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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은 산 옮기고, 조조는 세상 열었다…중국 ‘태항산’에 여심은 마음 열까

입력 : 2024.07.10 23:57 수정 : 2024.07.11 07:43
천계산 풍경구 운봉화랑

천계산 풍경구 운봉화랑

우공은 산을 옮기려하고 여객은 산을 찾으려 한다. 우공의 고사는 오늘에 이어져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성어를 남겼다. 이 고사를 간직한 중국 태항산(太行山)엔 코로나19의 족쇄가 풀린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태항산은 장가계, 백두산, 구채구 등과 더불어 중국 여행지 중 풍경구 지역으로 꼽힌다. 태항산에서는 600, 동서 250에 달하는 거대한 협곡으로 중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린다. ‘도화곡’과 ‘왕상암’ 등이 유명한 명소가 있다.

중국 여행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465% 증가했다. 최근 중국의 항공 공급이 확대됨에 따라 장가계, 백두산, 청두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여행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가히 중국 여행 붐이다. 그 중에도 태항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신상이자 가성비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에이치원 여행사는 8만8000원부터 시작하는 여행상품을 들고 나왔다.

전동카(태항산 모든 지역 동일한 모양)

전동카(태항산 모든 지역 동일한 모양)

태항산은 장가계에 비견되지만 관광지 이미지보다는 트레킹의 성격이 강하고, 여행사에서는 트레킹의 고단함에 손을 가로 젖는 이들에게 무리없는 여행 코스를 제공하겠다니 눈 딱 감고 용기 내 볼 만 하다. 우공처럼 우직하게 선택하면 산신이 절경을 선사랄 지도 모를 태항산 여행! 우공 어디 계시는가? 옹이 열어놓은 길 밟고 내 왔소 그려~.

만선산 풍경구 비나리길

만선산 풍경구 비나리길

동양의 그랜드캐니언, 그래 확인해 보자

천계산풍경구 - 팔리구

천계산풍경구 - 팔리구

중국여행의 붐 조성이 최근 여름 시즌을 맞아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국 태항산이 그 첫 선발주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태항산 여행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태항산을 품은 태항산맥은 남북 길이만 약 600, 동서 길이 250㎞에 이른다. 평균 해발은 1500~2000m다. 그랜드캐니언이 대협곡을 관통하는 콜로라도강의 양편을 이르는 데 그 길이가 446㎞다. 협곡의 깊이는 최대 1600m이고 폭은 최대 30㎞이니, 오히려 그 크기는 태항산맥이 중국스럽다. 태항산대협곡은 산서성 북부에서 시작해 하북성, 하남성의 경계에 걸쳐있다.

태항산맥은 과거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험준한 산세로 군사적 요충지로 여겨지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산맥이다. 한국사람에게 익숙한 화산, 태산, 숭산 등과 함께 중국의 오악(다섯 개의 명산)중 하나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에서 나오는 산이 바로 이 태항산이다.

태항산맥은 태항대협곡·천계산풍경구·만선산풍경구·팔리구·통천협·팔천협·보천협 등 수 많은 관광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진득하니 한 곳에 머물러 경관을 살피기 보다, 주마간산 여행에 특화된 한국여행객답게 그 발길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금씩 개방될 태항산의 속살을 한꺼번에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며 개방 때 마다 쪼로록 찾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천계산풍경구 - 노야정

천계산풍경구 - 노야정

태항산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태항대협곡

태항대협곡

태항대협곡

중국 하북·하남·산시 총 3개의 성에 걸쳐 형성된 협곡이다. 태항대협곡의 하이라이트는 도화곡에서 구련폭포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다. 멋진 절경에 매료되어 걷다 보면 전동카를 탈 수 있는 광장이 나온다. 광장부터 정상의 전망대까지 시원하게 전동카를 타고 달리면 태항대협곡의 멋진 뷰를 볼 수 있다.

태항대협곡

태항대협곡

천계산 풍경구

천계산 풍경구

천계산 풍경구

하늘과 땅의 경계라 불리는 천계산. 천계산 높은 곳에 위치한 운봉화랑에서 전동카를 타고 전망대를 돌며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산봉우리가 마치 하늘과 닿아있는 듯한 모습을 파노라마로 눈에 담을 수 있다. 천계산풍경구에는 팔리구, 왕망령, 비나리길 등 관광객들에게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소가 산재되어 있다.

