙 무대로, 또 돌출 무대로 연신 자리를 옮겨 공연장 구석구석의 관객들과 호흡했다.
더불어 임영웅은 “축구도 수중전이 재밌다. 비가 올 때 축구가 더 잘 되는데 노래도 더 잘 될 것 같다. 더 촉촉한 감성을 보여주겠다”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또 플로어 대신 하늘길을 택한 특별한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사랑아 도망가’ 무대를 시작하면서 임영웅은 열기구에 올랐다. 그는 “여러분과 좀 더 가까이 만나고 싶었다”고 밝혔고, 2층과 3층 관객과 눈을 맞추며 ‘사랑역’ ‘사랑해 진짜’를 가창했다. 이후 ‘우리들의 블루스’ 무대는 잔디 위에 깔린 하얀 천막을 스크린처럼 활용한 색다른 연출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무대는 쏟아지는 빗속의 열창으로 감동을 안겼다.
무대를 마친 임영웅은 “빗속에서 부르니까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 마치 하늘이 저를 위해서 특수효과를 해준 것 같다”고 특별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공연 후반부로 향할수록 빗줄기가 세졌지만, 임영웅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 ‘남행열차’ ‘두 오어 다이’ ‘히어로’ 등 신나는 곡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마지막까지 뜨거운 ‘우중콘’을 펼쳤다. 팬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 연신 응원봉을 흔들고 떼창을 하며 완벽하게 즐겼다.
이후 연신 ‘임영웅’을 외친 팬들의 앙코르 요청에 무대에 오른 임영웅은 “평생에 한 번 설 수 있을까 말까한 무대를 이틀이나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기적을 행하는 영웅시대라고 말씀 드리는데, 이 모든 건 기적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모두의 힘이 모여 이 공연이 탄생했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라고 큰절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서울의 달’ ‘인생찬가’로 앙코르 무대를 꾸며 공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