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 올스타전 도중 코칭스태프 개편 발표, 전반기 4위로 마친 삼성은 뭐가 그리 급했나

입력 : 2024.07.08 14:37 수정 : 2024.07.08 15:11
박진만 삼성 감독. 삼성 라이온즈 제공

박진만 삼성 감독.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지난 5일 갑작스러운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발표했다.

이날은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날이었다. 오후 6시에 경기가 시작했고 45분여의 시간이 흘러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삼성은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 공식 발표를 했다.

수석코치와 투수코치, 타격코치, 배터리 코치를 모두 교체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병규 수석 코치, 정민태 투수 코치, 이정식 배터리 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다. 기존 이진영 타격코치는 1군 보조 타격코치로 역할이 바뀌었다. 권오준 불펜코치는 재활군 담당으로 내려갔다.

대신 정대현 퓨처스 감독이 1군 수석 코치 겸 투수 코치로, 타치바나 요시이에 3군 코치는 1군 타격 코치로 부름을 받았다. 강영식, 채상병 2군 코치는 각각 1군 불펜 코치와 배터리 코치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보직 변경의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있었다. 이병규 코치는 아들인 SSG 이승민을 보러 관중석에 앉아있었다. 정대현 코치는 삼성의 퓨처스 감독으로 인천을 찾았다. 심지어 다음날 정민태 코치는 ‘인천 야구의 전설’로 시구까지 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박진만 삼성 감독은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번 인사는 유정근 대표이사, 이종열 단장, 박진만 감독 등 구단 고위 관계자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결정된 내용인 걸로 알려졌다. 논의를 하던 중 서로 합의된 내용이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이라는 결과였다.

다만 보직 변경 내용과 시기 등이 모두 석연치 않다. 특히 이병규 코치와 정민태 코치는 박진만 감독이 정식으로 감독 지휘봉을 잡으면서 데려온 인사들이다. 결과적으로 박 감독의 ‘라인’이 모두 사라졌다.

정민태 코치. 삼성 라이온즈 제공

정민태 코치. 삼성 라이온즈 제공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을 할 만큼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삼성은 전반기를 4위로 마쳤다.

삼성은 6월27일까지만해도 선두 KIA와 1.5경기 차이로 거의 턱밑까지 쫓아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28일부터 30일까지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조금씩 순위가 처졌다. 전반기 5연패에 빠지며 순위가 2위에서 4위까지 미끄러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 2위 LG와의 격차는 1.5경기에 불과하며 5위 SSG와의 격차는 3경기로 아직 거리가 있다.

전반기 막판 불펜이 흔들리긴 했지만 팀 평균자책은 4.49로 10개 구단 중 3위로 나쁘지 않다. 다만 팀 타율은 0.260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엄밀히 따지면 타격 파트다. 그런데 코칭스태프 전체 보직 변경이라는 방법으로 변화를 줬다.

팀 내에서도 이번 보직 변경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전반기 동안 성적을 못 낸 것도 아니고 심지어 감독과 함께 호흡한 핵심 코치들이 2군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2군행 통보를 받은 코칭스태프들은 구단의 결정에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삼성은 올시즌을 앞두고 이번 시즌 성적을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졌다.

겨우내 집중 투자를 했다. 큰 약점으로 꼽히는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김재윤, 임창민 등을 영입했고 기존 마무리 오승환도 앉혔다. 이밖에 2차 드래프트, 방출 선수들 중에서도 거의 불펜 보강을 위한 영입을 했다.

실제로 전력의 안정화를 찾은 삼성은 성적을 냈고 2021년 이후 3년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고 있다. 올해는 역대급 순위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선두권 싸움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인사로 볼 때 삼성은 단순히 5강권 진입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삼성은 2021년에는 KT와 시즌 막판 1위 결정전까지 치르면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두고 다퉜다. 1위를 놓치고 플레이오프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한 삼성은 허무하게 2패만 떠안고 떨어졌다. 당시 1위 결정전에서 삼성이 1위를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인사는 삼성이 올해만큼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박 감독은 물론 1군으로 불려온 코칭스태프들이 조금 더 막중한 책임을 가지게 됐다.

삼성은 임창민-김재윤-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전반기 막판 흔들리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정대현 코치는 감독을 보좌하며 마운드까지 책임져야한다. 타격 역시 타격 코치가 3명이나 된 만큼 타율 최하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이번 인사로 현장에 더 큰 긴장감이 주어졌다. 선수단에게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9일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NC와 맞대결을 펼치며 후반기를 시작한다.

정대현 코치. 삼성 라이온즈 제공

정대현 코치.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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