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 뱅 뱅, 블링 뱅 뱅, 블링 뱅 뱅 본’
한 번 들으면 멈출 수 없는 강한 중독성, 일본 애니메니션 ‘마슐 신각자 후보 선발 시험 편’의 오프닝곡 ‘블링-뱅-뱅-본(Bling-Bang-Bang-Born)’의 후렴구다.
빠른 비트의 멜로디와 마법 주문을 외우는 듯한 가사가 듣는 이들을 사로잡으며, 빌보드 재팬 핫 100에서 13주 연속 1위 오르는 등 자국 내에서는 물론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8위를 차지하는 등 각종 숏폼을 통해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독특한 매력을 뽐낸 주인공은 일본의 힙합 듀오 크리피 넛츠(Creepy Nuts)다. 일본 래퍼 프리스타일 배틀 대회 3연패 기록의 소유자인 R-시테이와 세계 최대 규모의 DJ 대회 ‘DMC 월드 DJ 챔피언십 2019’ 우승자 DJ 마츠나가로 구성된 실력파 듀오다.
무겁고 거친 느낌을 주는 ‘힙합’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이들은 친근한 멜로디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재치있게 표현한 가사를 담은 특유의 매력으로 일본 내에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블링-뱅-뱅-본’을 통해 한국에서도 심상치 않은 인기를 보인다. 댄스 챌린지가 유행하며 스트레이 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라이즈 등 글로벌 K팝 그룹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고, 여기에 ‘블링-뱅-뱅-본’ 라이브 숏폼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면서 크리피 넛츠의 인기는 급상승하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경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전혀 예상하지 못해 신기하다” “예상하지 못해서 놀라고 있다”며 인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R-시테이는 “원작의 주인공인 마슈 반데드가 마법이 당연한 세계에서 오직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싸워나간다는 점과 제가 저의 랩 스킬만으로 라이벌과 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느껴 저의 시선을 담아 가사를 완성했다”며 “후렴구 가사는 원래 전혀 다른 가사를 써뒀었다. 더 기억에 남는 말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블링-뱅-뱅-본’이라는 구절이 떠올라 녹음 직전 급하게 변경한 것”이라며, ‘블링-뱅-뱅-본’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블링-뱅-뱅-본’의 화룡점정은 톤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유쾌한 멜로디와 가사를 완벽히 살려내는 R-시테이의 목소리다. ‘성대를 갈아 끼우는’ 듯 다양한 분위기로 연출되는 그의 라이브 영상에 한국 팬들은 ‘이 노래가 라이브로 가능했구나’ ‘한 명이 부른 노래인 줄 몰랐다’ 등 극찬의 반응을 보냈다.
이와 관련 DJ 마츠나가가 “R-시테이의 재능에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연구하고 연습한 결과”라며 칭찬을 덧붙이자, R-시테이는 “스스로 ‘이게 나라고!’라는 식의 독보적인 목소리 톤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발성법이나 창법을 연습해서 다양한 스킬을 갖추고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래퍼가 되려고 생각한 것이 현재의 스타일로 자리 잡은 거 같다”고 겸손한 말을 전했다.
크리피 넛츠의 메이저 데뷔는 2017년이지만, 두 사람은 2013년부터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호흡을 이어오고 있다. 10대에 만나 “젊은 혈기”와 “심야 텐션”으로 ‘크리피 넛츠’(크리피는 ‘소름 끼치는’, 넛츠는 ‘미친’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라는 독특한 팀명을 정하게 됐다는 이들은, “너무 매끄러워서 걱정을 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라며 변함없이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했다.
R-시테이는 “서로의 영역인 비트나 랩에 대해 ‘미쳤다! 끝내준다! 너무 좋다!’라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비슷한 것 같다”며 “음악적으로 스타일이나 모토, 방향성 등 하나하나 설계하거나 설정하지 않은 것이 우리에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크리피 넛츠만의 세계를 설명했다.
설계되지 않은 매력의 크리피 넛츠. 그들의 라이브 무대를 한국 팬들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오는 16일 도쿄 국립 요요기 경기장 제일 체육관에서 진행되는 ‘원 맨 투어 2024’의 파이널 공연을 라이브로 생중계하는 데다, 오는 8월에는 인천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한국을 직접 찾아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DJ 마츠나가는 “심플하게 래퍼와 DJ의 솜씨를 느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기대된다. ‘친하게 지내요’라는 마음”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R-시테이 역시 “한국에서 처음 하는 라이브라, 굉장히 기대된다. 한국에는 눈과 귀가 좋은 음악팬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얼마나 우리 스타일로 매료시킬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를 표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도 만들고 있으니, 앞으로도 기대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