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경문 한화 감독이 세 경기째 이어진 아홉수를 끊고, 감독 통산 900승 고지에 올랐다. KBO 역대 6번째 대기록. 공교롭게도 김 감독의 기록은 2004년 첫 지휘봉을 잡았던 인연의 팀, 두산을 상대로 나왔다. 11일 잠실 두산전 6-1 승리로 김 감독은 통산 1707경기 만에 900승째(775패 32무)를 거뒀다. 두산 감독으로 2004년 4월 5일 잠실 KIA전에서 첫 승을 올리고 7576일 만이다.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화 원정 팬들의 환호와 함께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감독을 오래 하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승은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거니까, 절대 저 혼자로 되는 게 아니다”면서 “이제 빨리 잊고, 내일은 또 류현진 선수가 (선발로) 던지니까 그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하 김 감독의 900승 인터뷰 일문일답.
-900승 소감은
“저보다도 선수들이 많이 부담스러워하더라. 선수들이 3연전 첫 경기를 내심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기록은 그렇다 치더라도 첫 경기에서 이길 수 있어서 선수들한테, 팬들한테 고맙다.”
-감독 첫 승 라인업 혹시 기억이 나시나
“그 라인업은 솔직히 생각이 안 난다. 감독 첫 경기는 졌던 것 같은데, 김성한 감독 있을 때. 첫 경기 졌던 건 기억이 난다. 사실 900승 생각을 못 하고 있을 때 한화에서 저를 믿고 이렇게 부름을 주셔서 이런 승도 하게 되고 해서 너무 고맙다. 그리고 상대가 두산인데, 처음 감독한 팀이 아닌가. 두산에서 처음 저를 믿어줬기 때문에, 그게 발판이 돼서 지금까지 감독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 지나니 선수들이 제일 고맙다. 스태프들도 그렇고, 팬들도 계시고.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기억에 남는 승리가 있다면
“지금은 사실 생각이 안 난다. 그것보다도 저번 홈 3연전(7~9일·NC 상대)에서 패하고, 패하고 그다음 날 비기는데 그 경기가 굉장히 힘들더라. 계속 그 생각만 났다. 1승이 어떨 때는 쉽게 될 때가 있지만, 1승이 또 굉장히 귀중하다는 걸 배울 때도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중요한 외국인 선수(요나단 페라자)가 빠진 가운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이긴 거라, 우리 선수들이 더 자랑스럽고 더 기쁘다.”
-900승 금자탑에 계속 이어질 기록인데
“감독을 오래 하고 시간이 흐르면 승은 자연적으로 많이 따라오는 거니까. 절대 저 혼자서 되는 건 아니고, 사실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그 몇 가지는 제가 가슴 속에 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빨리 잊고, 내일 또 류현진 선수가 (선발로) 던지니까 그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899승 하시고 어제까지 나흘 동안은 좀 힘들지 않았나
“저는 큰 생각은 없었는데, 선수들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더라. 그래서 좀 더 부담감을 내려주고 싶었는데, 상대(두산 곽빈) 절대 치기 쉬운 공이 아닌데 집중해서 잘 쳐줬다.”
-잘해준 선수들 칭찬을 해준다면
“우리 선수들 칭찬 좀 많이 써달라. 고참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좋은 팀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 저야 손뼉 치고 더그아웃에서 파이팅하고 있는 거니까. 우리 선수들, 그리고 스태프들 칭찬 좀 많이 해달라.”
-하이메 바리아가 호투했다.
“그 친구가 발판이었다. 처음 맞는 상대한테 6회까지 그렇게 던져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첫 경기를 밀리면 저쪽(두산)이 타격이 좋으니까 불안하고 그런데, 첫 경기에서 이겨서 저도 마음이 좀 홀가분하다.”
-바리아가 뭐라고 하는 것 같던데
“900승 축하한다고 이야기하더라. 그런데 정말 900승은 절대 저 혼자 한 게 아니니까, 저 자꾸 너무 띄우지 마시고, 제가 건방져져서 갈 길 잃어버리니까 저보다도 우리 한화 구단과 스태프, 선수단, 우리 팬들을 잘 부탁드린다.”
-이제 빠르게 1000승을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다. 그건 내년 일이니까, 이제 하나씩 하나씩 해서, 900승은 잊고 5위 팀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