천계산은 산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천계산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아름다움이 유명한 곳이다. 사방이 탁 트여있는 ‘관일대’는 해를 보는 곳이라는 뜻을 가질 정도로, 일출과 일몰이 장관이어서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새벽에 나와 일출을 보러 오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꽃이 흩날리는 산화대와 천계산의 풍경 등이 어우려져 천계산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만선산 풍경구

만선산 풍경구

만선산 풍경구

만 명의 신선이 산다는 만선산. 13명의 주민이 5년간 곡괭이와 삽으로 뚫어낸 1250m의 절벽장랑, 유명한 영화촬영지이자 절벽 위 산속마을 곽량촌, 높이만 80m에 달하는 흑룡담폭포 등 다양한 볼거리를 보유하고 있어 매일 수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만선산 풍경구

만선산 풍경구

‘우공이산’에 앞선 조조가 태항산의 험난함을 ‘고한행’

태항대협곡

태항대협곡

‘삼국지’ 조조의 이 시 ‘고한행막강한 세력으로 위세를 떨치던 원소군을 격파하고 그 잔당들을 토벌하러 태항산맥을 행군으로 넘어가면서고통스럽던 때를 표현한 것이다. 당시 원소의 병력은 70만 명이 넘었으며 조조군은 7만이 채 안되었다고 여러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오만한 지도력의 원소는 문란한 병력의 운용으로 끝내 폐족이 됐고, 누구도 예상 못한 승리를 거둔 조조 역시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위기를 극복하고나서야 역사 속의 승리자가 됐다. 세상일 만만하지 않다. 다만 순리를 벗어나지만 않기를…

그동안 삶에 지친 여행객일지라도 태항산을 찾은 이유와 ‘고한행’ 일독으로 여유를 찾는다면 여행을 통해 얻은 행복이 배가될 지 모를 일이다.

■ 고한행(苦寒行)…혹한의 매서운 추위를 뚫고 가다.
北上太行山(북상태항산) 북으로 태항산에 오르니
艱哉何巍巍(간재하외외) 험하도다!. 어찌 이리도 드높은가?.
羊腸阪詰屈(양장판힐굴) 비탈길은 구비구비 굽어
車輪爲之?(차륜위지최) 수레바퀴가 부서진다.
樹木何蕭瑟(수목하소슬) 나뭇가지 스산하게 흔드는
北風聲正悲(북풍성정비) 북풍 소리가 구슬프다.
熊?對我?(웅비대아준) 큰 곰은 나를 향해 웅크리고
虎豹夾路啼(호표협로제) 호랑이 표범은 길에서 으르렁거린다.
溪谷少人民(계곡소인민) 골짜기에는 사는 사람 없고
雪落何??(설락하비비) 눈은 펄펄 휘날리네.
延頸長嘆息(연경장탄식) 목을 늘여 탄식함이여!.
遠行多所懷(원행다소회) 길이 머니 생각도 많구나.
我心何?郁(아심하불욱) 내 마음 어찌 이리 무겁고 울적한가?.
思欲一東歸(사욕일동귀) 마음은 오로지 동(東)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네.
水深橋梁?(수심교량절) 물은 깊은데 다리는 끊어져
中路正徘徊(중로정배회) 길 가운데서 헤메인다
迷惑失舊路(미혹실구로) 지나온 길 잃어버려 찾을 수 없고
薄暮無宿棲(박모무숙서) 날은 저무는데 쉴 곳이 없구나.
行行日已遠(행행일이원) 가고 또 가길 이미 여러 날
人馬同時飢(인마동시기) 사람과 말이 함께 굶주리네
擔囊行取薪(담낭행취신) 망태를 매고 다니며 땔나무를 줍고
斧?持作?(부빙지작미) 도끼로 얼음을 깨어 죽을 쑨다.
悲彼東山詩(비피동산시) 슬프다 저 동산(東山)의 노래,
悠悠令我哀(유유령아애) 아득히 나를 슬픔에 젖게 하네.

태항산맥 - 통천협

태항산맥 - 통천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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