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두 예능 대가의 승부는 한 번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의 합계 시청률은 더욱 늘어나면서 ‘금요일 밤 예능시장을 넓히겠다’는 두 사람의 다짐은 역설적으로 이뤄진 셈이 됐다.
김태호PD가 공동연출로 참여하는 JTBC 예능 ‘My Name Is(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이하 가브리엘)과 나영석PD가 공동연출인 tvN 예능 ‘서진이네 2’가 지난 5일 방송됐다.
두 프로그램은 김태호PD, 나영석PD 등 두 예능 거장의 연출 프로그램이라는 점뿐 아니라 두 연출자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같은 시간에서 경쟁을 벌이는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끌었다.
지난 21일 ‘가브리엘’이 첫 방송 됐고, 지난달 28일 ‘서진이네 2’가 첫 방송 되면서 두 프로그램은 맞닥뜨렸다. ‘서진이네 2’가 오후 8시40분 방송된 이후, ‘가브리엘’이 10분 후인 오후 8시50분 방송됐다.
결과는 ‘서진이네 2’의 완승이었다.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첫 회가 6.9%의 시청률을 올렸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가브리엘’은 1.1%의 시청률을 올렸다. 거의 6배 이상의 차이였다.
그러자 바로 다음 주인 지난 5일 ‘가브리엘’이 물러섰다. 원래 방송시간인 오후 8시50분 ‘가브리엘’의 2회 재방송을 내보내고, 본방송인 3회는 오후 10시30분 편성했다. 따라서 ‘서진이네 2’가 2회를 방송한 이후 3회를 내보낼 수 있었다.
결과는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 상승이 있었다. 먼저 방송된 ‘서진이네 2’의 2회는 8.1%로 1.2%포인트 올랐다. ‘가브리엘’ 역시 3회가 1.4%로 0.3%포인트 올랐다. 두 프로그램의 합계 시청률이 지난달 28일 8%에서, 5일 9.5%로 1.5%포인트 올랐다.
‘서진이네 2’는 지난해 방송된 첫 시즌 멤버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에 군에 입대한 방탄소년단 뷔(김태형)를 대체해 배우 고민시가 인턴으로 새로 합류했다. 지난 시즌 멕시코에서 이번에는 아이슬란드로 배경을 옮겨, 추운 겨울나라에서 뜨끈한 국물을 파는 과제를 수행했다.
‘가브리엘’ 역시 해외 촬영 예능을 표방했다. 총 7명의 연예인들이 해외 어느 누군가의 삶을 72시간 동안 빌려서 사는 여정이 그려졌다. 첫 3주 분량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합창단을 이끄는 단장 ‘루리’로 분한 배우 박보검과 태국 치앙마이에서 솜땀을 파는 가장이 된 개그맨 박명수의 모습이 등장했다.
‘서진이네 2’는 이미 알려진 검증된 형식에 아이슬란드의 이색적인 풍광이 등장해 재미를 준 반면, ‘가브리엘’의 경우는 예능의 요소보다는 다큐멘터리의 요소가 강해 차별점을 가졌다. 특히 박보검의 에피소드는 감동에 치중해 웃음에 몰두한 박명수의 에피소드와 한 프로그램으로 어울리지는 않았다.
결국 김태호PD와 JTBC가 첫 방송 이후 편성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 시간을 10시대로 미뤘다. 이렇게 되자 결국 시청자들은 두 프로그램 중 하나를 택하지 않고, 두 프로그램을 연달아 다 보는 선택이 가능해졌다.
처음 두 PD의 격돌에 쏠렸던 시선 역시 JTBC의 편성 변경으로 두 프로그램을 다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변했다. 이 같은 편성이 역설적으로 ‘금요일 밤 예능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데 공감한 김태호PD와 나영석PD의 의도가 이뤄지게 해준 셈이다.
두 사람은 결국 대결보다는 공존, 경쟁보다는 상생을 택했다. 이제야 제대로 차려진 금요일 밤의 예능 성찬, 그 무대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