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회 US오픈에서 합계 6언더파 274타를 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1타차로 제치고 4년 만에 패권을 탈환한 브라이슨 디섐보는 물리학 전공자답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괴짜 골퍼로도 유명하다.
‘미친 과학자’란 별명은 그냥 붙은게 아니다. 클럽의 길이가 전부 똑같은 아이언은 그의 프로무대 등장 때부터 큰 화제였고, 한때는 그린을 파악하기 위해 컴퍼스를 연습라운드 때 들고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몸집을 키워 헐크처럼 변신했다가 “골프는 비거리가 전부가 아니다”며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다.
디섐보는 지난 16일 US오픈 3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공을 소금물에 담갔다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그 질문을 해주니 감사하다”면서 “공의 균형을 점검하기 위해 천연 미네랄 소금을 푼 물에 띄우는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골프공은 중심이 미세하게 차이가 있게 마련이며, 무게중심을 체크해 경기에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공을 소금물에 띄우면 무거운 쪽이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면 공 맨 위에 점을 찍어 퍼트 할 때 항상 공이 그 부분을 넘어 굴러가게 한다.”
디섐보의 ‘소금물 비법’은 특히 그린에서 퍼트할 때 공이 의도한 방향대로 똑바로 굴러가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나아가 샷을 할 때 공이 똑바로 날아가도록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첨단 과학을 바탕으로 한 제조, 측정 기술을 통해 편심볼이 없는 공을 만든다고 광고하는 용품사들이 볼 때 디섐보의 ‘민간처방’이 부질없는 행동으로 비칠 테지만 디섐보는 올해 버디 17개를 잡고 2020년 이후 4년 만에 US오픈 챔피언에 복귀했다.
공뿐 아니라 디섐보의 용품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그가 사용하는 퍼터는 왼 팔뚝에 샤프트를 밀착하는 암락 퍼터이며, 극도로 수직에 가까운 로프트를 사용한다. 퍼터 그립은 일반형보다 굵어 손목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게 한다.
모든 샤프트 길이가 같은 아이언을 사용하는 건 여전하고 그의 골프백 안에 든 14개 클럽은 전부 그래파이트 샤프트를 쓰고 있다. 아이언이 3D 프린터로 제작됐다는 점도 특이하다. 디섐보는 올해 마스터스 대회 직전 이들 아이언을 미국골프협회(USGA)로부터 승인받았다. 웨지는 60도, 56도, 50도, 45도, 40도로 5개를 준비해 다양한 그린 주변 상황에 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