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적인 쟁점 셋
1. 박경수 작가의 말맛,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2. 실존 정치인이 연상된다는 설에 대해
3. ‘대통령 시해’란 자극 강한 소재, 우려하지 않았나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감독 김용완)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개 이후 3주 연속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18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4위에 올랐다.
국내 정치계의 권력 다툼을 다루면서도 매 회 엎치락 뒤치락 수 싸움을 정확하게 짚어내야 하는 터라 연출적으로 쉽지 않았을 터다. ‘스포츠경향’은 최근 김용완 감독을 만나 ‘돌풍’에 관한 편파적인 세가지 쟁점을 물었다.
■쟁점1. 극성 강한 대사, 어떻게 연출했나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추적자: 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귓속말’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신작이다. 워낙 말맛 좋은 작가의 신작이라 대사들을 살려야 하는 연출자로서 부담이 컸을 법 하다.
“대사와 인물간 대화로 정보들이 공개되는 구조 속에서 박경수 작가만의 말맛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색다른 그림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대사가 너무 좋은데 말로 뱉기에는 함의적인게 많아서 한끗만 놓쳐도 맥락이 이상해질 수 있는 디테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신을 찍을 때마다 한국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느낌으로 임했어요. 그 표현과 디테일을 살려야 하는데 자칫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다행히 워낙 베테랑들이어서 현장에서 헷갈려하거나 힘들어 한 건 없었던 것 같고요. 이미지에 대해선 의도만 맞다면 작가가 많이 열어줬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어요.”
■쟁점2. 실존 정치인이 연상된다?
작품 공개 후 극 중 인물들이 실존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많았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겹쳐지는 부분은 분명히 있고 누군가가 연상 될 수도 있겠죠. 사람마다 경험치가 다 다르니까요. 의도한 건 없지만 해석하는 건 시청자들의 몫이지 않을까 싶어요. 가치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작품은 여러가지 해석이 쏟아져야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부분이 열려있어서 가치있다 생각합니다.”
■쟁점3. 자극도 높은 소재, 어떻게 다루려고 했나
이 작품은 1화부터 ‘대통령 시해’라는 파격적 소재로 달린다. 자극도 높은 소재를 잘 다루는 솜씨가 필요했을 터다.
“우려되는 건 없었어요. 민감한 소재지만 이걸 대본화한 박경수 작가의 용기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고, 가장 소심한 감독인 제가 잘 정제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추진력 있는 대본 안에서 잘 정리하고자 작가와 대화를 많이 나눴고요. 이 작품의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감쇄하려고 노력하면서 연출했어요. 이 시리즈를 보고 누구 하나 상처 받지 않고 재밌게 보게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박경수 작가에겐 후배로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창작자로서 크게 자극이 됐습니다.”